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이 제관으로..'종묘대제' 제수진설 체험

2014. 10. 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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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요즘 종묘에선 제수 진설 체험에 참여해볼 수 있다. 제수 진설은 잔치나 제사 때 법식에 따라 음식을 상 위에 벌여놓는 것을 말한다. 초등학생도 참여해볼 수 있는 이 체험 행사는 교육적으로도 매우 뜻깊은 행사인 듯해 필자가 지난 9월 27일, 현장을 찾아가봤다. 이날 체험 행사에 참가한 정민홍(수원입북초 6년) 양은 "종묘제례는 집에서 지내는 제사와 큰 차이가 있었다."며 소"왕실의 제사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이번 기회를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문화재청 종묘관리소는 9월부터 종묘대제의 진수 중 하나인 제수진설 체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종묘대제는 국조오례의 규범에 따라 종묘에서 지내는 제사로, 조선왕실과 대한제국의 최고의 국가행사이다. 종묘대제는 유형과 무형의 세계유산을 함께 볼 수 있는 세계적으로 드문 의례로,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이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지정된 후 2006년부터 국제 문화행사로 격상돼 5월 첫 번째 일요일에 거행되고 있다.

제복을 갖춘 초등학생 제관들이 제례 시 필요한 걸음걸이를 익히고 있다.

제관들이 왕과 왕비의 제사를 지내는 정전으로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이날 제수진설 체험에는 인터넷을 통해 총 10가족, 30여 명이 참가했다. 종묘관리소 정재민 주무관은 행사에 앞서 "인터넷 접수기간이 있는데 몇분 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있다."라고 귀띔했다.제례는 신을 맞이하는 신관례를 시작으로, 신이 즐기시는 절차인 천조례, 초헌, 아헌, 종헌 세 번에 걸쳐 신께 술을 올리는 헌작례, 신이 술과 음식을 베푸시는 절차인 음복례, 신을 보내드리는 송신례를 거쳐, 마지막으로 신께 올렸던 축문과 폐를 태우는 망료례의 순서로 진행된다.

재궁(임금이 머물며 제사를 준비하던 곳)에 있는 10폭 짜리 제기도병풍(왼쪽)과 모란병풍

종묘대제 제수진설 체험은 왕실 전통문화에 대한 존중과 재발견이다. 그런 점에서 체험 행사에 참가하는 가족들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이날 초등학생들은 가족을 대표해 재궁(齋宮)에 마련된 어목욕청에서 향관, 대대 등 12가지 의복을 갖춘 제복으로 갈아입었다.하선빈(10·안양 호성초3년) 군은 당상관 제관으로 변신했다. 어머니 이숙경 씨는 "평소 역사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종묘에서의 체험 행사는 아이들에게 제사의 참뜻을 일깨우고 또 아름다운 제관복을 차려입는 것은 평생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기뼈했다.

정전에서 제관들이 감실과 신위 등 제사에 필요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전혜원 연구위원이 전사청에서 제수진설법과 제수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제관으로 변신한 어린 학생들은 모두 의젓해 보였다. 몸가짐도 달랐다. 체험행사를 진행하는 전혜원 연구위원은 "제관들은 걸음걸이부터 다르다."며 어린 제관들에게 걷는 법부터 전수했다. 궁궐 내 걷는 법이 있듯이 제례 시 걸음걸이는 또 따로 있다.어린 제관들은 머리를 조금 숙인 채 앞사람 발뒤꿈치를 바라보며 걷는 보법부터 시작했다. '승강계법'도 배웠다. 승강계법은 계단을 오를 때는 오른 발을 먼저 올린 뒤 왼발과 합치고 내려갈 때는 왼발 먼저 내려 오른 발과 합치는 것으로 '연보합보'라고도 한다. 또 무릎을 꿇고 앉아 양손을 여덟 팔자로 짚고 팔은 편 채 고개는 다소곳이 숙이는 자세인 '부복법'과, 들어갈 때는 동쪽 문, 나올 때는 서쪽 문인 '동입서출' 문 출입법도 익혔다.전 위원은 "이런 보법들은 옛날에도 제례를 앞두고 제관들이 며칠간 예행연습을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관들은 또 제례 전날과 당일에는 경건한 행사를 위해 물도 안먹었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제관들이 제례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몸가짐이 철저했음을 알 수 있다.

제관들이 제향의식에 앞서 절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제법 제관의 모습을 갖춘 10명의 초등학생 제관들은 왕, 세자, 영의정, 당상관, 당하관 순으로 본격적인 제례를 위해 정전으로 향했다. 왕과 제관이 가는 길이 달랐다. 가운데 길이 왕의 길이다. 제관이 가는 길을 따라 정전으로 향한 이들은 이곳에서 간단한 제례순서를 들은 뒤 제수진설 체험장인 전사청으로 이동했다.

전사청(典祀廳)은 종묘대제에 쓸 제사음식을 만드는 곳이다. 이곳에는 정전에서의 신실 모형을 갖추고 제수상이 웅장하게 차려져 있었다. 제수 진설상은 동쪽에 마른 제물, 서쪽에 물기 있는 제물, 남쪽에 술잔, 중앙에 곡식과 육류를 놓는다. 또 제수는 익힌 것과 날것, 양념을 넣은 것과 넣지 않은 것으로 구분한다. 전 연구위원은 "제수 진설의 법식은 매우 까다롭고 엄격한 편"이라고 말했다.

종묘제례에 사용되는 제수는 가정 제사와 달리 의례에 따라 매우 정성스럽게 차려졌다. 특히 곡식이나 고기 등은 익히지 않은 날 것을 그대로 올리는데 이는 선사시대 이래 오랜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 것이다.

왕이 제관의 도움을 받아 제주를 올리고 있다.

전 위원은 "제사음식으로 올려진 고기완자를 '동그랑댕'이라 부르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며 "소, 돼지, 양고기를 섞어 다져서 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사 음식 중 탕은 소금을 치지 않는데 이는 고기에 간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는 고기의 순수한 맛을 느끼려는 취지"라고 알려줬다.고춧가루같은 자극적인 재료도 제사 음식에 쓰지 않았다. 전 위원은 "제사 음식을 최근 웰빙식품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조미료를 가미하지 않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제사 문화 발전은 당연히 제수와 제기 등의 발전을 가져왔다. 진설된 제수는 다양한 색깔의 음식으로 가득하고 이를 담은 제기들은 또 다른 찬란한 빛을 내고 있었다. 목기에서 출발한 제기는 대부분 유기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진설된 제수음식. 제수진설의 법식이 엄격하게 지켜졌다.

유제로 만든 술통, 형태에 따라 쓰임이 다른데 소모양은 초헌례에, 코끼리모양은 아헌례에 쓴다.

유수아(용인 대지초3년) 양의 아버지 유현영 씨는 "두 번째 신청해 참가하게 됐다. 복식을 제대로 갖춰 제례를 진행하는 것을 보니 신청하기를 매우 잘했다."며 "이번 체험을 통해 가족의 중요함과 화목도 일깨운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제수 진설 체험은 마침 4대궁과 종묘를 대상으로 열리는 '2014 궁중문화축전' 기간과 겹쳐 평소보다 많은 관람객과 외국인이 찾았다. 특히, 제복을 입은 어린 제관들은 2시간 내내 자세를 바로하면서 힘든 체험을 이겨내고 있었다. 초등학생들이 제관으로 변신한 모습에 외국인들은 신기한 듯 연신 카메라를 들이댔다. 실제로 초등학생 제관들이 일렬로 절제있게 걷는 모습은 이번 전통문화 체험의 큰 볼거리였다.국가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종묘대제의 제수 진설 체험은 사가의 제사문화가 점차 퇴색돼가는 시점에서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자부심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해 보였다. 특히 어린 초등학생들의 뜨거운 관심과 참여는 더욱 고무적이었다.종묘대제 제수 진설 체험행사는 10월에도 둘째, 넷째 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초등학생 자녀을 둔 가족을 대상으로 참가신청을 받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종묘관리소 홈페이지( http://jm.cha.go.kr)를 참조하면 된다.

정책기자단

|이혁진 rhjeen0112@empas.com베이비붐 세대의 행복과 고민을 함께 나누며 이들의 홀로서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인 나의 인생2막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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