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캐디 선택제 시행 '스마트KU골프장'.."손발 바빠도 '저렴한 가격' 보상에 만족"

2014. 8. 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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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10분, 서울 잠실아파트 주차장에서 나오자 장맛비가 세차게 몰아쳤다. 왠지 조바심이 나 액셀 페달을 힘껏 밟았으나 빗길이 미끄러워 이내 속도를 줄였다. 와이퍼를 최고 속도에 맞춰놓아도 시야 확보가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터널을 지나자마자 거짓말처럼 장대비가 멈췄다.

경기도 파주 법원읍 소재 스마트 케이유 골프 파빌리온(KU골프장)에 도착한 시간은 7시15분. 백을 내리고, 황급히 프런트 데스크로 달려가 예약자 이름을 대자 "스마트캐디(캐디 선택제) 팀이시군요. 8시15분 바른코스입니다"라는 차분한 안내와 함께 락커 번호표를 건네준다.

동반자 3명은 이미 1층 식당, 전망 좋은 창가자리에 앉아있다. 2명의 핸디캡은 9. 나머지 2명은 각각 18, 22 정도. 창밖에는 다시 가느다란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티오프 시간 10분 전, 스타트 장소로 내려가니 반가운 골프채가 일행을 반긴다.

뽑기 막대기 준비 못해 초반부터 소란

전동카트에는 이미 비가림막이 쳐진 상태. 공을 닦을 수 있는 큰 수건 2장과 생수 4병, 코스안내 단말기(스마트캐디) 4대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급한 대로 비옷을 꺼내 입고, 우산도 챙겨 들었다. 시간이 조금 지체돼 서둘러 바른코스 1번 홀로 내려갔다.

난생 처음 몰아보는 전동카트다. 약간 긴장됐으나, 액셀과 브레이크 감각이 부드러워 이내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첫 홀 시작 전부터 낭패다. 티잉그라운드에 가장 먼저 오를 '아너(honor)'를 정하기 위해 뽑기용 막대기를 찾았으나 없다. 급한 대로 티 4개를 이용해 순서를 정하고, 10만 원씩 갹출해 뽑기게임(짝을 맞춰 승패를 가르는 방식)을 하기로 했다.

곧이어 스마트캐디를 켜자 "거리 안내는 홀 표지물로부터 실거리입니다. 일 번 홀 304미터 파4홀입니다. 공략은 그린 왼쪽 벙커, 우측 끝 방향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봄직한 안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문자로도 표시돼 동시에 볼 수도 있다.

드디어 첫 홀 티샷. 시작이 좋다. 볼이 날아간 거리(캐리)는 약간 짧았으나 페어웨이 정중앙에 안착했다. 전동카트를 볼 근처 도로에 세우고 스마트캐디를 켰다. 남은 거리는 121m. 8번과 9번 아이언, 피칭웨지를 들고 볼 뒤로 가 다시 정확한 거리를 확인해보니 이번엔 116m로 나왔다. 그린이 내리막에 위치해 9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날렸다. 안타깝게도 볼은 그린 엣지 근방에 떨어졌다.

허겁지겁 달려가 다시 스마트캐디를 켜보니 홀 주변으로 실선 간격이 넓고, 엷은 파란색 등고선이 나타났다. 9m짜리, 내리막 경사라는 의미다. 퍼터로 홀 2m까지 붙였다. 이번엔 옆 경사가 고통스러웠다. 보기에는 홀 좌측이 높은 것 같았으나, 단말기가 지시한 대로 우측 방향으로 가볍게 밀자 반가운 '땡강'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성급한 마음에 8번홀 지나쳐

'보기(기준타수보다 1타수 많은 스코어)'로 막은 첫 홀과 '더블 보기'를 기록한 두 번째 홀에서는 뽑기 게임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서툰 전동카트 운전은 물론이고 거리 확인하랴, 채 챙기랴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좌충우돌이다.

이번엔 파5, 약간 아래로 경사면을 가진 3번 홀이다. 화이트에서 445m거리. 첫 번째 드라이브 샷은 약간 슬라이스(오른쪽으로 휘어짐) 구질이다. 확인해보니 남은 거리는 254m, 다행히 볼의 위치가 좋아 두 번째 샷에서는 망설임 없이 5번 우드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번엔 '뒷땅(공보다 뒤에 있는 지면)'을 치고 만 것. 볼이 100m 정도 날아가더니 이내 고꾸라지고 만다. 욕심 때문이다. 적당한 채가 없어 도로를 살펴보니 전동카트는 벌써 90m 정도 전진한 상태다. 어쩔수 없이 왕복 180m를 달려가 5번 아이언을 가져왔다.

다행히 세 번째는 '굿 샷'이다. 꿈에 그리던 파5홀에서 쓰리 온을 한 것. 동반자 중 가장 먼저 볼을 그린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컵까지는 10m 정도, 더구나 옆 경사로 볼을 붙이기가 쉽지 않다. 집중에 집중을 거듭한 끝에 겨우 파로 마감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홀로 이동했다.

그러나 사단은 7번 홀에서 벌어졌다. 드라이버와 우드를 잘 마무리지은 후 일찍 홀 아웃을 끝내고 전동카트로 달려갔다. 나머지는 그린 위에서 경사면을 살펴보고 있는 상황. 전동카트를 몰고 우측으로 돌아섰다. 동반자들의 동선을 좀더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급한 마음에 바로 옆에 위치한 다음 홀, 바른 8번을 그만 지나치고 말았다.

어디로 갈지 몰라 허둥대고 있는 사이 다른 팀 캐디가 '길을 비켜달라'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일단 전동카트를 전방 여유공간으로 뺐다. 길을 터줘 지나가게 하기 위해서다. 캐디는 우측에 보이는 홀이 8번이라는 안내와 함께 "카트를 돌려줄 테니 이동하라"고 상냥하게 말을 건넨다.

그러나 정중히 사양하고 직접 전동카트를 몰아 유턴시켰다. 좁은 길에서 전진과 후진을 2차례 정도 반복하면서 일행이 모여있는 티잉그라운드로 달려간 것. 시간을 지체했다는 압박감 때문에 나머지 2홀이 편치 않았다.

2시간 10분 만에 전반 라운드를 마치고 휴게실에서 시원한 에일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였다. 10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후반 라운드에 나섰다. 과감한 공략이 요구되는 '바른코스'다. 그러나 점차 날이 개고 노캐디 골프시스템에도 익숙해져 무난히 보기 플레이를 마칠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18홀에서 뽑기 상금을 주고도 12만 원이 남았다는 사실을 알리자, 동반자 중 한 명이 "캐디피로 사용하면 딱 맞겠네. 그리합시다"라고 말해 일제히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린피 포함 총비용 1인당 11만7000원

2시간 5분 만에 후반을 끝내고 다시 스타트 존으로 돌아왔다. 동반자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아이언과 우드, 드라이버에 묻은 오물을 닦아내는 등 골프장비 손질에 나섰다. 그러나 즐겁다. 평소 누릴 수 없는 기쁨이다. 지루하거나 귀찮다는 생각보다는 왠지 뿌듯하고 상쾌한 느낌이다. 내 장비를 내 손으로 직접 손질하고, 골프백에 고이 넣으니 더욱 애착이 간다. 라운드 전체 소요시간은 중간 휴식시간 포함, 모두 4시간 15분이다.

모든 정리가 끝나자 진행요원이 나와 "차에 백을 싣고 지정된 장소에 카트를 세워놓으라"고 안내해준다. 그러나 동반자 2명은 차 키를 락커에 두고 왔다. 평소 캐디 진행과 발레파킹에 익숙한 탓이다.

결국 동반자 차에 백을 싣고, 식사를 끝낸 후 찾기로 했다. 발걸음을 옮기며 락커 안내용지를 찬찬히 살펴보니 맨 하단에 '라운드 시 차 키를 소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작은 안내 문구가 들어있다. 노캐디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모든 지시사항을 세밀히 살펴보고 따라야 한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대신 저렴한 가격으로 보상해준다.

실제 이날 라운드 총비용은 1인당 11만 7000원이다. 목요일 평일 이벤트를 이용해 그린피는 9만 원을 적용받았다. 이 외에도 카트와 스마트캐디 임대료는 각각 2만 원, 7000원이다. 2~3주 전 전화로 예약해야 이용이 가능하다.

[파주=김동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440호(14.08.12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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