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전설의 명기를 찾아서]시티즌, 에코·드라이브-빛으로 작동하는 앞선 친환경 시계

2014. 11. 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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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스위스와 함께 세계 시계산업을 주름잡는 명실공히 시계 제조 강국이다. 일본이 배출한 두 세계적인 브랜드로는 앞서 연재에서 다룬 세이코와 오늘 소개할 시티즌(Citizen)이 있다. 그간 걸어온 길이나 지향점 면에서 공통점이 많은 두 브랜드는 1970~1980년대 쿼츠 시계 열풍을 몰고온 주인공들이자 손목시계의 대중화에 큰 기여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 성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티즌의 기원은 1918년 일본 도쿄에 설립된 쇼코샤 시계연구소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24년 당시 도쿄 시장이었던 심페이 고토의 제안을 받아들여 회사명을 영어로 '시민'을 뜻하는 시티즌으로 개명한다. 그 시절만 하더라도 일본에서 시계는 귀족층이나 엘리트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기에 고토는 누구나 쉽게 소유하고 향유할 수 있는 시계 제조사로 거듭나길 희망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이름을 의뢰한 것이었다. 그렇게 1930년 마침내 쇼코샤를 모태로 한 시티즌 시계 주식회사를 공식 설립하고 자체 브랜드명을 내건 시계를 제조, 판매하기 시작한다.

1930년대에서부터 50년대 초반까지 시티즌은 주로 단순한 기능의 기계식 손목시계를 대량생산하면서 점차 이름을 알리게 된다. 20여년간 조용히 사업규모와 제조시설을 확장해 온 이들은 1950년대 중반쯤에 들어서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만개하기 시작한다. 1956년 당시 일본 최초로 충격 방지 기능(부품)을 갖춘 시계인 파라쇼크를 발표해 큰 화제를 모았고, 1958년에는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탑재한 시계와 일본 메이커 최초로 알람 기능을 갖춘 시계를, 1959년에는 일본 최초의 방수 시계인 파라워터를 각각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또한 1962년에는 브랜드 최초로 스위스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시계를 한정 제작, 출시하기도 했다.

인공위성 동기화 기능을 갖춘 에코-드라이브 새틀라이트 웨이브-에어

쿼츠 시계 제조로 비약적인 발전

그리고 1967년 시티즌은 수정진동자(쿼츠)에 의해 작동하는 전자식 시계인 크라이스트론을 발표한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아직 완벽하게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당시의 스위스 메이커들보다도 앞선 것으로, 시티즌의 개척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975년에는 자사의 첫 쿼츠 시계인 크라이스트론을 계승하면서 오차 부분을 극적으로 개선시킨 크라이스트론 메가를, 1976년에는 세계 최초로 LCD 액정 표시와 알람 기능을 갖춘 시계를 선보여 화제를 모은다.

이렇듯 1970년대 들어 시티즌은 기존의 기계식에서 쿼츠 시계 제조로 과감하게 방향을 틀어 비약적인 발전과 성공을 경험하게 된다. 기계식 시계 제조에 있어서는 오랜 전통과 노하우를 지닌 스위스 제조사들을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결과였고, 이는 당시 빠르게 변하는 시대 흐름상 지극히 옳은 선택이었다. 또한 같은 일본 브랜드이자 선배인 세이코의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두 브랜드는 외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내적으로는 모종의 동맹의식을 품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서로의 발전에 긍정적인 자극을 받으며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셈이다.

1970~1990년대에 걸쳐 시티즌이 개발한 시계들에는 유독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이 붙는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이들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계 제조에 끊임없이 도입했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에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또한 개발과정 자체가 까다로우면서도 효용성이 떨어지는) 기계식 시계와 달리 일본 특유의 마이크로 전자기술의 발달로 인해 전자식 쿼츠 시계로는 새로 시도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했던 것이다. 마치 밑그림이 없는 상태처럼 시티즌은 이 분야에 새로운 역사를 그들 나름대로 그려나갈 수 있었다.

2014년 신제품 에코-드라이브 새틀라이트 웨이브 F100

중금속 없는 전지 영구적으로 사용

이들은 한편 전문 다이버들과 탐험가들을 위한 고성능 스포츠 워치 분야에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긴다. 1982년 수심 1300m까지 방수되는 첫 프로페셔널 다이버 시계를 발표한 데 이어, 1985년에는 세계 최초로 전자식 수심계를 갖춘 다이버 시계 뎁스미터를, 1989년에는 고도계 측정 기능을 갖춘 첫 알티크론 시계와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갖춘 세계 최초의 아날로그 쿼츠 시계를, 1992년에는 수심 측정 및 알람 기능을 갖춘 아날로그 아쿠아랜드 시계를, 1993년에는 영국·독일·일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멀티-밴드 즉 세계 최초의 전파 수신 시계를 발표해 화제를 모은다.

1996년에는 시티즌의 진보된 기술력의 총체를 보여주는 에코-드라이브(Eco-Drive)를 적용한 시계를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한다. 이 특별한 기술의 근원은 1976년에 역시나 세계 최초로 개발한 자연광 충전 방식의 아날로그 쿼츠 시계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8개의 작은 솔라 패널이 다이얼 하단에 삽입된 해당 시계는 태양광 에너지 충전 방식으로 시계를 작동케 한다는 점에서 당시 기술로는 혁신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상용화 단계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시티즌은 잠시 이 프로젝트를 접는 듯 보였다. 그 후 십수년의 연구개발 끝에 마침내 에코-드라이브라는 새로운 기술로 완전하게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생태를 뜻하는 에코와 구동방식을 뜻하는 드라이브를 결합한 에코-드라이브는 1회용 전지를 사용하는 일반 쿼츠 시계와 달리 전지를 따로 교체할 필요가 없고, 수은 등 중금속 유해물질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기본 내장 2차 전지만을 사용해 친환경적인 시계임을 강조한 시티즌만의 특허 등록 용어를 칭한다. 에코-드라이브는 특수한 소재로 개발된 다이얼 밑에 솔라셀을 장착해 자연광이든 실내광이든 어떠한 종류의 빛도 투과시켜 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원리의 시계다. 다시 말해 빛이 있는 곳이라면 시계가 반영구적으로 계속 스스로 작동할 수 있는 매우 진보적인 시계가 탄생한 것이다.

시티즌은 에코-드라이브를 1990년 중·후반부터 브랜드를 대표하는 전매특허처럼 강조하며 단일 컬렉션을 넘어 여러 종류의 시계에 광범위하게 적용하기 시작한다. 에코-드라이브에 시티즌의 또 다른 특허 기술인 라디오 컨트롤 즉 전파 수신 기능까지 추가한 시계들이 뒤를 이었으며, 크로노그래프, 퍼페추얼 캘린더 등 여러 기능을 추가한 시계들도 좋은 반응을 얻는다. 또한 2011년에는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수신 신호를 실시간으로 동기화해 시간을 조정하는 에코-드라이브 새틀라이트 웨이브를 한정판 모델로 선보였으며, 2013년에는 이를 개선한 양산형 모델인 에코-드라이브 새틀라이트 웨이브-에어를 발표해 역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바젤월드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신 감도(3초)를 자랑하고 40여개 주요 국가 도시의 시각을 어느 환경에서든 즉각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에코-드라이브 새틀라이트 웨이브 F100을 추가로 선보여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시티즌은 이렇듯 지난 80여년의 세월 동안 그들의 브랜드명처럼 시민들 누구나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실용적인 시계들을 선보여 일본을 넘어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쿼츠 시계 제조분야에서 시티즌이 이룩한 성취는 가히 독보적이며 전파 수신, 에코-드라이브, 최근의 인공위성 동기화 시계에 이르기까지 첨단기술력으로 중무장한 이 시대에 가장 정확한 쿼츠 시계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더욱 많은 재조명이 필요한 브랜드다.

<장세훈 타임포럼 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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