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앤 뷰] 단통법으로 주목받는 중고폰 시장 현실은

김능현기자 2014. 9. 1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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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가격 없어 암거래에 의존.. 유통시장 양성화 시급한해 2,000만대 발생 추정.. 재활용 물량 절반 못 미쳐"보조금 받으려면 기존폰 반납"대리점 불·탈법 행위 만연..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심각

#20대 대학생 L 씨는 최근 스마트폰을 분실하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바로 신고를 했지만 이미 중국으로 스마트폰이 보내졌을 거라는 답만 들었다. 스마트폰에 금융거래 앱은 물론 공인인증서가 저장돼있고, 혹시 몰라 보안카드도 사진으로 찍어 저장해 놓은 터라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오는 10월 보조금 차별을 없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중고 휴대폰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현재는 번호이동을 하면서 새 휴대폰을 구입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단통법이 시행되면 중고 휴대폰을 사용하더라도 전체 보조금의 절반 가량인 통신사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최신 휴대폰을 구입하기 어려워 중·저가폰이나 중고폰을 사용하는 고객도 요금할인을 통해 보조금을 받는 것과 같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에서는 국내에서 한해 2,000만대 이상의 중고폰이 새로 생기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5,600여 만 명에 달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대략 2년마다 휴대폰을 바꾼다는 가정하에 나온 수치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중고폰 물량은 1,000만대로 추정된다. 나머지는 집안 구석에 처박혀 있는 '장롱폰'이라는 얘기다. 역으로 해석하면 향후 중고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 무궁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우리나라 중고폰 유통 시장이 여전히 '암거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통신사를 통해 회수된 중고폰 물량은 100만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중고폰은 전문 수거업체가 개인이나 유통점으로부터 직접 현금으로 매매한다. 한 휴대폰 판매점 직원은 "5만 원권을 등산 가방에 가득 채우고 돌아다니며 하루에 수 백~수 천 대의 휴대폰을 현금 결제하는 전문 매매업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종 불법ㆍ탈법 행위가 만연하다. 새 휴대폰을 마련하면서 판매점에 중고폰을 '공짜'로 갖다 바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보조금을 받으려면 기존 폰을 반납해야 한다"는 판매점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것이다. 또 각종 중고 장터에서 중고폰을 팔더라도 얼마에 팔아야 합리적인지 알 수 없다. 정상가격이 없으니 손해 보고 파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수거된 중고폰 대부분이 개인정보 삭제 없이 한국에 들어온 중국 보따리상이나 해외 판매업자에게 재판매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휴대폰 사용자 10명 가운데 3명은 '정보유출 우려' 때문에 중고폰을 처분하지 않고 보관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단통법 시행에 맞춰 지하로 숨은 중고폰 시장 양성화를 위한 유통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고폰 장터를 활성화해 공정한 가격이 형성되도록 유도하고,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해서는 매매업자가 책임을 지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고폰 양성화는 수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해 발생하는 2,000만대의 중고폰이 제대로 수거되면 재활용되는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를 중국, 동남아 등으로 수출해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에코폰4u' 등 중고폰 전문 매매업체가 등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소비자 인식이 부족한데다 정부 지원도 전무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 휴대폰에 대한 선호도가 유난히 높은 국내 시장의 특성상 중고폰 시장도 다른 나라에 비해 클 수 밖에 없다"며 "중고폰 매매시장을 투명화해 장롱폰을 대거 수거한뒤, 국내외 시장에 판매하면 가계 통신비 인하뿐 아니라 수출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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