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Check] "스트레스 때문에 살쪘어" 정말일까?

석혜원 2014. 12. 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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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탄생』_ 김보성 외 지음, 오월의봄 펴냄

슈퍼맘? '슈퍼맨과 같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엄마'라는 뜻 정도 된다. 하지만 결코 엄마는 슈퍼맨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무리한 엄마 노릇을 강요하는 '언어폭력'이라는 시선도 있다.

백일 된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는 머리가 복잡해진다. '너무 안아주면 버릇 나빠진다', '울 때 그냥 두면 성격 나빠진다' 등 난무하는 '카더라' 통신에 기준을 잡을 수 없다. 또 한글과 영어 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3년간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정말 근거가 있는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육아책을 보면 '엄마 노릇'에 대한 조언은 너무나도 많다.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교육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은 엄마들의 역할에 대해 강조한다. 창의력 향상법, 독서 지도법, 놀이 방법까지 다양한 노하우와 모성, 엄마 노릇, 양육의 과업을 더해 '완벽한 엄마'라는 목표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현실에서 '완벽한 엄마'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시대가 만들어내고 때로는 강요하는 '엄마 노릇'만 있을 뿐이다. 책에서는 엄마는 아이를 위해 뭐든 참고 견뎌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엄마 노릇'인지 되묻는다.

세 명의 작가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엄마라는 역할에 무작정 던져졌다. 경험에서 우러난 이들의 대화는 연구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엄마들의 한(恨)과 고독'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가려지고 왜곡돼온 이 시대 엄마들의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 『비만의 역설』_ 아힘 페터스 지음, 이덕임 옮김, 에코 라브르 펴냄

"얼굴 좋아졌네! 요즘 행복한가 봐."

"말도 마. 스트레스 받아서 살쪘어."

스트레스 때문에 살이 쪘다는 친구의 변명, 사실일까?

우리는 주로 많이 먹어서 살이 찌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살이 찌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저자는 그 답을 스트레스에서 찾는다. 사람의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이 체중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두 명의 신입사원이 있다. A는 새로운 환경이 낯설고 어색하다. 업무에 대한 미숙함도 스트레스를 더한다. A는 입사 후 1년 동안 지속해서 체중이 줄고 있다. 또 다른 신입사원 B도 새로운 환경이 어색한 건 마찬가지다. 입사 초기, 여느 신입사원처럼 살이 빠지고 평소 입던 옷이 헐렁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고, 심지어 입사 전보다 체중이 늘었다.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 체중 증가와 감소를 가르는 요소는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력이다.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뇌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가 많아진다.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력이 낮은 A는 늘 '스트레스로 가득 찬' 상황이다. A의 경우 뇌에서 요구하는 에너지를 체내에 축적된 지방이나 근육 조직에서 끌어다 사용한다. 이는 스트레스 반응을 고도로 활성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A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쩍 마르게 되는 것이다.

반면,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력이 탁월한 B는 스스로 적응단계를 거치면서 무뎌진다. 따라서 체내에서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할 필요가 없어진다. 다만, 뇌의 모드가 바뀌면서 음식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더 많은 음식물을 섭취하게 된다. 따라서 장기적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체중이 늘게 된다.

결국, 체중 증가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우리 몸이 손상되는 것을 막는 전략이자, 스트레스 상태를 견디느라 형성된 결과이다.

그렇다면 A와 같은 사람은 한평생 마른 체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아닐 확률이 높다. 신이 내린 몸매도 나이 35세를 넘어가면 힘을 못 쓴다. 마른 체형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배가 나오기 시작한다. 물론 평소보다 많이 먹거나 운동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유독 배에만 살이 찌는 것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지속적인 영향은 신체의 신진대사에 변화를 주고, 체지방이 아닌 복부 지방의 증가를 부른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A의 '코티솔 똥배'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갑자기 찾아오는 심근경색 등 여러 질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히려 뚱뚱한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건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체중 증가는 사회심리적 스트레스가 그 주요 원인이므로, 비만의 문제를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강조한다. 우리의 뱃살이 장시간 스트레스에 노출됐다는 증거라니, 숨기고 싶던 '똥배'가 새롭게 보인다.

◆ 『김태훈의 편견』_ 김태훈 지음, 예담 펴냄

어깨에 고양이 인형을 올리고 '큐티, 섹시, 키티, 낸시, 앙!'을 외치는 이가 있다. 낸시 랭은 자신을 팝아티스트라고 소개하지만, 대중들은 그를 '4차원을 넘어 8차원의 인물', '특이한 연예인' 정도로 인식할 것이다.

배우 곽도원은 만년 악역이다. 영화 '황해', '범죄와의 전쟁', '변호인' 등 그가 보여준 모습은 섬뜩하거나 뻔뻔하다. 특히, 영화 '변호인'에서 배우 임시완을 고문하는 장면은 여러 팬의 분노를 자아냈다.

저자 김태훈은 '편견'이라는 주제를 던진다. 사람들은 몇 가지 이미지와 정보로 상대를 정의한다. 사실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새겨진 첫인상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세상의 '오해와 편견'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사람들이 있다. 연기자나 가수, 소설가, 영화감독 등이 그렇다. 그들의 진짜 모습은 어떨까? 저자는 류승완, 곽도원, 낸시랭 등 '오해받는' 10명을 만나 그들의 진심을 물었다.

'오해받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10명의 스타는 수많은 오해와 편견 속에서도 담담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류승완 감독은 "누가 뭐래도 자신이 찍고 싶은 영화를 찍겠다"고 한다. 악역 전문 곽도원은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토해낸다. 이들과의 인터뷰에는 오해와 편견 뒤에 숨겨진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난다.

책에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고(故) 신해철 씨의 마지막 인터뷰가 담겼다. '독설가', 또는 '마왕' 등의 별명으로 도도하고 삐딱해 보였던 신해철의 진심은 무엇일까? 고인이 남긴 마지막 대화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 음악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남아 그의 진심을 전해준다.

◆ 『스티브를 버리세요』_ 임헌우 지음, 나남 펴냄

스펙 쌓지 마라?! 취업난이 연일 화두로 오르는 이 시기에 웬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소리인가 싶다.

요즘에는 학점과 토익점수, 또 연수 경험 등이 '스펙'이라는 대표 명사로 표현되고 있다. 우리는 740점의 토익점수를 800점으로 올리기 위해, 3.5점의 학점을 4.0대로 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스펙을 쌓는지, 정성을 쌓는지, 각자의 미래를 향해 비슷한 노력을 쌓아 올린다.

하지만 토익점수 60점이 영어 실력 차이를 말해줄 수 있을까? 학점 0.5점이 지식의 차이를 말하고 있을까? 저자는 평준화된 스펙 쌓기 대신 개성을 쌓으라고 조언한다. 도서관에서 취업 서적을 향하던 시선을 돌려 '차별화'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철'도 들지 말란다. '철들다'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여기서 철은 사시사철이라는 말처럼 계절을 뜻한다. 과거 농경시대에는 철, 즉 계절의 변화를 아는 것이 중요했다. 봄에는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는 추수하는 것이 철에 맞는 행동이다. '철들다'라는 말은 '제때에 맞는 행동을 한다'는 의미로, 또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어른으로 인정받았다. 이런 상황과 환경적 의미로 '철들다'라는 말은 어느 순간 '어른이 되다'와 같은 의미로 자리를 잡았다.

어른의 생각은 합리적이고 실패를 면할 수 있겠지만, 세상을 바꾸는 힘은 실패를 무릎 쓴 시도였다. 책에서는 재차 '철부지'가 되라고 강조한다. 사랑을 고백하고 싶다면, 지금 하는 일이 재미없다면, 콘서트에서 마지막 곡이 흐르고 있다면,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철들지 말자.

그렇다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스티브'는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아마도 일차적으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티브 잡스일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 주목하는 대상은 인물 '스티브 잡스'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영웅이나 신화 속 인물을 말한다. 더 나아가 사람들이 쉽게 버리지 못하는 편견이나 고정관념도 '스티브'에 해당된다.

결국, 저자는 기존의 틀과 생각을 버리라고 재차 강조한다. 인생의 선배가 흔들리는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잔잔한 조언이다. 리듬감 있는 문장과 가슴 트이는 사진으로 여백과 여운을 전한다.

석혜원기자 (hey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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