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만에 찾아오는 '황금의 9월'
[머니투데이 공영희소설가][[공영희의 러시아 이야기]<24> 러시아의 9월]
러시아의 9월은 어떨까?
필자가 살면서 겪었던 16번의 9월은 각양각색이다. 모스크바에 갔던 첫 해는 9월 15일에 첫 눈이 내려서 아하, 9월에도 눈이 내리는구나, 이렇게 생각했고 그 다음 해부터는 모두 다른 9월을 보게 되었다. 그 중 가장 인상에 남은 9월을 이야기 해 보자.
모스크바는 8월이 시작되면 이미 서늘한 바람이 분다. 가을이 곧 올 것이라는 전령사로 바람의 세기와 온도를 보내는 것이다. 사람들은 서서히 긴 옷을 준비하고 9월의 새 년(年)을 맞는 것이다.
필자가 모스크바에 살면서 5년 쯤 되었을 때, 필자의 교포 지인이 손자를 데리고 놀러 오셨다. 9월 초였다. 그 분은 손자를 고려인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손자를 아르메니아에서 데려와 학교 근처에 집을 얻었다. 말하자면 아르메니아 기러기 가족이 된 것이었다. 그 분과 남편 (모스크바에서 명망 있는 분으로 고려인 학교를 세웠다) 과 함께 모스크바에 사시는데 생활도 아주 넉넉했고 특히 손자를 끔찍이 여기셨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모스크바로 유학 오게 했는데 마침 필자가 사는 동네에 고려인 학교가 있어 종종 손자를 보러 오실 때마다 필자의 집에서 식사를 같이 하시곤 했다. 그 분이 필자를 데리고 근처 숲이 있는 공원으로 나가자고 했다. 햇살이 너무 밝고 고왔기 때문이었다. 이런 날 집에 있으면 안 된다며 공원을 꼭 산책해야 한다고 거의 강압적이다시피 필자를 데리고 나가셨다.
그 해, 9월은 정말 눈부셨다. 햇빛의 반짝임은 정교하게 빛났고 하늘로 날아 오르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로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필자와 그 분은 공원의 잔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대기의 공기도 따듯하게 넘실거리고 출렁거렸다. 모스크바에 오기 전에 이미 이 분을 알고 있었는데 모스크바에 살게 되면서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다. 그래서인지 항상 각별하게 필자의 식구들을 챙기고 필자 또한 어머니처럼 따랐다.
멋진 9월의 공원에서 그 분은 자신이 살면서 겪었던 삶과 모스크바에 살게 된 연유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해주셨다. 그리고 외동 딸이 아르메니아로 시집간 이야기, 사돈 이야기 등을 술술 풀어내셨다. 이야기가 끝나고 필자가 질문을 했다.
"9월인데 날씨가 왜 이리 따듯하고 아름답죠?"
"그렇죠? 이상하죠?"
"왜죠?"
"러시아에 이런 말이 있어요. '황금의 9월' 이라고. 이 말은 9월에 아주 잠깐 이렇게 좋은 날씨들이 계속될 때가 있는데 이런 날들을 '황금의 9월' 이라고 말해요. 황금의 9월은 매 해 계속되는 것이 아니고 몇 년 만에 한 번씩 찾아오죠. 러시아 사람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일광욕을 충분히 하고 산책을 늘리죠. 참으로 아름답죠? 마치 5월의 장미가 피듯이 화려한 9월이라도 합니다.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9월은 가을을 보내기 아까워 마지막으로 헌신한다는 의미도 있다네요."
설명도 아름다웠다. 머지않아 노오란 낙엽이 사정없이 뒹굴겠지만 최소한 일주일 정도 이렇게 눈부신 9월이 반짝거린다는 기대감으로 필자와 그 분은 매일 햇빛을 받으며 공원을 산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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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공영희소설가 shi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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