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드러낸 또 다른 춘향..

2014. 11. 1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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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거장 '서반' 파격적 안무·의상·대사고전에 새 생명력 불어넣기 '대담한 실험'국립극장 20일부터 창극 '다른 춘향 ' 공연

덩실덩실 어깨춤이 전부였던 국립창극단 단원들의 몸짓은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손길을 거쳐 섹시댄스까지 이르렀다. 정절의 아이콘이었던 춘향은 붉은 치마에 노란 저고리 대신 튜브톱(어깨를 드러낸 상의) 드레스로 갈아입는다.

세계적인 오페라ㆍ연극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71·작은사진)이 한국의 고전 '춘향전'을 뒤집어 제목 그대로 '다른 춘향'을 선보인다. 서반은 기존의 '춘향전' 공연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안무, 의상, 대사를 시도한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 배우 김희선이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춘향전' 등을 통해 '춘향전'은 대중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해진 소재다. 서반은 자칫하면 식상할 수도 있는 춘향전을 새롭게 만들기 위해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옮겼다. 반면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사랑가), "쑥대머리~" 등 춘향전에 등장하는 노래들은 전통을 그대로 살렸다.

▶파격적인 대사ㆍ안무ㆍ의상=지난 11일 '다른 춘향' 연습이 한창 진행 중인 국립극장 내 연습실에 들어서는 순간 "동성애도 사랑이다. 동성간 결혼을 허락하라"는 대사가 들려왔다. 순간 "연습실을 잘못 찾아왔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보니 남원으로 새로 부임한 변학도의 출근길에 시위대들이 동성 결혼과 휴일 근무 수당 등 각종 요구사항을 외치는 장면이었던 것이다.

반면 변학도는 "춘향이가 남원의 에이스라던데"라며 기생을 먼저 찾았다. 그러자 기생들이 가야금과 북 장단에 맞춰 패션쇼장 런어웨이에 선 모델처럼 워킹을 하며 등장했다.

평소같으면 한복으로 가려졌을 늘씬한 몸매의 창극단원이 섹시댄스를 추며 등장하자 동료 단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기생들은 엉덩이를 흔들고 살랑살랑 손짓을 하며 변학도를 유혹했다. 이때 서반은 기생들이 등장할 때 비슷한 음악이 반복된다고 지적하며 "강남스타일을 넣는 것은 어떠느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서반은 단원들이 노래할 때 "얼씨구"라는 추임새도 잊지 않았다.

이어진 대사 연습에서 변학도역을 맡은 최용석이 "10년쯤 썩어 봐~야 정신을 차릴래?"라며 개그콘서트의 유행어를 흉내내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반면 춘향역의 정은혜는 곤장을 맞는 장면에서 목에 핏대를 세우며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

연습실 한쪽 벽면에 붙어있는 의상 스케치도 눈이 휘둥그레지게 했다. 춘향이는 튜브톱 드레스를 입었고, 월매는 붉은 투피스를 입고 마담뚜와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변학도는 줄무늬 혹은 흰색 양복을 빼입고 중절모를 썼다. 몽룡은 헤드폰을 낀 날라리였다.

(왼쪽부터)날라리 몽룡, 섹시 춘향, 건달풍 변학도, 마담뚜풍 월매

▶전통과 현대의 만남=지난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무가 안은미는 "우리는 외국 사람이 와서 흐트러뜨리는 것은 싫어하고 전통에 손대면 큰일 나는 것처럼 여기고 있다"며 "셰익스피어의 '햄릿'처럼 전세계 연출가들이 침흘리는 작품을 만드려면 국립창극단의 '다른 춘향'처럼 외국인 연출가들을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창극단은 '대변신'을 넘어 '혁신'을 추구하고자 서반을 초빙했다. 서반은 지난 1984년 플라시도 도밍고를 캐스팅해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투란도트'을 연출하는 등 전세계 유명 극장에서 성공을 거둔 연출가다. 서반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이전의 춘향과 같을 것이라면 내가 연출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존 춘향전에서 춘향은 일편단심으로 절개를 지키는 여인이고, 몽룡은 백마탄 왕자다. 반면 서반이 그리는 춘향은 "내가 절도를 저질렀나, 살인을 했냐"라며 자신을 감옥에 가둔 변학도에게 대드는 당당한 여인이다. 반면 몽룡은 클럽을 좋아하는 철부지에서 검사가 된 뒤 춘향은 잊고 지내며 국회의원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시위대들은 풍자를 담당한다. 시위대들은 "배가 뒤집히고 땅이 꺼지고 건물이 무너져서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이렇게 목숨이 붙어있는 것을 감사하며 살아야 하느냐"고 꼬집기도 한다. 민은경, 이소연과 함께 춘향역을 맡은 정은혜는 "기존 창극에 익숙했던 관객들은 처음에 당황하실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춘향전의 핵심인 사랑은 현대인에게 친숙한 대사 등으로 유머러스하게 풀어냈지만 음악은 우리 고유의 정서를 담아 더욱 깊이를 더했다"고 말했다.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은 오는 2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해 오는 12월 6일까지 공연한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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