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국제시장'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위대한 이야기

눈물없이 볼 수 없는 감동 대작이다. 손수건을 갖고 간다면, 아마도 10개쯤 가져가야 겨우 흐르는 눈물을 닦을 수 있을 것 같다.
'천만감독' 윤제균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국제시장'이 24일 서울 CGV 왕십리에서 언론시사회를 열고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국제시장'은 19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사람들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재조명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그때 그 시절'을 생생하게 재현해낸 풍성한 볼거리는 물론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웃음과 감동의 드라마를 담았다.
캐스팅도 화려하다. '너는 내 운명'부터 '신세계'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독보적인 연기력을 과시해온 대한민국 대표 배우 황정민이 한국전쟁 때 헤어진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덕수 역을 맡았고, 국내는 물론 할리우드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김윤진이 덕수의 동반자 영자 역을 통해 황정민과 부부로 연기호흡을 맞췄다.
또한 '7번방의 선물', '도둑들', '변호인' 등 천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낸 오달수가 덕수의 가족 같은 친구 달구 역으로 유쾌한 웃음을 책임지며, 정진영, 장영남, 라미란, 김슬기 등 탄탄한 연기내공과 개성을 갖춘 한국영화계의 보석 같은 배우들이 총출동해 덕수의 가족으로 환상의 연기 앙상블을 펼쳤다.
'국제시장'은 하얀 나비를 따라 현재의 부산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제는 다 늙어 백발의 노인이 된 덕수, 그리고 그의 옆을 지키고 있는 인생의 동반자 영자와 함께, 부모가 된 덕수의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을 하나둘 보여주면서 시작을 알린다. 이 장면만 보면 대한민국 평범한 가정의 모습과 다름 없는 평온한 풍경이지만, 손녀의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은 어땠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영화는 1950년대 치열한 삶을 시작해야만 했던 덕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1950년 12월 흥남부두 철수작전의 피난길, 여동생과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했던 절박했던 덕수의 모습이 등장한다. 아직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어린 나이지만,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이 되어야만 했던 덕수의 고달픈 삶을 마주했다. 이후 덕수네 가족은 전쟁통에서 살아남아 고모가 운영하는 부산 국제시장의 수입 잡화점 '꽃분이네'로 가게 되고, 평생지기 달구를 만나 파란만장한 삶을 시작한다.
그후 남동생의 대학교 입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이역만리 독일에 광부로 떠나고, 여동생의 결혼과 어려웠던 집을 되살리기 위해 베트남전 기술근로자로 떠나고, 잃어버린 아버지와 동생을 찾기 위해 이산가족 찾기에 나서는 등 영화 속에 펼쳐지는 이야기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한 남자의 반세기 일생을 관통해서 보여주기에 자칫하면 이야기가 복잡하게 그려질 수 있었지만, 윤제균 감독은 과거와 현재를 절묘하게 넘나들며 거대한 이야기를 촘촘하게 담아냈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내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의미있는 126분을 만들어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명장면은 이산가족 상봉 장면. 1983년 6월 KBS TV에서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라는 타이틀로 방송됐던 이산가족 찾기 현장을 스크린 속에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자신의 아버지와 여동생을 찾기 위해 TV에 출연한 덕수. 영화는 수없이 눈물을 짜내지만, 이산가족 상봉 장면이야말로 최고의 눈물을 자아낸다. 지금도 그 장면을 떠올리면 눈시울이 저절로 붉어질 정도로, 이는 '국제시장'만이 보여줄 수 있는, 윤제문 감독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명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다.
뿐만 아니다. '국제시장'에는 감동을 자아내는 명장면들로 가득했다. 파독광부 시절 죽음의 문턱에서 가족을 향한 사랑을 되새기는 모습, 그곳에서 평생의 동반자 영자를 만나 한 여자의 남편이 되는 모습,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었지만 다시 가족을 위해 베트남 전쟁터로 떠나야만 했던 고달픈 삶, 그리고 '꽃분이네'에 담긴 남다른 의미까지… 셀 수 없을 정도. 그러면서 영화는 깨알 같은 웃음들도 챙겼다. 역사 속 인물들을 하나하나 등장시키면서, 웃음과 눈물을 조화롭게 버무려냈다.
끝으로 믿고 보는 배우진의 열연에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먼저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아버지 덕수를 연기한 황정민, 덕수의 영원한 동반자 영자를 연기한 김윤진은 그야말로 덕수와 영자 그 자체였다. 20대부터 70대까지 일대기를 소화해내야 하는 어려운 연기에 도전했지만, 그들은 욕심부리지 않고 덕수와 영자의 모습에 충실했다. 덕분에 CG 이상의 감동과 여운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최고 흥행 보증수표'로 주목받고 있는 오달수도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며 관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덕수의 아버지 정진영, 덕수의 어머니 장영남, 덕수의 고모 라미란으로 이어지는 명품배우 라인은 극의 품격마저 높였다. 이들의 연기 조합 덕분에 '국제시장'이란 거대한 프로젝트가 좋은 결과물로 탄생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기분 좋은 웃음과 애잔한 눈물이 공존했던 '국제시장'. 따뜻하다 못해 뜨겁고 진한 감동이 올 연말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 12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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