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에 놀러갔다면 마늘탕수육과 생선국수 먹어야죠

2014. 8. 1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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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뿔도 녹는다는 여름을 맞아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한창이다. 매년 이때쯤이면 기다려지는 건 여름휴가. 치열한 일상과 삼복더위를 피해 떠난 여행은 황금과도 같다. 여기에 맛있으면서도 실속 있는 식사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경상도 서민식당에 이어 이번에는 충청도로 떠났다. '충청도 음식은 개성이 없다'는 속설을 무시하듯 그곳에서 색깔 있는 음식과 식당들이 많았다.

새콤달콤한 마늘 향의 중독성, 마늘탕수육

아산시 배방읍 < ;한성반점 > ;

뜨거운 햇살을 등지고 굽이굽이 이어진 길목을 지나 도착한 < ;한성반점 > ;. 남루한 아파트상가 2층 입지에 손님이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잠시 후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자 줄지어 입장하는 손님 행렬에 마음이 놓였다. 이곳의 대표메뉴는 마늘탕수육과 불짜장. 주문하고 가장 먼저 나온 마늘탕수육(소 1만6,000원)은 서넛이 먹어도 될 만큼 푸짐한 양이다. 바삭하게 잘 입힌 튀김 옷에 마늘소스를 찍어먹으니 새콤한 첫 인상에서 금세 단맛이 감돈다. 일행 모두 만족스럽게 말없이 먹기만 하는 가운데 불짜장(5000원)이 등장했다. 푸짐하게 올린 오징어는 생물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선도가 뛰어났다. 캡사이신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낸 알싸함은 불짜장의 개성을 드러낸다. 비법은 베트남고추와 국내산 고추의 활용이라고 말하는 주인장의 모습을 보며 손님들이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한성반점 > ; 충남 아산시 배방읍 휴대리 45 (041-549-2263)

대기만성형 '짜글이찌개'는 느긋하게 졸아야 제 맛

청주시 율량동 < ;대추나무집 > ;

문화적 식도락가를 꿈꿔서였을까? 아니면 꺼지지 않은 배를 식히기 위해서였을까? 오랜만에 찾은 청주에서 영화 한 편의 여유를 즐기곤 '짜글이찌개'가 유명한 < ;대추나무집 > ;으로 향했다. 주문과 동시에 차리는 상차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허투루 내는 반찬이 없다. 정성으로 가득 찬 달걀말이는 특히 반갑다. 반가움도 잠시 금세 주인공 짜글이찌개(8,000원)가 등장했다. 짜글이찌개는 청주의 대표적인 서민메뉴다. 김치찌개와도 닮았고 두루치기와도 닮았다. 넉넉하게 들어간 돼지고기 부위인 사태는 쫄깃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끓인 야채와 함께 싸서 먹어보라며 설명까지 해준다. 처음엔 흥건한 국물의 밍밍함에 물음표를 던졌지만 어느새 졸아든 국물에서 얼큰하고 개운한 맛을 드러냈다. 짜글이찌개는 이곳에 오면 남녀고하를 막론하고 술을 찾게 하는 원흉이다.

< ;대추나무집 > ; 충북 청주시 상당구 율량동 928-2 (043-212-8855)

금강 급류 물고기와 메주콩 된장으로 끓인 진국 생선국수

옥천군 옥천읍 < ;대박집 > ;

청주를 떠나자 갑작스레 비바람이 몰아쳤다. 바다에서 강으로 회귀하는 연어처럼 귀소본능이 자극됐다. 집 생각이 간절했지만 우리가 향했던 곳은 생선국수가 유명한 < ;대박집 > ;. 태풍 속에도 끊이지 않는 손님 행렬을 보니 옥호처럼 이곳은 대박집이었다. 하나같이 생선국수를 외치던 사람들을 보며 마법에 걸린 듯 '여기도 생선국수요'라고 주문했다. 생선국수(6,000원)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녹진한 육수였다. 금강에서도 유속이 빠르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곳에서 살이 야물어진 민물고기를 사용한다. 그래야 비린내와 흙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메주콩으로 빚은 된장과 고추장, 감자, 한약재를 갈아 넣는다. 꾸덕하면서도 진한 그 국물에 소면이 들어가 목으로 후루룩 넘기는 맛이 일품. '손님들이 공깃밥을 국물에 말아먹으면 그 맛이 자꾸 생각나 또 찾아온다'고 말하는 주인장의 너털웃음이 벌써 그리워진다.

< ;대박집 > ; 충북 옥천군 옥천읍 죽향리 214 (043-733-5788)

소국밥과 실속형 육사시미의 콜라보레이션이 해장술 불러

대전시 태평2동 < ;태평소국밥 > ;

잠을 청하며 마신 술로 다음날 머리가 지끈거릴 때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말끔하게 끓여낸 국물이 가득한 소고기국밥이다. 여행 중 깨지 않는 숙취로 대전에서 잘한다 하는 탕반집 < ;태평소국밥 > ;으로 발길을 돌렸다. 같은 상호에 다른 곳도 있지만 이 집이 원조임을 드러내는 P.O.P를 입구에 붙여두었다. 소국밥(5,500원)에 담긴 고기는 푸짐하진 않았지만 부드러운 식감이 반가웠고, 맑고 담백하게 우려낸 국물 맛에 끌려 국밥은 어느새 동이 나버렸다. 하지만 이곳의 히든 카드는 육사시미(小 6,000원)다. 6천원의 육사시미는 서울 어디에 가더라도 쉽게 구경하지 못할 가격이다. 저렴한 가격이라고 맛을 얕봐서는 안 된다. 차진 식감에 중독성 강한 육사시미를 먹고 있으니 숙취가 언제 있었냐는 듯 소주 한 병을 시켰다. '6,000원의 행복'이 거기에 있었다.

< ;태평소국밥 > ; 대전 중구 태평2동 375-1 (042-522-9852)

기고= 글사진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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