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를 찾아서]보석처럼 하얗게 빛나는 융프라우를 꿈꾸다

2014. 8. 1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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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J 투어2000 부사장 칼럼 <11>

[동아일보]

여행은 늘 설렘을 동반한다. 왜 설레는 것일까. 평소 동경하고 꼭 가고 싶었던 곳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서유럽을 여행하게 되면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있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 많이 동경하고 많은 울림을 가져오는 곳이 바로 스위스 융프라우다. 융프라우는 독일말로 젊은 여성을 말한다. 다시 말한다면 처녀산이라고도 의역할 수 있을 것이다. 처녀산이 주는 이미지처럼 융프라우 정상은 쉽게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다. 구름이 사람들의 마음을 애태운다. 융프라우의 높이는 4158m로 만년설로 덮여 있다.

융프라우는 그곳의 알레치 빙하와 함께 이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변화무쌍한 날씨마저 유산이 될 만큼 이곳 기후는 신비롭고 보존 가치가 크다. 빼어난 산세, 빙하와 함께 끊임없이 계속되는 날씨 변화를 등재 사유로 적고 있으니 말이다.

젊은 날 그렇게도 많이 부르던 '에델바이스'가 피어있는 곳이 바로 여기다. 융프라우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나무와 풀, 그리고 꽃들은 점점 작아진다. 아주 작게, 겸허하게 살아가는 나무와 풀, 그리고 꽃에서 배운다. 왜 많은 사람들이 융프라우에 열광하는지를 알 것 같다.

중저음의 호텔 지배인의 "굿모닝"에 깨어나다

융프라우를 간다면 스위스의 정통 가옥 샬레풍 호텔을 추천한다. 푸른 초원 한 가운데 호텔이 있다. 눈이 많이 와서인지 지붕이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창문을 열면 우편엽서에서 보아왔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저녁에 도착하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 어렵다. 고단함에 곯아 떨어져 있다 호텔 지배인의 중저음의 '굿모닝!' 소리와 함께 흔드는 카우 벨이 꿈결 같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곳 소 방울은 크고 소리도 묵직, 나직하다.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온 느낌이다.

일어나 창문을 열면 말 그대로 푸른 초원, 그림 같은 풍경이 들어온다. 소음도, 먼지도 없는 지금 이곳은 동화 속 나라로 착각할 만큼 아름답다. 그리고 고요하다.

만년설과 빙하 그리고 산악 열차에 대한 로망

융프라우가 우리들 가슴에서 로망으로 남아 있는 것은 하얀 보석같이 빛나는 만년설과 빙하 그리고 산악 열차 때문일 것이다. 산악 열차는 암벽을 뚫고 1912년부터 운행되기 시작했으니 벌써 102년이 되었다. 산악열차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3454m)인 융프라우요흐까지 이어진다. 덕분에 힘 덜 들이고도 정상 근처까지 오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귀가 먹먹해 오는 것이나 두통까지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붉은 빛의 스위스 산악열차로 융프라우 정상까지 오르기 위해서는 세 번의 산악 열차를 갈아타야 한다. 가파른 철로를 오르기 위해 '토블러'라는 톱니레일을 설치했기에 3970m의 아이거봉의 바위를 뚫고 계속 올라가 4099m의 묀히봉 암반 속을 거쳐 융프라우봉과 묀히봉 사이에 말안장처럼 앉아 있는 융프라우요흐까지 올라갈 수 있다.

융프라우 정상까지 오르다 보면 라우터브루넨, 벤겐 등의 산악마을이 스쳐 지난다. 샬레풍의 세모 집들이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펼쳐진다. 해발 2061m 클라이네 샤이데크에서 등산열차를 갈아타고 다시 오른다. 그러니까 융프라우의 바로 아래까지만 가는 것이다.

융프라우요흐에 가면 그 처녀가 있을 듯

융프라우요흐까지 간다는 것은 마치 기적을 꿈꾸는 것 같다. 하늘과 맞닿아 있는 까마득하게 보이는 융프라우 정상을 오른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요흐에서 내려 어둡고 습한 동굴을 지난다. 살갗에 전해지는 쌀쌀함과 호흡의 어려움을 통해 이곳이 어느 정도인지를 감지할 수 있다. 전망대로 가면서도 춥다. 그리고 숨이 차다. 전망대 밖으로 나오는 순간 신천지가 펼쳐진다. 온통 하얀 설원(雪原)이 펼쳐진다.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잠시도 서 있을 수 없다. 전망대에서 10분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실내로 들어온다. 매점 앞은 인산인해. 특히 한국 사람들은 익숙한 브랜드 때문에 열광한다. 적어도 한국인이라면 그 익숙한 S컵라면을 빠지지 않고 사먹었을 것이다.

한편 기차로 스쳐 지나가기에 너무 아쉬운 여행객들에겐 융프라우 일대를 돌아보는 트레킹을 권한다. 200km에 이르는 70여 개의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실핏줄처럼 이어져 있다. 곤돌라를 타고 2000m 지점에서 시작해 산악마을과 야생화 길을 걸을 수도 있고 패러글라이딩을 이용해 트레킹을 할 수도 있다.

산은 올라가라고 있고 또 올라가면 내려오라고 있다. 아주 평범한 진리이다. 하지만 올라갈 때 못 봤던 풍경들이 내려오면서 아주 찬찬히 그리고 자세하게 보인다. 그 많은 비바람 속에서도 잎이 열리고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자연에 경탄한다. 융프라우의 자연은 어김없이 피고 지고 쉬지 않는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에델바이스 노래의 의미를, 에델바이스의 가사 내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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