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은마' 하루새 호가 2000만원 뛰어
[동아일보]
'9·1 부동산대책'에 따라 2018년에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 삼풍아파트 전경.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74㎡는 최근 호가가 9억 원까지 올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 '삼풍아파트' 앞 태극공인중개소 직원들은 걸려 오는 전화를 받느라 경황이 없었다. 이 중개사무소 대표는 "재건축 연한을 단축한다는 소식에 아침부터 문의 전화가 많다"면서 "기존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지금을 매수 타이밍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9·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 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1987∼1991년 지어진 아파트들은 이번 대책 발표로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신청 시기가 2∼8년 앞당겨졌다. 이번 대책으로 재건축의 사정권에 들어서게 된 아파트들이 몰린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와 양천구 목동과 신정동, 노원구 상계동 등에는 재건축 투자자들과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크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 "재건축 가능성 물어보는 투자자 많아"
지구 전체가 미니 신도시급 통합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는 '미성 2차'와 '현대 13, 14차' 등이 이번 대책의 혜택을 보게 됐다. 미성 2차 상가의 청기와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재건축 가능 시기와 성사 가능성을 물어보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1988년 지어진 삼풍아파트는 2018년에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 대표적인 수혜 단지로 꼽힌다. 2390채의 대단지여서 사업성이 좋은 단지로 평가받고 있다. 삼풍아파트는 1980년대 지어진 아파트 가운데 드물게 지하주차장이 있고, 15층의 중고층에 전체 가구 수의 56.1%가 전용 130m² 이상의 중대형으로 이뤄져 아직 재건축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웃한 반포동이 재건축 추진으로 들썩이는 상황에서 '정부발(發) 호재'에 기대감이 생기며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용 74m²의 경우 지난해 7억 원대에도 팔리지 않았는데 7월 이후 4000만∼5000만 원 올랐다"며 "저가 매물은 이미 소진됐고 최근에는 호가가 9억 원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살리기에 나섰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면서 기존에 재건축을 추진하던 단지에서도 호가가 덩달아 오르고 있다. 강남 재건축의 대표 주자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대책 발표 하루 만에 호가가 2000만 원 정도 올랐다. 인근 S부동산 관계자는 "이 단지는 호가가 오를 땐 1억 원씩도 오르는 곳이라 액수가 많이 올랐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장이 좋아질 조짐을 보이자 집주인들의 기대감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전진단 기준 완화의 수혜단지로 꼽히는 서초구 방배동 '신동아아파트'도 전용 82m²짜리의 호가가 2000만∼3000만 원 올랐다.
○ 목동아파트는 거의 모든 단지가 사업 가시권
양천구 '목동아파트'는 사실상 모든 단지가 재건축 가시권에 들어서면서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목동신시가지 1∼2단지(1985년 준공)와 3∼6단지(1986년 준공)는 각각 2015년과 2016년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여기에 1987년에 지어진 8∼10단지는 2017년부터, 1988년 지어진 7단지와 12∼14단지는 2018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하다.
목동 B부동산 관계자는 "목동아파트의 용적률은 단지별로 110∼160%대로 낮은 편이고 양천구가 재건축 기본계획을 수립한 상태라 저층 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사업을 추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추석 연휴가 끝난 이후 본격적으로 매수 움직임이 나타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분양 시장도 한층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하루 평균 약 200통의 문의 전화가 걸려오던 위례신도시 '위례자이' 아파트 분양사무소에는 2일 하루 동안 약 350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달 말 분양에 나서는 이 단지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중단된다는 발표에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홍수영 gaea@donga.com·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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