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프라이데이.. 안 하면 안 했지 한 번만 하고 그만 둘 수는 없다는 해외직구 결정의 날
해외 쇼핑몰 직접구매(직구)를 많이 해온 김영란씨(32·가명)는 요즘 '열공' 중이다. 20일 앞으로 다가온 '블랙프라이데이' 때 65인치 발광다이오드(LED) TV를 구입하기 위해 인기 모델 기능과 가격, 설치 방법이나 추가비용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11월 넷째주 금요일(11월28일)이자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블랙프라이데이에는 미국 유통업계가 연중 최대 할인행사를 연다. 할인율은 40~60%이나, 최대 90%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품목도 있다.
직구 8년차인 김씨도 TV를 구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가인 데다 배송 과정에서 파손될 수도 있어 쉽게 도전하지 못했다. 최근 한 전자제품 업체가 해외에서 구입한 TV의 국내 무상수리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는 소식에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결심했다. 운송비와 관세(8%)·부가세(10%) 등을 합쳐도 국내보다 30% 이상 싸게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에는 미국 아마존닷컴에서 2400달러짜리 삼성전자 60인치 LED TV가 절반 가격인 1197달러에 나왔다"며 "이렇게 가격이 싸니까 '직구를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 해외직구 2조원 시대 눈앞에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국내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직구 거래액은 2011년 5360억원(5727건), 2012년 7951억원(7945건), 지난해 1조1356억원(1만1356건)으로 증가세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7538억원(7276건)에 이른다.
블랙프라이데이는 1월까지 이어지는 연말연시 쇼핑의 시작으로, 연내 해외직구 시장이 2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직구는 외국을 자주 오가거나 영어를 잘하는 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이젠 컴퓨터만 할 줄 알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인식되고 있다. 직구는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해 제품을 직접 구입·배송받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최근 해외 상품 구매와 배송을 원스톱으로 책임져주는 구매대행부터 현지 배송대행을 거치지 않고 해외 쇼핑몰에서 직접 국내로 배송해주는 직배송까지 양태가 다양해졌다. 비타트라(www.vitatra.com)와 아이허브닷컴(www.iherb.com) 등 직배송 사이트는 한국어 서비스까지 해줘 초보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지난 6월 배송비를 포함한 상품 가격이 200달러 이하일 때 관세를 면제하는 통관 대상이 의류·신발 등 6개에서 식·의약품을 뺀 전체 소비재로 확대됐다.

■ 의류·가전·생활용품에 이어 혼수까지
직구 커뮤니티에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뭘 사야 하나요" 같은 질문이 계속 올라온다. 주로 "여러 쇼핑몰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제품의 가격과 디자인을 살펴본 뒤 미리 쇼핑 목록을 만들어두라"는 댓글이 달린다. "무엇보다 '총알 장전'(현금 확보)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충동구매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지갑을 두둑이 하라는 얘기다.
해외배송대행업체 몰테일의 최근 몇년간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사이먼데이(추수감사절 연휴 후 첫 월요일) 기간 배송대행 현황을 보면 2012년 2만7000건에서 지난해에만 4만건으로 48% 상승했다. 지난 한 해 배송한 110만건 중 불과 4일 동안 3.6%가 이뤄진 것이다. 올해는 8만건의 배송 주문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의류와 신발·가방 등 잡화가 가장 인기 있다. 국내 수입된 제품 가격과 비교했을 때 가장 차이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직구로 가장 많이 구입하는 제품은 미국 의류 브랜드 '갭'의 맨투맨 티셔츠였다. 국내에서는 5만원대에 살 수 있지만 직구로는 2만원대 중반이면 구입할 수 있다.
국가별 선호 품목도 다르다. 미국 쇼핑몰에서는 주로 패션·잡화 등을 산다면 일본에서는 식기·주방용품 등을 많이 구입한다. 요즘엔 '하오니코' 헤어 클리닉 제품 직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독일에서는 캡슐 커피나 에스프레소 머신 등 생활가전이나 주방용품 등을 직구한다. 특히 '지멘스' 전기레인지는 국내에선 200만원 후반대에 판매되지만 직구로는 70만원대에 살 수 있어 최근 혼수품으로 장만하는 경우가 많다.
■ 결제는 원화보다 달러로·소비세도 확인
직구 달인들은 기본만 알아도 낭패를 보는 일이 적다고 조언한다. 블랙프라이데이에는 접속자 폭주로 사이트 접근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상품 구입을 원하는 쇼핑몰에 미리 가입해야 한다. 지메일 같은 해외 e메일 계정을 이용하는 게 좋다. 쇼핑몰들이 주문내역을 비롯해 할인쿠폰이나 코드를 e메일로 보내는데 간혹 한국 계정에선 스팸 처리되곤 한다. 갭·짐보리 등 인기 쇼핑몰들은 신규 가입 시 할인쿠폰을 주기 때문에 최소한 하루 전에 가입을 완료해야 한다.
미국은 주별로 소비세율이 다르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뉴저지에선 의류와 신발은 면세 품목이지만 화장품과 가방에는 소비세가 붙는다. 캘리포니아는 식료품에 소비세가 붙지 않고, 부피 적용을 하지 않아 장난감처럼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제품을 살 때 유리하다.
결제는 원화보다 달러로 하는 게 좋다. 원화로 결제하면 이중으로 환전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의약품 및 건강보조식품이나 도검·총기 등 무기류, 성인용품 등은 수입 금지 물품이다. 블랙프라이데이 때는 저렴한 가격 탓에 예상보다 많은 상품을 구매하게 되기 때문에 관·부가세, 세금 등을 주의해야 한다. 각각 다른 사이트에서 구입했더라도 같은 날 한국 세관에 도착하면 합산 과세가 될 수 있다. 주문이 폭주해 배송 지연과 제품 오배송·분실 등도 염두에 둬야 한다.
■ 크리스마스 직후 연말까지도 할인 많아
직구 고수들은 "블랙프라이데이가 전부가 아니다"라고 귀띔한다. 크리스마스 직후부터 12월31일 사이에 고가 제품을 큰 폭으로 세일하는 쇼핑몰들이 많다는 것이다. 랄프로렌은 매년 1월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한다.
최근까지 직구 강의를 했던 이예경 몰테일팀 대리는 "해외 가격 비교 사이트인 카멜카멜카멜닷컴(camelcamelcamel.com) 등에서 최저가인지를 확인해보고, 무엇보다 꼭 필요한 물건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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