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김연아 점프로 삼각함수 공부..韓 "사코코사" 외우며 시험 준비

2014. 8. 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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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학이 세상을 바꾼다 ③ / 암기식 교육 바꾸자 ◆'교과서 점프' '피겨의 교과서'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는 2012년 실제 미국 고등학교 교과서에 이름을 올렸다. 빙판에서 연기하는 그의 사진이 그대로 실린 교과서 과목은 '체육'이 아닌 '수학'이었다.

미국 교과서 출판사 호턴 미플린 하코트는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 '삼각함수' 편에 그를 실었다. 삼각함수를 왜 배워야 하는지와 얼마나 이 분야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였다. 피겨 선수가 악셀 점프를 뛸 경우 점프 각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삼각함수로 밝혀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수학교육의 초점을 '왜 배우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에 두고 있다. 하지만 국내 교육과정에서 같은 분야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은 다르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1학년은 '사코코사' '코코사사'라는 주문을 외워가며 삼각함수 공식을 외운다. '사코코사'는 sin(α+β)=sinαcosβ+cosαsinβ라는 삼각함수의 덧셈정리 공식을 줄여서 표현한 말이다. '코코사사'는 다른 덧셈정리 공식의 줄임말이다. 삼각함수에 대해 왜 배우는지, 이를 일상생활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는 어느 교과서에도 나와 있지 않다.

'사코코사'라는 주문은 알고 있지만 공식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학생은 별로 없는 게 한국 수학교육의 현 실정이다. 이해 없이 주문 같은 공식을 머리에 꽉꽉 채워 넣어도 문제만 보면 앞이 캄캄해져 결국 수학을 포기해버리는 '수포자'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현장에 있는 교사들 역시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어렸을 때부터 학생들이 즐겁게 수학을 배울 수 없는 교과과정, 부족한 재원,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꼽고 있다.

고명찬 서울 하나고 수학교사는 "어렸을 때부터 차근차근 쌓아온 실력을 바탕으로 고등학교 수학 교과과정을 접해야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ㆍ중학교 때는 시험 전날 수학 공식만 외워도 문제는 풀 수 있다"며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도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면 점수가 안 나와 결국 흥미를 잃고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늘어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입시 위주' 수학의 병폐는 최근 국제 올림피아드 경기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제55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우리나라는 종합 7위로 전년 2위보다 5계단 이상 떨어진 결과를 냈다. 올해 대학 입시부터 올림피아드 성적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과 학부모들 관심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올림피아드조차도 입시에 맞춰 준비하다 보니 수학은 학생들에게 '점수는 잘 받아야 하지만 재미도 자신도 없는' 과목이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말 발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의 수학 성취도는 554점(평균 500점)으로 OECD 가입 국가 중 1위다.

하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 등 '내적동기'로 평가할 경우 우리나라는 -0.2(평균 0.0)으로 65개 국가 중 무려 57위였다. 수학이 미래 학습과 직업에 유용할 것이라는 인식도 평가(도구적 동기)에서는 63위로 뒤에서 3등을 했다. 수학 성취도는 1등이지만 수학에 대한 자신감 평가에서는 뒤에서 2등인 64위였다.

수학에 재미있게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한국 교육자들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수업시간 50분 동안 3~4문제를 풀면서 학생끼리 토의하고 발표하며 이해를 높여가는 것이 수학에 재미있게 접근하는 교육 방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을 통해서는 즉시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문제풀이 위주로 진도를 빠르게 나가는 사교육을 믿고 의존하게 된다.

경기도 안산에서 수학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최태호 씨(가명ㆍ31)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전, 학원에서 고교 1ㆍ2학년 과정을 빠르게 끝내주기를 원한다"며 "결국 이해보다는 암기식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새봄 기자 / 원호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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