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네이버 '스토어팜' 논란

박혁진 기자 2014. 7. 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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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바꿨지 장기적으로 보면 네이버에 대한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들의 종속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한 업자의 말이다. 그는 최근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그동안 운영해 오던 쇼핑몰인 '샵N'을 정리하고 대신 새로운 서비스인 '스토어팜'을 내놓은 데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판매자들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네이버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네이버가 지난 6월 1일 내놓은 '스토어팜'에 대한 유통업계의 논란이 뜨겁다. '스토어팜'은 네이버의 오픈마켓 서비스인 '샵N' 대신 내놓은 새로운 형태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그동안 구매자들이 네이버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지식쇼핑이라는 쇼핑 검색창에다 구매하고자 하는 물건을 치면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개인사업자 창으로 연결되어 물건을 구매하거나, 아니면 네이버가 직접 운영하는 샵N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네이버가 샵N을 운영하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온라인 유통업계에서는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검색광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네이버가 오픈마켓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판매업자들은 네이버와 경쟁도 하면서 네이버에 광고도 하고 10%에 달하는 판매수수료도 내야 했다. 이런 구조 속에서도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으로 인해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네이버 샵N에 입점해야 했다. 네이버는 이런 운영방식으로 앉아서 돈을 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네이버 전체적으로 2013년 매출 2조3000억원 중 1조9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제조업에서 영업이익이 10%만 넘겨도 '알짜사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영업이익률이다.

이런 비난 여론을 의식해 네이버가 취한 조치는 샵N이라는 오픈마켓에서 철수하고 대신 스토어팜이라는 플랫폼을 내놓은 것. 샵N은 네이버가 직접 판매자가 되어 물건을 판매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스토어팜에서는 네이버가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다만 개인사업자들이 'storefarm.naver.com'에다 온라인숍을 오픈하면, 이것이 네이버 지식쇼핑에 노출된다. 개인들이 네이버에 블로그를 오픈하면 blog.naver.com으로 시작하는 URL주소를 부여받고, 검색에 노출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네이버 측에 따르면 스토어팜은 기존의 오픈마켓에서 부과되는 판매수수료를 없애고, 간단한 입점 절차를 거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 측은 스토어팜 론칭에 맞춰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를 통해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매출을 발생시키기보다는 검색엔진 본래 목적에 맞게 상품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업계의 비난 여론을 의식해 판매 시장에서 철수했다고 밝혔음에도 오히려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네이버의 말처럼 '스토어팜'은 판매수수료를 없앤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이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 업계 관계자들은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스토어팜 이용자들은 네이버 결제서비스 이용료를 내야 하고 지식쇼핑 노출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판매수수료를 받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동안 판매자들은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판매할 때 LG유플러스에서 개발한 결제시스템 등을 이용했는데, 스토어팜은 100% 네이버 결제시스템인 '체크아웃'을 이용해야 한다. 여기에다 온라인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핵심인 쇼핑 판매자들의 DB를 스토어팜 입점 과정에서 가만히 앉아서 확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네이버에 대한 종속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도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오픈마켓의 한 관계자는 "샵N의 후신인 스토어팜은 오픈마켓과 마찬가지로 '통신판매중개업'이고,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 온라인금융서비스인 체크아웃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체크아웃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한 상품 등록 플랫폼이라는 네이버의 설명대로라면 약관에 '사이버몰 구축 및 서버 관리 서비스'로 규정되어야 하지만 스토어팜의 약관은 사업 영역을 판매·배송·환불 등 판매 과정에 개입하는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명기하고 있다"며 "사실상 비난여론만 피해가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했던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는 "네이버가 스토어팜 서비스를 시작하는 대신 바로가기 서비스(검색창에 업체명을 치면 화면 위에 업체 링크가 게재되는 서비스)를 없애려고 하다 비난 여론이 커지면서 유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바로가기 서비스가 없어지면 결국 개인 쇼핑몰 업자들은 스토어팜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면서 결제수수료와 지식쇼핑 노출수수료를 내거나 브랜드 검색광고를 따로 해야 하는데 그 가격이 월 1500만원 정도에 달한다"며 "결국에는 네이버에 더 의존하는 구조가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한번 네이버에 판매를 의존하게 되면 점차 자생력이 사라져 나중에는 네이버가 해달라는 대로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당장은 매출이 줄거나 발생하지 않더라도 네이버에 종속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온라인 판매 시장 환경과 맞닿아 있다. 온라인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를 기점으로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모바일앱'이 차지하는 비율이 'PC웹'을 넘어설 전망이다. 모바일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져서 내년이면 모바일과 PC 시장의 비중이 7:3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 쇼핑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DB를 확보하는 일이다. 특히 모바일 매출의 대부분은 의류나 신발, 액세서리 같은 분야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고, 계절에 따라 어떤 쇼핑 분야의 매출이 커지는지 그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스토어팜에다 숍을 오픈하는 개인사업자들의 대부분은 의류·잡화 분야 사업자들이기 때문에 이 분야와 관련해서 특화된 DB가 네이버에 모이게 된다. 만약 네이버가 이러한 특화 DB를 바탕으로 쇼핑 모바일앱을 구축하면 다른 모바일앱에 비해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 네이버는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모바일 쇼핑앱을 론칭할 계획이다.

스토어팜은 온라인 시장에서 흐름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오픈마켓 업체들과 네이버 간 치열한 싸움 끝에 나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옥션, G마켓, 11번가 등은 2~3년 전부터 네이버를 통해 유입되는 트래픽이 많아지면서 자기들의 DB를 가만히 앉아서 네이버에 내주는 상황을 맞이했다. 자칫 뉴스사이트처럼 포털이 없으면 존립할 수 없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우려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상품DB를 철수하거나 독립포털 '어바웃'을 만드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섰다.

이에 네이버 또한 상품DB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없다면 검색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샵N을 신설하며 맞불을 놓았다. 그러자 앞서 언급했던 대로 광고 시장 독과점 기업이 판매도 같이 한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네이버는 상품DB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으면서, 비난 여론은 최소화할 수 있는 오픈플랫폼 론칭이라는 절충안을 내놓은 셈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홍보실 김정우 차장은 주간조선에 "2013년 네이버 실적 공시 내용 중 당기순이익이 1조 8,953억원 규모로 표시된 부분은 NHN엔터테인먼트를 분사하면서 회계상 네이버 쪽에 중단사업손익이 반영된 수치로, 실제 당기순이익은 3,258억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네이버 지식쇼핑 메인 페이지는 네이버가 인위적으로 편집하는 공간이 아닌, 입점한 쇼핑몰에게 무료로 개방되어 누구나 상품정보를 등록하는 공간"이며 "스토어팜은 입점 및 판매수수료가 없는 무료 판매플랫폼으로, 스토어팜을 개설했다고 네이버 지식쇼핑에 노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기존의 샵N은 통신판매중개자로서 판매자와 이용자를 중개하며 판매수수료를 가져가는 모델로, 네이버는 직접 판매자 역할을 한 적이 없다"며"스토어팜으로 서비스가 전환되더라도 전자상거래법에서 규정하는 통신판매자로서의 책임과 소비자 권리가 변화는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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