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 "손악보 그리며 처음 음악하던 떨림 찾고 싶었죠"

2014. 11. 1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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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7집 '다 카포' 18일 발표.."토이 앨범은 '민폐', 객원 가수에 감사"

토이 7집 '다 카포' 18일 발표…"토이 앨범은 '민폐', 객원 가수에 감사"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데뷔 20주년이 되는 올해 7년 만의 새 앨범 발표를 목전에 둔 싱어송라이터 유희열(43)은 처음에는 조금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정식 발표에 앞서 마련된 음악감상회에서 그는 "지금 마치 벌거벗은 기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스피커에서 작업의 결과물이 흘러나오자 이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노래를 이룬 다양한 요소들을 진지하게 설명해 나갔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공연장에서 진행된 '토이' 7집 '다 카포'(Da Capo) 음악감상회에서 유희열은 "처음 음악을 했을 때의 떨림을 되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은연중에 마음속에 현역 선수 같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면서 "이전 앨범에서 '무심타법'이었다면 이번에는 배트를 강하게 쥐고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차이를 짚었다.

유희열의 1인 프로젝트 밴드인 토이는 1994년 1집 '내 마음속에'로 데뷔해 지금까지 총 여섯 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유희열은 그동안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걸', '좋은 사람', '뜨거운 안녕', '여전히 아름다운지' 등 히트곡으로 남다른 감성을 뽐내며 가요계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했다.

새 앨범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궁금했는데, 그는 앞선 6집을 만들 당시 '마지막 앨범'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토이뮤직의 홈페이지를 만든 친구가 당시 세상을 떠나면서 조금 충격을 받았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땡큐'를 만들면서 '더는 음악을 안 할 수도 있겠구나'란 마음이 들었는데 그렇게 7년이 지났죠."

그는 "나는 노래를 못 부르니 누군가 연기를 해줘야 하는데, 다들 점점 더 바빠지는 싱글 시대에서 '계속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시간을 내줘서 작업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고마움도 드러냈다.

그는 "예전에 처음 음악을 했을 때의 떨리는 마음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 카포'라는 이름을 정했다. '악보 처음으로 돌아가라'라는 의미인데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고 그런 차원에서 컴퓨터가 아닌 손악보를 그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6집 '땡큐'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앨범에는 모두 13곡이 수록됐다.

타이틀곡 '세 사람'을 비롯해 그 특유의 소소한 서정미를 뽐내는 노래들이 가득하다. 개성파 보컬리스트들과 작업했으면서도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온전히 지켜냈다는 점에서 내공이 느껴진다.

그동안 쟁쟁한 객원 가수들이 앨범에 참여해온 것처럼 이번에도 최고의 스타 보컬리스트를 모았다. 이적, 김동률, 성시경, 다이나믹듀오, 선우정아, 김예림, 이수현(악동뮤지션) 등이 노래를 불렀다.

'세 사람'의 보컬은 성시경이 맡았다. 유희열은 "성시경 군이 가벼운 마음으로 노래 부르러 왔다가 실패했다. 그러더니 이 곡을 위해 담배를 끊겠다고 했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정말 열흘간 끊고 왔다. 그렇게 완성해서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 곡은 '좋은 사람'의 10년 후 버전 같다. 그는 "죽도록 사랑한 사람은 아니더라도 좋은 기억으로 스쳐 지나간 사람이 결혼한다고 하면 약간 가슴이 이상하지 않나. 나도 경험이 있어서 그런 느낌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또 이 곡을 쓰면서 '내가 제일 잘하는 게 이런 스타일이구나'란 생각에 기뻤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면서 감성이 사라져서인지 그간 마음에서 우러나온 곡을 쓰기 어려워 누군가 토이표 발라드를 써달라고 하면 모두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는 "발라드에는 여러 스타일이 있다"며 "김동률 발라드는 몽골 초원이 생각날 정도로 대륙적이다. 또 SG워너비의 발라드는 가슴을 후벼파는 발라드다. 반면 나는 보통 '울면서 달리기'라고 표현하는데 눈물을 보여주지 않는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비교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1990년대 대표적인 뮤지션인 이적, 김동률이 함께 작업한 것이 특이점이다. 유희열은 "되게 묘한 기분이었다. 한 앨범에 같이 이름이 올라건 건 처음인데 나이를 먹어서인지 뾰족한 부분이 사라지고 동글해지면서 가능했던 것 같다"고 변화를 짚었다.

그는 "토이 앨범은 '민폐'(웃음)"라면서 "이분들도 그렇고 아메바컬쳐나 뮤직팜 등 주변 기획사의 뮤지션분들에게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분들이 없었으면 작업을 못했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번 앨범에서 관심을 끌었던 요소의 하나는 유명 래퍼들의 참여다. 때문에 앞서 '유희열이 힙합에 도전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절대 힙합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노래가 힙합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저는 힙합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합니다. 다이나믹듀오가 참여한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곡은 가장 실험적인 곡인데, 오히려 퓨전 재즈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여성 래퍼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유희열은 "의도하진 않았는데 곡을 쓰다보니 여성이 부를 수밖에 없는 곡들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인업에 김연우, 김형중 씨가 없어 아쉬워하고 실망하신 분들이 있다. 배신했다는 분들도 있더라"면서 "그분들과 작업한 곡도 있는데 이번 앨범에 수록하기에는 색이 달라서 다른 한켠으로 밀어두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최근 가장 존경하는 뮤지션'이라는 선우정아가 부른 '언제나 타인'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가장 흥미롭게 힘을 줘서 작업한 곡이에요. 가사부터 뭔가 끈적거리는데, 성인들의 결핍된 사랑, 어떻게 보면 '불륜'일 수도 있는 사랑의 내용을 담았죠. 처음 나온 가사는 너무 야해서 정아 씨가 민망해서 못 부르겠다고 해 나중에 순화했죠. 나이 때문인지 제가 들으면 가장 마음 아픈 곡입니다."(웃음)

마지막 곡인 '취한 밤'은 최근 세상을 떠난 고(故) 신해철을 떠올리며 만든 노래다. "사진 작가님과 작업을 하다가 형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일을 접고 밤새 술을 먹었다. 취해서 집에 와서 끄적이다가 곡을 만들었다"고 설명하는 그의 표정에 그늘이 졌다.

"직업이 잔인하다고 생각했어요. '해철이 형은 세상을 떠났지만 나는 그 감정으로 곡을 쓰고 있구나' 여러 생각이 들었죠. 시간이 지나고 나니 '형은 가는 상황에서도 한 곡을 주고 가는구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반적으로 음악의 '주연'을 보컬이라고 할 때 상대적으로 그 자리에서 빗겨난 자리에서 존재감을 쌓아온 그는 인상적인 '크레딧(작품 참가자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보도자료에서도 이름을 언급하는 순서를 통해 참여 비중을 엄격하게 구분했다.

"요새 크레딧이 중요하지 않게 되고 주인공만 기억하는 것 같아요. 저는 세션 출신으로 시작해서인지 가수도 중요하지만 누가 연주했는지 믹싱했는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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