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만화가 사미르 다마니 "가장 흥미로운 곳은 지하철"

2014. 11. 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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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까지 '사미르, 낯선 서울을 그리다' 전시회

[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한국에서 지하철을 타고난 후 '빨리빨리 문화' 이해하게 됐죠."

프랑스 만화가 사미르 다마니(32)는 요즘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에서 '사미르, 낯선 서울을 그리다' 원화 전시회(11월 30일까지)를 열고 있다. 전시장에 걸린 원화에는 이방인의 시점에서 바라본 서울의 일상이 빼곡하다.

다마니는 작년 여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한 해외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당선된 이후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해 서울의 풍경과 사람을 붓과 펜으로 그렸다. 이 프로젝트는 최근 단행본 '사미르, 낯선 서울을 그리다'(서랍의 날씨)로 출간되기도 했다. 다마니를 지난 16일 서울도서관에서 만났다.

다마니는 2008년 고고학(리옹대학교)에서 만화(앙굴렘 유럽고등 이미지학교)로 전공을 바꾼 후 도시라는 거대 공간에 흥미를 느꼈다. 처음 화폭에 담은 도시는 뉴욕이었다. 그러나 앙굴렘에서 한국인 유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서울로 관심이 옮겨갔고 2012년 이번 작업을 구상했다.

"당시 한국인 친구들이 서울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여줬는데, '서울은 젊은 도시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죠. 전쟁 등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문화를 꽃피운 점과 서양의 미디어에서 많이 다루지 않은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장소를 한국이 아닌 서울로 특정지은 건, 관심의 초점이 남북관계로 바뀌지 않을까 우려됐기 때문이고요."

다마니가 직접 보고 느낀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한국에서 지하철을 타고난 후 '빨리빨리 문화'를 이해하게 됐다"고 웃었다. "지하철역에서 문 앞에 서 있다가 문 열리면 재빨리 빈 자리를 공략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낯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해해요.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보니 앉아야 하는 거죠."

다마니는 버스보다 지하철을 애용한다. "낯선 곳을 찾아가기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관찰하는데 있어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버스에서는 사람들 뒤통수만 보이잖아요. 그에 반해 지하철은 사람들 옷차림이나 행동을 한 눈에 볼 수 있죠." 그래서 서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도 "지하철"이다. "작가적인 관점에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가 가장 좋은 곳이죠."

그림을 그릴 장소는 지하철 안내지도를 보고 무작위로 골랐다. "제 마음에 드는 역에서 내려서 산책하다가 그림을 그리는 식이죠. 따로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으면 시각, 청각, 후각 등 모든 감각기관을 열어놓고 걷게 되니까 새로운 것을 발견할 가능성이 더 많아요."

"닭강정, 떡볶이 같은 음식을 직접 요리해 먹는다"는 그는 한국의 술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프랑스인의 시각에서 봤을 때 분명 한국인의 술 소비는 많아요. 그러나 술을 많이 마시는 것도 그 나라의 문화이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의 잣대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다만, 한국 사회에서 술은 일정 부분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회가 되면 한국의 술문화를 소재로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다마니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이 귀국한 후 한국 생활에 재적응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에 관한 이야기다.

한국사회의 현안에 관심이 많은 그는 "한국사회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거거플, 남성 위주 사회에서 고군분투 하는 직장여성, 며느리, 엄마, 아내 등 슈퍼우먼의 삶을 강요받는 워킹맘에 관한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방인의 시각이 늘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외부인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한국적인 사고방식을 배우면 저 또한 프랑스에 대한 관점이 달라질 수 있겠죠."

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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