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이순신에 의미 더한 오타니 료헤이 출연결심

[뉴스엔 이소담 기자]

오타니 료헤이의 용기가 '명량'을 빛냈다.

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제작 빅스톤픽처스) 최민식 류승룡 조진웅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한 이가 있으니 바로 조선의 편에 선 왜군 병사 준사 역을 맡은 일본인 배우 오타니 료헤이다.

오타니 료헤이는 '명량'에서 왜군 병사였지만 이순신 장군의 무도를 흠모하여 투항하고 조선의 편에 서게 된 준사 역을 연기했다. 준사는 죄 없는 백성들에게 가혹한 피해를 주는 명분 없는 전쟁을 끝내고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인물. 때문에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왜군의 결정적인 정보와 작전을 빼내 이순신에게 전한다.

'명량'에서 왜군 장수와 용병 역은 다들 한국 배우가 연기했다. 류승룡은 구루지마, 조진웅은 와키자카, 김명곤은 왜군 수장 도도 역을 맡았다. 구루지마를 지키는 일본 저격수 하루 역 또한 한국 배우인 노민우가 연기했다.

일본 배우라면 당연히 이들 역이 탐났을 만도 하건만, 오타니 료헤이가 맡은 준사는 궤를 달리한다. 오히려 일본인이지만 이순신의 편에 서서 전쟁을 끝내려 한다. 일본인 입장에서 보면 나라를 팔아먹은 역적이지만 조선에게는 그저 고맙고 또 고마울 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탕웨이는 '색, 계'에서 친일파를 미화했다는 이유로 중국 영화계에서 퇴출당했다. 국내서도 모 여배우가 우익 영화에 출연한 것이 알려져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 가운데 오타니 료헤이의 결심은 무척이나 크게 다가온다.

지난 7월21일 '명량'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최민식은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고맙다"면서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많이 생각했다"고 오타니 료헤이를 칭찬했다.

전작 '최종병기 활'에 이어 '명량'에서도 오타니 료헤이와 연을 맺게 된 김한민 감독은 "주변에서 반대하는데다 본인도 부담감이 있었을 테지만 한일 양국 가교 역할을 하는데 중요할 것이라고 말을 했더니 흔쾌히 참여했다"면서 그저 한국인들만을 위한 고마운 일본인 캐릭터가 아닌, 일본인 또한 이순신 장군의 넋을 기리는 계기를 만들어줄 인물로 준사를 꼽았다.

오타니 료헤이는 "주변에서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 우선은 김한민 감독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다. 준사 역도 꼭 맡고 싶었다"면서 "촬영 전 부담도 있었지만 그러한 마음을 모두 정리하고 연기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06년 드라마 '소울메이트'를 통해 료헤이 역으로 얼굴을 알린 오타니 료헤이는 이후 '도쿄 여우비'(08), '히어로'(11), '추적자'(12) '구가의 서'(13) '집으로 가는 길'(08)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최근엔 KBS 2TV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에 가네마루 역으로 출연해 이준기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한민 감독은 오타니 료헤이에게 충무로로 가는 길을 열어준 사람이다. 2011년 개봉한 '최종병기 활'에서 청나라 정예부대 니루의 수장인 쥬신타(류승룡)의 신임을 받는 오른팔인 장수 노가미로 열연한 오타니 료헤이는 두 번째 한국영화 '명량'에선 상관으로 모셨던 류승룡을 배신하고 그 반대 지점에 선다. "너는 일본놈이냐 아님 일본 놈의 모습을 한 조선놈이냐"는 영화 속 대사는 실제 오타니 료헤이에게 묻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본인이면 어떻고 한국인이면 어떤가. 비록 적장이지만 그런 이순신의 기지와 용맹을 흠모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거늘. 그저 준사의 진심을 통해 일본도 한국인도 진정한 성웅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뜻을 깨닫길 바랄 뿐이다. 또한 배우 오타니 료헤이의 행보 또한 기대해본다.

이소담 sodam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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