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사로잡은 '영혼의 기타리스트'

양승준 2014. 8. 2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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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기타 연주자 이건화 씨
4년 연속 콩쿠르 입상·기타전문지 표지 장식
컴퓨터공학 전공하다 독일로
"작곡가 성격까지 상상하며 곡 분위기 살리려 해"
29일 이데일리TV '초대석' 방송

클래식기타 연주자인 이건화 씨는 지도자가 돼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타를 통해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사진=방인권 bink7119@).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클래식의 본고장인 독일을 기타로 사로잡은 이가 있다. 2010년 오베르하우젠 국제기타콩쿠르 2등, 2011년 노르트호른 국제기타콩쿠르 3등, 2012년 게벨스베르크 국제기타콩쿠르 3등과 2013년 2등. 4년 연속으로 독일 클래식기타콩쿠르에서 상을 놓치지 않았다. 2012년 여름에 이 젊은 연주자는 '기타레 악투엘'이란 독일 클래식기타 전문지의 표지도 장식했다. 주인공은 바로 이건화(31) 씨다.

쉽게 얻은 훈장이 아니다. 클래식기타를 본격적으로 배운 건 스무 살 때. 이후 10년 동안 기타를 손에서 놓은 날이 없다. 매일 다섯시간 이상 연습했다. 손마디에 통증이 와도 기타를 잡았다. 어려서부터 시작한 연주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연습을 게을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로는 부족했다. 세종대 컴퓨터공학과를 다니던 이씨는 1997년 기타를 짊어지고 독일로 떠났다. 클래식기타의 본고장에서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욕심에서다. 전공을 포기하고 클래식기타에 인생을 걸었다. 이씨는 "아버지의 걱정이 컸다"며 "하나뿐인 아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 보고 싶지 않으냐며 설득해 결국 허락을 받아냈다"고 웃었다.

독일로 유학을 간 이씨는 뒤셀도르프의 로베르트 슈만 음악대학에 입학해 클래식기타를 전공했고 최고 점수로 대학원을 졸업했다.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인 알렉산더 라미레즈 교수의 지도 아래 같은 대학에서 클래식기타 최고연주자(박사) 과정도 마쳤다. 이씨에게 라미레즈 교수는 은인이다. 클래식기타 연주자로서 나가야 할 방향을 잡아줘서다. 이씨는 "교수님이 '관중을 위해 연주하라'고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기술의 완벽함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연주를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이씨를 표지모델로 다룬 독일클래식전문지는 그를 '영혼의 기타리스트'라고 소개했다. 그만큼 이씨의 연주가 감성적이라는 얘기다. 폴란드 출신 유명 클래식기타 연주자인 마르신 딜라도 최근 대만에서 열린 국제 클래식기타콩쿠르에서 이씨의 연주를 듣고 "정말로 날 감동시켰다"는 심사평을 냈다. 이씨는 "작곡가가 어떤 성격이었을까지 상상하며 곡의 분위기를 살리려 노력한다"며 "콩쿠르에서 보면 기술적으로는 내가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을 느낄 때가 있는데 나만의 곡 해석이 장점이 된 것 같다"고 수줍게 웃었다.

이씨는 아버지가 근무하던 노르웨이에서 태어났다. 이씨는 "한국처럼 온라인게임을 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환경인 데다 여가시간이 많아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웠다"며 "다양한 음악과 문화 속에 감성을 키운 덕"이라고도 했다. 이씨의 다음 목표는 한국에서의 클래식기타 연주 지도자다.

이씨의 클래식기타 인생은 29일 오후 5시 10분 이데일리TV '이데일리 초대석'(진행 오승연)에서 방송된다.

양승준 (krank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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