'타고난 뮤지션' 최고은·정재원, 나란히 첫 정규앨범

이재훈 2014. 12. 12.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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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싱어송라이터 최고은(31)과 기타리스트 정재원(25)은 기타로 음악을 시작했다.

최고은은 대학교 졸업을 앞둔 20대 중반, 통기타를 치며 만든 노래 '에릭스 송'을 영어 선생 '에릭'에게 선물한 게 계기가 돼 뮤지션의 길을 걷게 됐다. 정재원은 중학교 때 동네에서 유명한 밴드에 보컬로 도전했다 낙방한 뒤 기타로 전환해 세션으로 나섰다.두 사람이 최근 나란히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그간 3장의 EP를 발매한 최고은은 데뷔 4년 만에 정규 1집 '아이 워스, 아이 엠, 아이 윌(I WAS, I AM, I WILL)', 다른 뮤지션 앨범의 크레디트에만 이름을 올려놓던 정재원은 정규 1집 '한마디'를 내놓았다.

충무로에서 각자 만난 두 사람은 천생 뮤지션이었다. 울림이 큰 연주와 목소리(최고은), 화려한 기타 테크닉에 얹은 묵직한 목소리(정재원) 뒤에는 단단한 진심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최고은은 4년 동안 풍경을 만들었다

최고은은 한국 대중음악계의 보배다. 2010년 데뷔 음반 '최고은 1st'를 발매한 이후 독보적인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판소리와 가야금 병창을 했고 대학생 시절에는 하드코어 밴드에서 보컬로 활약한 그녀의 음악과 목소리에는 나이테 같은 결이 새개져 있다.

디자이너 김용찬 씨가 작업한 '아이 워스, 아이 엠, 아이 윌'의 케이스 역시 나이테 모양이다.이 케이스에 담긴 CD는 이번 앨범을 위해서 만들어진 곡이 아니다. 유럽투어, 일본 후지 TV 아시아 버서스(Asia Versus) 우승, 영국 글래스턴베리 참석 등 굵직한 일들을 겪으며 나이테처럼 '시간을 견딘' 노래들이다. 오래 묵혔기 때문에 한번에 녹음하는 '원테이크'가 가능했다.

최고은은 "힘을 빼는 작업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힘을 주다 보면, '어글리(ugly)'해지더라고요. 그렇다고 처음에 비해 마음이나 태도가 변한 것은 아니에요. 언제 들어도 좋은 음악을 담고 싶었어요. 시간의 풍경이 담겨 질리지 않는 음악이요."

앨범에는 브리티시 록이 떠오르는 '몬스터(Monster)'를 비롯해 가요관계자들 사이에서 호평이 쏟아진, 말 그대로 폭풍 같은 곡 '스톰(Storm)', 서정성이 빛나는' 마이 사이드(My Side)', 한국 전통민요를 모티브로 로킹한 사운드로 옮긴 '뱃노래', 순환하는 시간과 일상을 자연스레 그려내는 '오디너리 송(Ordinary Songs)' 등 13개 트랙이 실렸다.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베이스시스트로 이번 앨범 프로듀서로도 나선 황현우을 비롯해 드럼의 민상용, 기타의 박상흠 등이 앨범작업에 가세했다.

"밴드 사운드가 앞에 나오게 되면서 친구들이 표현하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고 함께 나눴죠. 특별히 다양한 장르를 하겠다는 의도보다 음악 경험치를 쌓는다는 생각이 컸어요. 정답은 아니지만, 얼추 맞는 답을 찾은 것 같아요."

김소연이 시를 읊고 최고은이 기타로 호응하는 '타만 네가라'는 이번 앨범이 말하고자 한 '순환'에 방점을 찍는다. "20곡 넘게 녹음을 했어요. 하나의 풍경을 위해 다 쳐냈죠. 날 서 있는 것들을 정리했어요. 자연분만하는 느낌이랄까요."최고은이 인정을 받는 이유는 개성이다. 그녀는 "제가 정석으로 음악을 배운 사람이라면 눈치를 보는 부분이 있을 텐데 곡 자체만 생각해서 그런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가 일렉트로닉 음악을 선보여도, 영국의 세계적인 록밴드 '라디오 헤드'가 실험적인 시도를 해도 그들 자신인 것처럼.최고은의 중심축은 무엇보다 목소리다. 혹자는 섬세함과 강렬함을 넘나드는 재즈 가수 나윤선의 보컬과 비교하기도 한다. '스톰'에서 폭풍우를 뚫고 나오는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들 때 뭔가 번뜩이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정재원은 5년 동안 목소리를 만들었다

최고은이 발굴된 보배라면 정재원은 아직 숨겨진 보석이다. 2008년께 싱어송라이터 정재형 콘서트의 기타 세션으로 프로 무대에 나선 그는 연주 신에서 '적재'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특별한 뜻은 없고 학창 시절에 친구끼리 장난스레 부르던 이름이 굳어졌다고 한다.

김동률·김범수·윤종신·인피니트의 음반작업에 레코딩 세션, 루시드폴·브라운 아이드 소울·박효신·신승훈·푸디토리움·윤하 등의 공연 무대에서 함께 연주하며 이름을 날렸다. 지금은 김동률 전국 투어를 함께 돌고 있다. 대중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그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진은숙 아르스 노바' 시리즈에서 독일의 페터 히르시의 지휘로 협연하기도 했다.

이번 1집에서는 음악적인 역량이 더욱 도드라진다. 작사·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맡았다. 앨범명 한마디는 정재원 본인의 '한마디'들을 담았다는 뜻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담은 '다시', 지금은 사라진 추억 속 공간을 노래한 '골목길' 등 20대 청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삶을 노래한 11개 트랙이 실렸다. 평소 친분이 있던 보컬그룹 '바버렛츠' 멤버 안신애가 기존에 작업한 '더 도어'는 마음에 들었던 곡이라 이번에 자신의 앨범에 실었다.그는 "굉장히 오랫동안 준비한 앨범이에요. 제 이름을 건 첫 앨범이라 제 삶에도 의미가 있죠. 후련하면서도 뭔가 발가벗겨진 오묘한 기분이 들어요"라며 수줍게 웃었다.

기타리스트에서 싱어송라이터로서 변신한 이유는 "지난 1년간 세션, 공연 마스터 등으로 바쁘게 보내다보니까 허탈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제 음악을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눈을 빛냈다.

저음의 목소리가 다양한 연주와 변주가 가능한 기타의 중심축을 붙잡는다. "앞으로도 노래가 실린 앨범을 만들 겁니다. 기타를 치는 시간보다 더 많이 공을 들여야죠. 제 키에 맞게 부를 수 있는 곡들을 만들었죠."

기타가 기반이지만 기타를 덜어내려고 한 아이러니한 앨범이다. "제가 기타를 치는 사람이니, 어떻게 해도 기타 음악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기타를 계속 덜어내려고 노력했죠. '다시' 같은 곡도 기타보다는 피아노로 치기 쉬운 코드이거든요."

많은 사람과 공감하기 위해 앨범 발매 전 여러 사람에게 꾸준히 모니터를 부탁했다고 한다. "가사를 쓸 때 초반에 없는 이야기를 지어 내기도 했는데 공감을 많이 얻지 못하더라고요. 꾸미지 않고 제 이야기를 생각난대로 운율에 맞춰 쓴 가사들이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죠."데뷔 앨범으로 여러 수식을 달게 됐지만 아직은 '기타리스트'가 편하다고 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커가는 과정이지만, 기타를 놓는 순간 제 색깔뿐 아니라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해요.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거죠. 기타 소리를 비워버리려고 하면서도 기타를 놓을 수 없는 모순이죠."

그런 긴장감이 정재원이 성장하는데 원동력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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