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 이슈] 대법원, 원심 깨고 성폭행 무죄 판결.."그들은 사랑했다"

[이브닝뉴스]

◀ 앵커 ▶

중3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4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대법원은 여중생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이 40대 남성의 주장을 받아들인 건데요,

많은 논란을 야기한 이번 사건, 오늘 이브닝 이슈에서 꼼꼼히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사건의 개요부터 살펴보시죠.

◀ 리포트 ▶

지난 2011년 8월, 연예기획사 대표인 A씨는 병원에 아들 병문안을 갔습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중학생인 15살 B양을 만났습니다.

A씨는 B양에게 연예인이 되게 해주겠다며 접근한 뒤, 며칠 후 승용차에서 B양과 성관계를 가졌고, 그 후에도 관계를 이어갔습니다.

B양은 결국 임신을 했고, 가출해 A씨의 집에서 동거하기도 했습니다.

B양은, 2012년 9월 A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A씨는 여중생과 순수한 사랑을 나눴다고 주장했지만, 법원 1심과 2심은 A씨에게 각각 징역 12년과 9년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B양이 A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와 편지 내용을 볼 때 이는 연인 사이에서 주고받을 법한 내용이라며, 협박과 강압에 못 이겨 성관계를 가졌다는 B양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 앵커 ▶

연예인이 되고 싶은 15살 여중생과 연예기획사 대표인 40대 남성의 만남, 일반적인 잣대로 볼 때 이 둘의 관계를 정상적인 이성 관계라고 믿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은데요.

김대호 아나운서, 이 사건이 처음 일어난 게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이었죠?

◀ 김대호 아나운서 ▶

그렇습니다. 이 사건을 겪으면서 B양은 여자로 보이는 게 싫다면서, 머리도 짧게 자르고 다닌다고 합니다.

B양은 3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 처음 A씨를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와 만난지 8개월 만에 자신이 임신한 것을 알게 됐습니다.

B양은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려운데다 부모님도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여서 차마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가출해 A씨의 집에 들어가 동거를 시작했는데요.

B양과 한 달 정도 같이 살던 A씨는 다른 형사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됐고, B양은 아이를 출산한 뒤 A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 앵커 ▶

이 두 사람의 나이차, 27살입니다.

B양은 법원에서 자신이 성폭행을 당한 뒤 마지못해 이어진 관계라고 주장했는데요,

김대호 아나운서, 그런데 40대 유부남은 둘의 관계가 순수한 사랑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거죠?

◀ 김대호 아나운서 ▶

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며, 두 사람의 순수한 사랑이었다고 주장해왔는데요.

A씨는 2심 재판의 최후진술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좋아했던 이유야 어찌 됐든 미성년자와 관계를 맺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한순간도 본인의 의사에 반해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은 B양이 자신의 아이를 임신해 가출까지 하고 자신의 집에 머물고 있는 기간에 길가는 다른 여성들에게 연락처를 받아내 문자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그중에는 A양 또래의 여중생은 물론 A양보다 어린 초등학생도 있었습니다.

◀ 앵커 ▶

이번 사건은 하급심에서는 법원이 이 남성에 대해서 중형을 선고한 반면, 대법원이 오히려 무죄 취지로 돌려보냈다는 점 때문에 현재 논란이 뜨겁습니다.

그럼 1심과 2심, 또 대법원의 판단, 어떤 부분에서 다른지 쟁점별로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B양이 40대 연예기획사 대표를 이성으로 느꼈는지 여부입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부모 또래의 남성을 며칠 만에 이성으로 좋아해 성관계에 합의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어렵다'고 봤는데요.

하지만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A씨가 다른 형사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돼 있을 때 B양이 보낸 편지에 주목했습니다.

편지 내용에서, 둘이 처음 만난 순간부터 사랑의 감정을 느꼈고 그 감정이 이어진 것으로 보여 강제적인 성관계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이 40대 연예기획사 대표가 교도소에 수감됐을때 B양이 편지를 보낸 이유에 대해서도 시각차를 보였는데요.

1심과 2심 재판부는, B양의 주장, 즉 A씨가 애정표현을 하지 않으면 화를 내서 어쩔 수 없이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는 글이나 드라마 대사, 가요의 가사 같은걸 옮겨 적었다는 B양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에게 보낸 150통의 편지에서 B양이 여러 가지 색의 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고, 스티커 등으로 꾸민 점등을 비춰 봤을 때 B양이 솔직한 감정을 표현한 걸로 보여진다,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 앵커 ▶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직접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 리포트 ▶

◀ 김현정(50) ▶

"자식키우는 입장에서 저도 엄마고 도저히 이해가 될 수 없고. 아무리 사랑이라 자기는 사랑이라 하지만 한순간의 어떤 욕정아닐까요?"

◀ 박 길(32) ▶

"여성분이 그 고발을 한 상태는 자기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 거고 카톡 분위기 가지고만을 사랑의 증거라고 삼기에는 너무 부족한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 유남숙 (77) ▶

"열다섯살짜리가 아기인데 뭐를 알아요. 무죄로 나온게 너무 황당하고 말도 안되는 소리예요. 누구한테 물어봐도 마찬가지일거예요."

◀ 이재호(57) ▶

"미성년자인 소녀가 학생인데 자기가 사랑한다고 사진 몇 장 글을 써 보냈다고 해서 그걸 예로 들어서 연인관계다 이렇게 추정하는 것은 물론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 되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저희들 사회 통념 상 볼 때는 좀 문제가 있지 않나…"

◀ 앵커 ▶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는데요. 그럼 이번 사건에 대해서 전문가 두 분을 모시고 자세한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이선경 변호사 또 이정현 변호사 두 분의 변호사님이 나와계십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첫 번째 질문은 이 40대 연예기획사 대표에게 1심에서는 12년 그리고 2심에서는 지금 9년이 선고됐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는 전혀 다른 판결을 내렸단 말이죠. 왜 그런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정현 변호사님 말씀해 주시죠.

◀ 이정현 변호사 ▶

이 사건은 유일한 증거가 피해자의 진술 단 하나거든요. 결국 1, 2심, 대법원까지 쟁점은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피해자가 그 남성을 만나기 전에 또 그 만난 후에 계속해서 문자 내용을 보낸 것들이 많이 있는데 거기서는 굉장히 남편이라는 표현, 오빠라는 표현, 사랑한다는 표현 이런 것들이 계속 있었고 또 다른 사건으로 이 남성이 구속이 되죠. 구속 이후에는 거의 매일 접견을 갑니다. 그리고 또 거의 매일 편지를 쓰고 또 인터넷 서신을 보내는데 그 내용들이 굉장히 그 남성을 위하는 내용이에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 싶다. 건강해라, 힘내라 이런 내용들로 볼 때 이 피해자의 어떤 강압에 의한 성관계 주장은 믿을 수가 없다, 1, 2심에서는 믿을 수 있었지만 대법원에서는 결국 그 피고인 남성 쪽의 연인관계라는 주장을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 앵커 ▶

그런데 굉장한 나이 차가 있단 말이죠. 만난 지 며칠 안 돼서부터 처음부터 성관계를 맺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 이선경 변호사 ▶

일단은 지금 이 대법원 판결은 대단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저는 과연 대한민국에서 이런 자를 벌을 하지 못한다고 하면 누구를 처벌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좀 듭니다. 일단 우선 좀 정리를 해야 될 것이 뭐냐 하면 이 사건 당시 피해자 15살이었고요. 그 남성이 42살이었습니다. 27살의 나이 차이였던 것이고. 그런데 8월 13일경에 만나고 불과 며칠 만에 그 남성을 따라서 그 남성의 차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자발적으로. 이것을 과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냐 라는 거죠. 그래서 우리 법에서는 아동청소년에 대해서는 아주 미약한 위령만 있다 하더라도 폭행 협박에 준하는 걸 하고 있고요. 그리고 또 무엇보다 지금 편지 보낸 것 보고 착각을 하실 우려가 있는데 이 사건 피해자가 편지 보내고 면회를 간 건 뭐냐하면 이 친구가 피고인의 집에 들어가 있었는데 이 사람이 다른 죄로 감옥에 갔단 말이죠. 다른 죄로 감옥에 가 있었고 그러면 뭘 봐야 되냐면 이때 당시 이 친구가 15살입니다. 그런데 임신을 했어요. 배가 불러오죠. 그런데 집을 나와 있는 상태고요. 이 아이의 부모님은 사실은 부모님 양쪽 다 아프시고요. 지병이 있는 상태였고 기초생활수급자였습니다. 즉 이 친구는 돌아갈 집이 없었어요. 그러면 뭐에만 기댔냐면 아이 아빠가 감옥에서 나와서 자기와 아이를 책임져주기를 기댈 수밖에 없고요. 이른바 심리적인 공황상태입니다. 그래서 이 모든 조건이 이 아이로 하여금 피고인이 편지 보내라 하면 편지 보내게 되고 면회 오라고 하면 면회를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거고요. 그래서 비로소 이 친구가 언제 신고했냐면 아이를 출산하고 난 다음에 이 임신과 출산의 공포에서 벗어난 다음에 그다음에 자신의 강간사건을 신고하고 사건이 시작이 된 거거든요. 그래서 마치 강간으로 고소한 이후에도 편지 보내고 면회 온 것처럼 오해하실까 봐 그것이 대단히 우려스럽고 아이가 편지를 보낸 그 상황들을 이해를 할 필요가 있고요. 또 이 사건 항소심하고 1심에서 이게 분명히 다루어졌습니다, 이 편지가. 항소심재판부가 뭐라고 했냐면 첫째, 무엇보다 편지를 보낸 이것은 사건 이후의 정황이다. 강간을 당하고 임신한 이후의 정황이기 때문에 사건 당시의 것을 볼 수가 없다라는 얘기를 했다는 거죠.

◀ 앵커 ▶

이선경 변호사님의 얘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여러 가지 얘기를 해 주셨어요. 지금 이 40대 남성과 아직까지 미성년자인 이 15살 여중생의 관계를 지금 정상적인 연인관계로 볼 수 있느냐. 지금 그것을 1심, 2심 또 그리고 대법원에서 이것을 놓고 보고 있는 건데 이에 대해서 먼저 이정현 변호사님 어떻게 보시나요?

◀ 이정현 변호사 ▶

일단은 이런 연인관계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죠. 도덕적으로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한 것인데요. 그렇지만 법은 또 다르거든요. 법은 또 우리 형사재판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잖아요. 그런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주 형량이 높은 중대한 범죄들. 살인죄, 성폭력에 관한 범죄들에 있어서는 굉장히 강력하게 적용이 되거든요. 쉽게 말씀드리면 검사가 어떤 판사에 의문이 들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입증을 해야만 처벌을 할 수가 있어요. 1, 2심에 나온 형량을 봐도 알 수가 있죠. 9년, 12년까지 나왔잖아요. 무죄가 되는 경우에는 제로가 된다는 것이거든요. 그만큼 굉장히 한 사람의 인생이 왔다갔다하는 문제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도덕적인 잣대보다는 어떤 형법상의 형사소송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 앵커 ▶

여기에 대해서 할 말씀이 많으실 것 같은데 일단은 저희 시간관계상 간략하게. 저는 일단 궁금한 게 이런 경우에 서로 연인관계인 걸 다 떠나서 이렇게 굉장히 미성년자인데 미성년자 약취 유인죄가 해당이 안 되는지 저는 그게 궁금하네요.

◀ 이선경 변호사 ▶

그게 항소심까지는 전부 인정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에서 그 부분도 파기가 되었던 것인데요. 자세한 정황은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고 어쨌든 이 경우에 있어서 이 친구가 임신을 했다고 밝히니까 피고인이 나한테 연락하지 마라 그랬고 아이가 출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해를 하고 그러니까 그 사진을 보고 다시 연락해서 그럼 나와라,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유인해서 끌어냈기 때문에 이것도 역시 마찬가지로 약취 요인이 인정되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앵커 ▶

정말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있는 이번 사건 두 분의 설명 잘 들었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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