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드라이브] 독일차 감성 디자인.. 편의성은 퓨전한식

단지 배를 채우는 음식만 판다면 수준 낮은 밥집이다. 음식이 맛있다면 한 단계 위다. 맛뿐 아니라 분위기와 서비스까지 좋다면 고급 식당이다. 세계 정상급 음식점은 음식이 아닌 '체험'을 판다. 접시마다 요리사의 철학과 개성이 담겨 있다. 음식 하나하나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창적인 '작품'이고, 이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식당이 아무리 후미진 시골구석에 있어도 일부러 찾아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프랑스의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은 최고 등급인 별 셋을 수여하는 식당을 "일부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식당"이라고 규정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식당 평가 기준을 자동차에 적용하면 아마도 이럴 것 같다. 단순히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한 운송 수단이라면 가장 낮은 수준의 차일 것이다. 디자인이 좋고 안전하고 연비가 높다면 좋은 차다. 여러 기술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감각적 만족감이라고 할 수 있는 주행 감성까지 뛰어나다면 고급 자동차다. 다른 차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브랜드만의 철학과 개성이 담겼다면 세계적 명차 반열에 오르지 않을까.
현대 제네시스를 시승하면서 '과연 어느 단계에 오른 차일까' 궁금했다. 첫인상, 즉 외부 디자인은 만족스럽다. 앞 코가 길고 트렁크까지 곧게 쭉 뻗은 옆선이 독일차, 특히 BMW 같다. 물론 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칭찬으로서 그렇단 소리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로로 긴 대시보드가 펼쳐진다. 고해상도 9.2인치 모니터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디스플레이 성능이나 그 속에 담긴 내비게이션은 제네시스가 경쟁자로 꼽은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보다 우수하고 편리하다.
저속에서의 움직임은 무겁다는 느낌이었다. 초고장력 강판을 많이 사용해 차 무게가 이전 모델보다 135㎏이나 늘었다. 시승한 4륜구동의 경우 이보다 훨씬 무거운 205㎏ 증가했다. 하지만 속도가 올라갈수록 무거움은 묵직함으로 바뀌었다.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핸들이 독일차처럼 단단했다. 밀린다거나 휘청거리는 느낌 없이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았다.
단순 이동을 위해서뿐 아니라, 즐기기 위해 운전할 수 있었다. 낮게 그르렁대는 엔진음도 듣기 좋았다. 국산차를 운전하면서 엔진 소리를 듣고 싶어서 오디오를 꺼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3초 이상 서 있으면 자동으로 열리는 트렁크, 뒷좌석 탑승자를 위해 앞좌석 뒷면에 설치된 2개 모니터, 자리마다 무릎을 넓히거나 좁힐 수 있는 뒤 시트 등 다양한 편의사양은 한국 소비자에게 독일차보다 훨씬 입에 맞을 듯했다.
식당에 비교하자면 제네시스는 요리사의 철학과 개성을 요리에 담은 '스리스타(three star)' 레스토랑은 못 돼도, 맛과 분위기와 서비스는 분명하게 갖춘 고급 식당 반열에는 올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제네시스를 운전하면서 떠오른 음식은 '모던 코리안(Modern Korean)'이다. '뉴 코리안(New Korean)'이라고도 부른다. 한국 고유의 식재료와 요리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식을 말한다. 맛은 한식답게 지키되 음식 모양과 인테리어, 먹는 방식 등은 모던함을 즐기는 한국인과 외국인 누구도 불편하게 여기지 않도록 감각적으로 업데이트한 것이다.
SK행복나눔재단이 서울 동빙고동에 연 '오늘'은 손꼽히는 모던 코리안 레스토랑 중 하나다. 식당에 들어서면 현대적인 북유럽풍 식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한국 음식을 파는 식당이라고 알려주지 않으면 카페라고 믿을 정도로 세련된 분위기다. 음식도 그냥 봐서는 뉴욕이나 파리에서 파는 것 같지만 맛은 제대로 된 한식이다. 인기 메뉴인 '쑥떡 와플'이 대표적이다. 모양은 영락없이 와플이지만 맛은 전통 쑥떡 그대로다. '수원식 육개장'은 뽀얀 국물이 흔히 아는 육개장과 전혀 달라 보인다. 하지만 곁들여 나오는 고기와 파를 국물에 넣으면 고기·파에 묻혀둔 고추기름이 배어 나오면서 우리에게 익숙한, 불그스름한 국물로 변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식당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그건 제네시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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