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모디노믹스] "인디아 머니 잡아라".. 국내은행 현지화로 신시장 개척

파이낸셜뉴스 2014. 12. 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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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달에 한 번씩 인도를 찾고 있다. 뉴델리, 첸나이, 뭄바이 등 인도가 우리에게 기회의 땅인지 물음표를 안고서. 놀라웠던 건 방문할 때마다 변화하는 인도의 모습이었다. 정치적 스캔들로 얼룩졌던 인도를 말끔하게 씻어내고,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으로 도약하려는 모디 총리의 강한 의지를 느꼈다. 이제 막 터를 잡고 씨앗을 뿌리기 시작한 우리 기업도 인도와 함께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인도 길롯 한국전용공단 방문업체 관계자)

#. "'왜 인도여야만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우린 스스로 '인도가 아니면 어디로?'라는 답을 내놓았다. 저성장·저수익 기조가 만연한 국내 시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해외에서도 인도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만큼 '모디노믹스'를 앞세운 인도 정부의 경제 개혁에 발맞춰 국내 은행들도 잇따라 인도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 현지 은행 A주재원)

【 뉴델리·길롯(인도)=고민서 기자】 '인디아 머니'를 잡기 위한 숨가쁜 질주가 시작됐다. 친기업 성장 정책을 내건 모디(Modi)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인도에서 만들어라)' 깃발에 우리 기업들이 화답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포스코·현대자동차 등은 인도를 거점으로 하는 신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고, 이들 대기업에 주요 부품 및 제품을 납품하는 1·2차 협력 기업들 역시 인도시장에 대한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이미 인도 금융시장에 진출해 있는 신한·우리은행 등은 한국 기업은 물론 현지 기업 등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현지화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또 올해 초 한·인도 정상회담 이후부턴 KB국민·하나·외환·NH농협은행 등도 인도 금융시장 진출을 위해 본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 현지에서 가장 활발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외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인도 42개 도시에 총 99개의 지점을 보유한 인도SC은행은 한국SC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기업의 현지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날개 단 '모디노믹스'

최근 방문한 인도의 금융시장은 현지 날씨 만큼이나 뜨거웠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와 한국전용공단이 위치한 라자스탄주 길롯까지 이어지는 곳곳에는 다국적 기업들의 생산기지는 물론, 도로·철도·스마트시티 등 다양한 인프라가 세워지고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한 인도 무역관은 "그간 경제 성장을 저해해 왔던 열악한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인도 정부는 해외 투자자본에 문호를 개방해 도시 개발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몰려든 외국자본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 간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고 전했다.

'메이크 인 인디아'를 내세운 모디 정부의 슬로건은 우리 기업·국내 은행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무역관은 "철도 분야에 대한 외국인투자(FDI)를 허용했고, 첨단기술에 한해선 100%까지 개방하겠다고 나서자 관련 기업들의 진출 열기가 최고조로 향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보니 이 기업들의 현지 진출에 있어 자금관리 및 운용을 도맡아 하는 금융산업분야 역시 덩달아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인도 금융시장에선 '날개 단 모디노믹스'를 안고 파이 키우기에 나선 은행들이 여럿 포진해 있다. 대표적인 곳이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씨티·HSBC은행 등이다. 이 은행들은 이미 지난 1850년대부터 1900년대 초반에 진출해 인도 은행산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행에 대한 문호를 열기 훨씬 이전부터 인도 은행산업 전반은 물론, 도시 개발에서부터 산업회랑 프로젝트 등에 이르기까지 업권 전역을 아우르는 금융조달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현지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국내 은행들, 인도 진출 '잰걸음'

국내 주요 은행들 역시 인도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주요 외국계 은행들이 그간 우리나라 몇몇 글로벌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선점하고 있던 은행의 역할을 되찾아 오겠다는 각오다.

뉴델리에 진출해 있는 한 국내 은행 B주재원은 "인도 한 곳 만 보더라도 삼성은 이미 한국 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곳도 현지에서 오랜 역사와 규모를 갖춰논 외국계 대형 은행들이 도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국내 은행들은 주로 1·2차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거래를 이어왔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인도에 진출하는 국내 은행들이 처음으로 터를 잡는 곳이 첸나이와 뉴델리다. 첸나이의 경우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한전기공, 롯데제과, 한진해운 등 주요 대기업의 생산기지가 모여 있는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현재 첸나이에는 우리은행이 지난 2012년부터 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엔 외환은행이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첸나이 지점에 대한 인가를 받은 뒤 내년 상반기 오픈을 앞두고 있다.

첸나이 인근에 위치한 벨로르에는 지난 2010년부터 신한은행이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벨로르 지점은 뭄바이와 뉴델리 지점 간의 거리와 시간적 제약으로 주로 첸나이와 같은 동부 해안 지역에 도달하기 힘들었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주로 한국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은 단연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다. 2006년 첫발을 내디딘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IBK기업은행이 내년 3월 지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하나·외환은행은 현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점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뉴델리에 추가 지점을 낼 계획이다.

현지 진출 C은행 관계자는 "한국전용공단에 입주하는 한국 기업들은 물론, 인도 현지 당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위해선 뉴델리를 선점해야 한다"면서 "뉴델리 지점은 단순히 기업금융을 하는 역할 외에도 장기적 안목에서 현지화를 이루기 위한 거점이 될만한 요충지"라고 설명했다.

■현지 진출 성공의 열쇠는

결국 현지에 나가 있는 은행들의 최종 종착지는 단연 '현지화'다. 인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신한·우리은행은 물론 이제 사업 초읽기에 들어간 농협은행 등도 궁극적인 목표로 현지화를 꼽았다.

최근 인도 AXIS은행과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농협은행은 기업금융에 특화된 AXIS은행의 현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인도 진출에 주력하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우선 내년에 인도 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이라면서 "무엇보다도 인도 인구의 65% 이상이 농촌에 거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농협은행이 가진 농업금융의 노하우을 바탕으로 12억 인도시장에 녹색혁명을 불러일으킬 만한 충분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 현지 은행과의 네트워크 강화에 큰 뜻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보고에 따르면 인도는 약 1억3500만가구가 금융서비스에서 제외돼 중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인도의 대규모 미개발 시장을 감안하면 향후 인도 은행산업은 장기적으로 중국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인도시장에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종교적·문화적 차이를 뛰어넘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게 현지 금융당국 및 진출 은행 주재원들의 중론이다.

뉴델리 D 주재원은 "카스트제도가 사라진 지 오래라고 하지만 여전히 종교적 신분 격차가 존재하고 있다"면서 "현재 공무원 조직으로 운영되는 현지 은행의 여건상 계급마다 공무원 비율이 할당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고객보다 높은 신분인 은행 직원이 있는 지점은 '주객이 전도된다'는 말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등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문화·종교적 차이가 여전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은행 지점장은 "모디 정부 출범 이후 그나마 정치적 안정성과 인도 공무원 조직도 변화와 쇄신의 바람을 타고 있다"면서 "관건은 현지화인데, 일본 정부가 인도와의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는 것처럼 우리 정부 역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도 현지 금융당국 관계자도 "인도 정부도 그간 비효율적이었던 금융시장의 지배구조와 부실했던 여신관리 시스템 등을 개선하고 외국 투자자본에 대한 문턱을 낮추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면서 "이에 동조하는 많은 외국계 은행들, 특히 한국이 인도를 바라볼 때 우리와 다르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장기간 쌓을 수 있는 파트너십을 키우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m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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