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인터뷰] 영화 '18' 한윤선 감독-차엽-배유람, "상처·피? 첫사랑에 대한 폭력"

2014. 8. 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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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최현호 기자]"사실 저는 폭력을 싫어해요. 영화에서 가장 폭력적인 부분이 화장실 신이죠. 피도 많이 나지만 노는 아이들의 폭력이 아닌 첫사랑에 대한 폭력입니다. 상처도, 피도 첫사랑의 폐해가 아닐까요."

제 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한국독립영화 최고 작품상에 해당하는 LG하이엔텍상 수상작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이하 '18')를 연출한 한윤선 감독의 말이다.

14일 개봉하는 '18'(열여덟)은 영화를 좋아하는 평범한 고등학생 동도(이재응 분)가 같은 반 친구 현승(차엽 분)을 만나 새로운 무리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가운데 오해로 사이가 어긋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제목이 담고 있는 '18살'과 '성장', 그리고 '느와르'는 이 작품에 다가가는 작은 안내판과 같다. 그리고 그 안에서 동도의 우정과 사랑이 무너지고 다시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거친 청소년들의 삶이 리얼하게 표현됐다.

헤럴드POP는 '18'의 감독 한윤선과 두 주연 배우 차엽, 배유람을 만나 그들의 영화 이야기를 들어봤다.

"처음 제목이 '두더지들'이었어요. 인물들이 거칠고 밑에서 올라오는 게 맞아떨어진 가제였죠. 개봉하고 이런저런 부분 때문에 바꿨어요. 이야기는 저와 배우들, 친구들의 인생 등 한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의 인생이 섞여 있습니다."(한윤선 감독)

사진=영화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 한윤선 감독

한윤선 감독은 엔딩크레디트 막바지에 도움을 받은 이들을 소개하며 '영화 속 실제인물인 나의 친구들'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극중 현승 역을 맡은 배우 차엽은 한윤선 감독이 제작부장으로 참여한 '설인'에 출연해 인연을 쌓았고, 이번 작품에까지 함께 하게 됐다. '헤럴드POP'과 만난 자리에 함께 한 배유람은 오디션으로 배역을 따냈지만 현재는 한윤선 감독과 형, 동생으로 부를 만큼 친밀해졌다.

배우들에 따르면 '18'에 출연한 배우, 스태프들은 작품을 촬영하며 똘똘 뭉쳐 가족처럼 지낸다. 이런 팀워크는 독립영화 특유의 험난한 제작환경도 한몫했다.

"처음부터 배우 스태프 모두 막일꾼이나 다름없었어요. 육체로 때워야했죠. 특히 눈 때문에 고생했어요. 3일 눈을 치우고 하루 촬영하는 일도 있었거든요. 눈 내리면 실내 신을 촬영해야하는데 로케이션 섭외가 어려웠어요. 눈 때문에 실내 신을 찍어야 해서 배우들에게 밤에 전화하면 자기 스케줄이 있을 텐데 와서 촬영을 하더라고요."(한윤선 감독)

배우들에 대한 감독의 애착만큼 배우들의 감독에 대한 믿음도 굳건했다. 이들은 영화 속 동도의 집을 실제 숙소로 쓰면서 함께 어울려 생활하는 남다른 가족애를 보였다.

사진=영화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 배우 차엽

"가족 같은 분위기였어요. 영화에 나오는 동도 집이 저희 숙소였죠. 힘들고 열악한 환경이라 서로 친형제로 지내며 버팀목이 됐어요. 배우들이 촬영하면서 친해지고 때론 별로 안 친해지기도 하지만 저희는 모든 친구들이 다시 만나는 관계가 됐어요(웃음)."(차엽)

서로 힘든 걸 알고 고생했지만 우정은 더욱 돈독해졌다. 기술이나 환경적으로 열악해 영화의 작품 분위기 역시 그 환경에 맞출 수밖에 없었다. 의도한 느와르는 어느덧 '사실적인 분위기'로 집중됐다. 사실 한윤선 감독이 작품을 시작한 계기는 "지금 안 찍으면 나중에도 못 찍을 것 같아 아무 것도 없이 시작했다"는 저돌적인 판단 때문. 작가 중심적인 독립영화지만 차별성을 위해 스스로 많이 타협했다고 밝혔다. 어쩌면 유동성 있게 대처하는 감독의 남다른 판단력일지도 모른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보다 제가 이야기 반을 하면 관객이 반을 이야기하는 공감과 재미로 이어지는 방식이 필요했어요. 그러기위해서 학원물이 제격이라 생각했죠."(한윤선 감독)

사실적인 학원물로 탄생한 '18'는 기존의 학원물인 '말죽거리 잔혹사' '바람' '써니' 등과 비슷해 보이지만 또 다른 지점을 찾았다. 평범한 주인공이 거친 친구들의 세계를 경험하는 전개 속 뻔하지 않은 캐릭터와 실제 90년대를 회상케 하는 친숙한 이야기는 관객을 몰입시키기 충분하다. 이를 완성시키는 것은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한윤선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는 "연기가 걸리는 게 없었다. 못한다는 느낌의 배우가 한 명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다 잘했다"고 전했다. 이에 배우들은 감독의 배려를 높이 샀다.

"감독님에 대한 불만이 없었어요. 그저 믿었죠. 연기를 하고 나서 모니터 확인을 하려는데 물어보면 '네가 하는 게 맞지 않냐'면서 믿어줬어요. 오히려 더 영화가 자연스럽게 나왔죠. 특별히 원하는 연기주문이 없었고 생각을 많이 존중해주셨어요. 저는 불만이 없었고 떨지 않게 해서 잡생각 없이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차엽)

사진=영화 '18:우리들의 성장 느와르' 배우 배유람

"(차)엽이 형은 감독님과 잘 아는 사이였지만 저는 오디션을 통해 들어갔어요. 처음부터 제 능력을 보여드려야했죠. '오버'라도 감독님이 줄여주실 거라 믿고 유쾌하게 연기했는데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다른 배우들과 금방 융화되고 친해졌어요. 하하."(배유람)

특히 차엽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학교짱'인 현승 역할을 위해 덩치를 키워야하는지 혹은 살을 빼야하는지 감독에게 물었다. 하지만 이 역시 감독은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 차엽에게 맡겼고, 겉모습은 전형적 보스지만 마음은 여리고 의리 있는 현승 역이 완성됐다. 영화 속 현승은 그만큼 사실적이면서도 독특했다.

"현승은 다른 친구보다 성장된 친구라 어른스러워요. 큰 덩치의 겉모습과 달리 듬직하고 의리 있죠. 제 학창시절 모습을 대입하면 비슷한데 현승의 성격은 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촬영 당시 28살의 제 생각으로 현승의 성격을 대입했죠. 진짜 학창시절에는 영화처럼 학교 끝나고 커피숍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파르페나 체리콕을 시켰어요. 그렇게 촬영을 할 때 과거 친구들과 모였던 장소를 생각하면서 '내가 현승이라면 어땠을까' 고민했어요."(차엽)

사진=영화 '18:우리들의 성장 느와르' 포스터

배유람 역시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역할에 충실히 임했다. 그는 극중 동도가 현승 무리와 어울리는 도중 진심어린 한마디를 건넨다.

"학창시절 놀지는 않았고 성격이 쾌활해서 공부 잘하는 친구들도 다 친했어요. 제가 그동안 친구 역을 많이 했어요. 극중 동도한테 호기심의 길에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등 정서상 안정감을 이끌어주려 노력했어요. 과거 친구들과 즐겁게 논 기억을 하며 어렵지 않게 동도를 서브해주는 역할, 재밌게 이끄는 역할에 중점을 뒀어요."(배유람)

우정에 대한 진지한 관찰, 더불어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18'. 한윤선 감독과 차엽, 배유람은 자칫 폭력적인 영화로 비쳐질 수 있는 작품을 방황의 과정을 겪은 뒤 진정한 우정으로 향하는 18살 청춘의 여정을 담담히 그렸다. 또 그 과정에서 90년대의 아련한 기억도 끄집어냈다. '18'로 힘 있는 첫 작품을 만든 한윤선 감독, 첫 주연작을 만난 차엽, 첫 장편을 찍게 된 배유람. 이들의 성장과 활약이 기대된다.

ent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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