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의 건강편지>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누르는 사회

2014. 11. 14.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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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워요. 상쾌해서, 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운 게 아니라, 얕고 덧없어요. 경박해요. 은은한 빛, 깊은 목소리는 멀어지기만 하고….

인터넷에서는 왜 '~~ 여신 외모,' '~~ S자 몸매' 등 외모 타령과 유명인 엿보기가 고갱이가 되고 있을까요? 사람들은 왜 TV를 켜면 재미 말고는 어떤 의미도 찾기 힘든 말초적 프로그램에 들뜰까요? 요즘엔 종합편성 채널의 경쟁 때문인지 경박함이 더욱 더 강렬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뉴스도, 대담 프로그램도 가볍고 얕아요. 세상이 말초적 감각의 수렁에 빠져 있어요. 대한민국이 선잠의 단꿈에 취해 있는 것은 아닐까요?

돈과 숫자, 외모의 뒷자락에서 교양, 염치, 경청, 침묵, 은은, 관조, 고전…, 이런 말들이 구년묵이가 되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사랑도, 관계도 인스턴트여서 은은한 눈길, 그윽한 기다림은 클래식이 돼 버렸지요. 우리스스로 허버트 마르쿠제가 말한 '1차원적 인간'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애써 눈감고 있는 건 아닐까요?이 가을 지하철에서도 책장 넘기는 소리를 듣기가 힘드네요. 우리라도 깨어야겠지요. 고개 들어 가을이 겨울로 넘어가는 발자국 소리, 사람들이 두런대는 소리를 들어봐요. 눈을 감고 내 본능과 이성이 곁고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봐요, 조용히, 조용히.어느날 갑자기 망치는 못을 박지 못하고 어느날 갑자기 벼는 잠들지못 한다 어느날 갑자기 재벌의 아들과 高官의 딸이 결혼하고 내 아버지는예고 없이 해고된다 어느날 갑자기 새는 갓낳은 제 새끼를 쪼아먹고카바레에서 춤추던 有婦女들 얼굴 가린 채 줄줄이 끌려나오고 어느날갑자기 내 친구들은 考試에 합격하거나 文壇에 데뷔하거나 美國으로발령을 받는다 어느날 갑자기 벽돌을 나르던 조랑말이 왼쪽 뒷다리를삐고 과로한 운전수는 달리는 버스 핸들 앞에서 졸도한다어느날 갑자기 미루나무는 뿌리째 뽑히고 선생은 생선이 되고 아이들은발랑까지고 어떤 노래는 금지되고 어떤 사람은 수상해지고 고양이 새끼는이빨을 드러낸다 어느날 갑자기 꽃잎은 발톱으로 변하고 처녀는 養老院으로가고 엽기 살인범은 불심 검문에서 체포되고 어느날 갑자기 괘종시계는멎고 내 아버지는 오른팔을 못 쓰고 수도꼭지는 헛돈다어느날 갑자기 여드름투성이 소년은 풀 먹인 군복을 입고 돌아오고조울증의 사내는 종적을 감추고 어느날 갑자기 일흔이 넘은 노파의 배에서돌덩이 같은 胎兒가 꺼내지고 죽은 줄만 알았던 삼촌이 사할린에서 편지를보내 온다 어느날 갑자기, 갑자기 옆집 아이가 트럭에 깔리고 축대와 뚝에금이 가고 月給이 오르고 바짓단이 튿어지고 연꽃이 피고 갑자기,한약방 주인은 國會議員이 된다 어느날 갑자기, 갑자기 장님이 눈을 뜨고앉은뱅이가 걷고 갑자기, ×이 서지 않는다.어느날 갑자기 주민증을 잃고 주소와 생년월일을 까먹고 갑자기,왜 사는지 도무지 알 수 없고그러나 어느날 우연히 풀섶 아래 돌쩌귀를 들치면 얼마나 많은 불개미들이꼬물거리며 죽은 지렁이를 갉아먹고 얼마나 많은 하얀 개미 알들이 꿈꾸며흙 한 점 묻지 않고 가지런히 놓여 있는지&lt;이성복의 '그러나 어느날 우연히' 전문&gt;

오늘의 건강팁 - 은은한 행복을 위해 해보세요!

①나의 꿈은 무엇인지 생각해 봐요. 나의 행복은 무엇인지.②고마운 사람, 감사한 것을 떠올려 보세요.③책을 펼쳐 봐요, 아무리 바빠도.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없으면 서점에 들러 봐요.④좋아하는 CD나 LP를 켜세요. 라디오라도 켜서 좋은 음악을 들어봐요.⑤누군가를 도울 방법을 생각해보고, 작은 것이라도 실천해 봐요. 오늘 당장.⑥자기 전이나 일어나서 명상이나 복식호흡을 해보세요.

오늘의 음악

첫 곡은 잠 든 마음을 깨우는 바이올린 곡입니다. 1924년 오늘 태어난 레오니드 코간의 연주로 피가니니의 칸타빌레 들어보시지요. 둘째 곡은 1970년대 영남권의 인기 DJ 도병찬 씨가 퍼뜨린 곡입니다. 1949년 오늘 태어난 제임스 영이 기타리스트로 활약하는 '스틱스'의 'Suite Madame Blue'입니다. 피가니니 칸타빌레'> - [레오니드 코간]Suite Madame Blue'> - [스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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