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추석, 굴비 엮는 손길 "바빠도 살맛 나제".. 전남 영광 법성포 르포

영광 | 이성희 기자 2014. 8. 2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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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원전 사고 후 인기 시들
예년보다 비싼 한우·과일 대신 선물세트로 각광.. 매출 증가

"워메, 된 거. 굴비라면 징허네잉." "뭔 소리여. 바쁜께 살맛나제."

28일 전남 영광군 법성면의 굴비 생산업체 굴비GH홀딩스. 중년 여성 9명이 굴비를 20마리, 10마리 단위로 묶는 '엮걸이' 작업을 한창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허리를 펴며 푸념 섞인 한마디가 터져나왔지만, 트로트 가락 콧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법성포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명절 선물의 대명사였던 굴비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영향으로 2~3년 동안 인기를 끌지 못했다. 방사능오염을 우려해서다. 올해 분위기는 다르다. 기업체 주문이나 문의가 늘었다. 외지인이 주로 찾는 법성포항 소매점에도 벌써부터 굴비를 담은 스티로폼 상자를 밀봉하는 테이프 소리로 요란했다.

28일 전남 영광군 법성면에 있는 굴비 생산업체 굴비GH홀딩스에서 직원들이 굴비를 10마리, 20마리 단위로 묶는 '엮걸이' 작업을 하고 있다. | 롯데마트 제공

굴비는 참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려 만든다. 가공 작업은 선별, 염장, 엮걸이, 세척, 건조, 동결 등 순서로 이뤄진다. 예전엔 선별 작업 때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쳤지만, 최근 자동 선별기로 크기와 무게에 따라 구분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굴비는 대부분 19~20㎝다. 한 줄에 10마리씩 두 줄로 엮은 '두름'으로 치면 1.2㎏이다. 27㎝ 이상은 크고 비싸 10마리씩 파는데, 2.5㎏이다. 염장은 아가미에 천일염을 직접 뿌리는 전통방식인 '섶간'을 한다. 이 업체에서 하루 2000두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소금 양만 90㎏이다.

그 다음 엮걸이를 한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크기에 따라 가지런히 묶기 때문에 세척을 할 때나 건조 단계에서 물을 뺄 때도 수월해 균일한 맛을 낼 수 있다. 문봉준 굴비GH홀딩스 관리이사는 "요즘처럼 명절 대목을 앞두고 엮걸이 일손이 부족해 다른 작업 일정을 엮걸이에 맞출 정도"라고 말했다.

흐르는 물에 세 차례 세척해 건조한 뒤, 영하 30도 이하에서 급랭하면 '밥도둑' 굴비가 되는 것이다.

롯데마트가 추석 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27일까지 굴비 선물세트 매출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7% 늘었다. 백화점에서도 굴비 선물세트 판매가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에서 27일까지 판매한 굴비 매출은 지난해보다 각각 90.1%, 58.1%, 34.7% 증가했다.

김영태 롯데마트 대중생선팀장은 "과일 값은 이른 추석과 태풍으로 오르고 한우 가격도 도축 수가 줄어 올랐다"며 "굴비는 방사능 공포도 어느 정도 사라진 데다 미리 비축해 가격이 예년과 비슷하기 때문에 인기를 다시 얻고 있다"고 말했다.

5~6년 전부터 엮는 끈을 나일론이 아니라 옥수수 녹말로 만든 친환경 제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굴비 크기를 직접 재보는 소비자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포장 상자에 눈금을 표시하고 있다. 이른 추석의 더운 날씨를 감안,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선물세트에 들어가는 아이스팩 크기도 기존보다 30%가량 늘렸다.

굴비GH홀딩스는 지난해보다 20% 많은 2만세트를 추석 물량으로 준비했다. 문 이사는 "수심 깊은 곳에 있는 조기가 살도 단단하고 맛있는데, 얼마 전 태풍으로 밑에 있던 조기들이 위로 올라와 상품성은 문제가 없다"며 "굴비를 고를 때 눈이 맑고 상처가 없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영광 |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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