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북한 세관에는 000 가로등이 있다
◆ 북한 회령세관에 설치된 '태양광 가로등'
북-중 교역의 주요 관문 가운데 한 곳인 두만강 중류지역의 중국 삼합(싼허)세관, 세관 옆 야산에 마련된 전망대 (망강각)에 올라가 보니 강 너머 희뿌연 안개에 휩싸인 함경북도 회령시가 한 눈에 내려다보입니다.
강폭이 좁고, 지형도 험하지 않아 한때 탈북 경로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합니다.

<사진1. 삼합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회령시>
눈길을 사로잡는 건 최근 북-중 통로 개발 정비 사업을 마치고 현대식 건물로 새롭게 단장한 '회령세관' 건물 옥상을 파란색으로 칠해 산뜻한 느낌이 들고 건물 뒤편엔 인조잔디 구장까지 만들어 놓았더군요.
회령 세관과 중국의 삼합 세관은 화물차 2대가 서로 교차할 정도의 좁은 다리를 경계로 서로 마주하고 있는데, 중국 쪽에선 주로 곡식과 생필품 등이 들어가고 북한 쪽에선 청진항 등에서 잡힌 수산물을 싣고 나온다고 합니다.

<사진2. 북한의 함경북도 회령세관>
중국에서 화물차들이 북한 땅으로 들어오기 전 반드시 거쳐야하는 회령 세관 화물 검사장, 검사를 기다리는 차량들 옆으로 약 15미터 간격으로 태양광 발전 가로등이 나란히 설치돼 있습니다.
KBS 취재팀이 촬영한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태양광 가로등은 모두 5개, 높이는 5미터 정도, 가로등 상단에 태양광 판이 달려 있고 전구는 2개가 장착돼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 말, 같은 방향에서 촬영한 회령세관 사진 속에선 보이지 않던 가로등으로 올해 새로 설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진3. 2014년 10월 모습(左), 2013년 11월 모습(右) >
◆ 북한 마을에서도 확인한 '태양광 충전기'
회령 세관을 뒤로 하고 차로 약 1시간 정도 이동한 곳은 회령시의 한 산골마을, 가을볕에 수확한 옥수수와 콩을 말리고 있는 한가로운 풍경의 이 마을에서도 태양광판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산 중턱 한 가정집 앞마당에 설치된 태양광판은 크기로 보면 휴대전화와 같은 소형 가전제품을 충전하기엔 충분해 보입니다.
마당 한켠에 겨울을 나기위해 쌓아 놓은 장작더미와 대비되며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듯한 묘한 느낌을 줍니다.

<사진4. 북한 회령 산골마을 가정집에 설치된 태양광 판>
북한에선 '햇빛판'이라고 불리는 태양광 충전기, 접경선 건너에서 마을의 외경만 바라봐야 하는 입장에선 가정집 문을 열고 들어가, 안방에 앉아 있는 북한주민에게 이 태양광충전기로 어떤 가전제품을 충전하는지, 언제 설치한 건지 직접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 100년 만의 가뭄이 전력난의 원인?
북한의 전력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통계청의 북한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으로 전체 전력생산의 62.8%를 수력발전소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은 계속된 가뭄에 수량이 급격히 줄면서 최근 발전량이 30%까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100년만의 가뭄'이라고 언급할 정도인데요.
실제 접경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바라본 두만강은 수량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었고 차량을 멈춰 내려다 본 함경북도 유선군의 한 북한 마을에는 주택가를 가로질러 흐르던 하천도 바짝 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사진5. 함경북도 유선군 마을의 말라붙은 하천>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평양 중심구역에서 3일간 정전사태가 발생했고, 평양을 벗어난 도시들은 하루 2~3시간만 전기가 공급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 평양의 외곽지역으로 가는 특급 열차들도 1주일에 한 번으로 운행 횟수를 줄이는 등 전기 부족이 엄살이 아닌 듯합니다.
실제 북중 접경지역에선 멈춰서 있는 열차를 심심찮게 볼 수 있고, 무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2~3개의 객차만 달고 운행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사진6. 북한의 멈춰선 열차>
북한주민들도 텔레비전과 전기밥솥,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 등을 이용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전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겠지요. 아예 사용을 안했으면 모르지만 늘 사용하던 전자제품을 못 쓰게 되면 불편한 건 사람 사는 세상 어디든 마찬가지일 겁니다.
북한당국이 주민들에게 전력생산과 전기절약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2~3년 전부터 장마당에선 중국산 태양광 충전기가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자구책으로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급기야 지난 8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부족한 전력을 보완하기 위해 풍력과 지열, 태양열을 이용한 자연에너지 확대 발전을 지시하고 나섰는데요.
이 지시로 인해 북한 내의 태양광 충전기 수요는 더욱 늘 것으로 보입니다.
◆ 중국산 '태양광 충전기' 북한 수출용?
북한에서 팔리고 있는 중국산 태양광 충전기 거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중국 연길 시의 한 전자부품 상가를 찾았습니다.
매장 입구에 LED 전구 제품과 함께 다양한 크기의 태양광 판이 전시돼 있는 것으로 보아 나름 잘 팔리는 인기 상품임을 짐작케 했습니다.

<사진7. 중국 연길 시의 전자부품 상가>
하지만, 이 태양광 충전기를 중국인들이 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전기 공급이 원활한 중국인들 입장에선 어쩌면 당연한 얘기인 것 같습니다.
매장 직원은 태양광 충전기의 대부분은 중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북한 무역상들이 구입한다고 말합니다.
중국에선 태양광충전기를 내수용인 아닌 전기가 부족한 북한사람들을 위한 수출용으로 전시해놓고 판매하는 겁니다.
가격은 손바닥 크기의 10와트 충전기가 우리 돈으로 만 오천 원정도,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휴대전화 등 소형 제품에 쓰이는 A4용지 크기의 30와트 충전기로 가격은 5만 원선에서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북한 근로자의 평균 월급이 4천원 정도, 장마당 등에서 달러로 환전하면 채 1달러도 안된다고 합니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이 태양광 충전기를 선뜻 구매하기엔 녹록치 않은 가격인 겁니다.

<사진 8. 중국 부품상가에 전시된 태양광충전기>
TV와 같은 대형 전자제품을 충전하려면 100와트 정도의 태양광 충전기가 필요한데 가격이 비싸다보니 평양 등 대도시의 간부들에게 팔기 위해 무역상들이 사가기도 합니다.
북한에 공급되는 전기는 교류 220V지만, 전력난을 겪고 있는 주민들은 낮에 12V 태양광 충전기로 자동차 배터리를 채우고 이를 이용해 밤에는 조명과 TV를 사용하고 있는 걸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일부 주민은 12V를 220V로 승압시켜주는 변압기를 구입하거나, 중국의 설비업체를 통해 냉장고와 전기밥솥 등 대형 가정용 가전제품이나 조명을 아예 12V로 개조해 보내달라고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사진 9. 위성에서 본 북한의 전력난>
1940년대 남한 전력의 70%를 책임질 정도로 전력 생산량이 넉넉했던 북한, 그러나 수력과 화력 발전에만 한정돼 대체 에너지원을 다양화하는데 실패한 결과가 현재 최악의 전력난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겁니다.
☞바로가기[뉴스9] 북 전력난 '태양열 충전기' 불티…가전제품 개조
최성민기자 (soojin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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