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어른용 색칠놀이

파이낸셜뉴스 2014. 12. 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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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로테에게 버림받은 베르테르는 푸른 연미복과 노란 조끼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자신의 머리에 권총 방아쇠를 당겼다. 여기서 푸른 색은 차가움·우울·고독을 뜻하며 노란색은 따스함·희망·기쁨을 상징한다. 베르테르는 죽는 순간까지 실연의 절망감과 사랑을 성취하고 싶은 희망의 감정을 동시에 표현한 것이다.

괴테는 색이 사람의 정서와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색채론'을 저술할 만큼 색 이론의 대가이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은 색깔에서 기쁨을 느낀다. 눈은 빛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또한 색을 필요로 한다"고 설파했다. 다채로운 색깔이 치유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입체주의 화가 페르낭 레제는 "색은 물과 불처럼 생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원초적 물질"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는 것은 본능적 행동이라고 이해할 만하다.

요즘은 아이가 아닌 어른들이 '색칠놀이'에 푹 빠져 있는 모양이다. 어른용 컬러링북 열풍이 뜨겁다. 이미 그려진 스케치에 다양한 색을 채우다 보면 어느새 스트레스가 풀리고 안락함을 얻는다고 한다. 컬러링북은 주제와 소재를 선택하고 창작력을 발휘해야 하는 회화와 달리 누구나 고민 없이 접근할 수 있다. 뜨개질처럼 단순 노동에 몰입함으로써 시름을 잊게 해준다는 것이다.

지난 8월 국내에 소개된 영국 일러스트레이터 조해너 배스포드의 책 '비밀의 정원'이 열풍에 불을 댕겼다. 꽃, 나무, 동물, 벌레 등의 밑그림을 정교하게 그려놓은 이 책은 출간 직후부터 줄곧 온·오프라인 서점 베스트셀러 1, 2위를 지켜 14만부나 팔렸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세계 14번째로 출간됐다. 이에 영향 받아 유명 화가의 명화 밑그림을 그려놓은 책, '그림 태교'를 위한 임산부용 색칠놀이 책 등 다양한 컬러링북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색연필, 물감, 만년필 등 그림 그리기나 색칠에 필요한 도구의 판매도 급증했다. 유명 수입 브랜드의 36색 수채색 연필은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색칠놀이는 아날로그적 취미활동의 부활로 칭할 만하다. 마니아들은 피로감 없이 틈틈이 짬을 내서 노력을 들이면 멋진 작품이 완성되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고 예찬한다. 인터넷·모바일게임 같은 디지털적 취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인 모양이다. 스트레스를 풀 돈도, 시간도, 정성도 부족한 현대인에게 색칠놀이는 안성맞춤의 놀이다. 유행이 오래갈 것 같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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