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老人시설 싫다" 주민 반발.. 갈 곳없는 데이케어센터(노인주간보호센터)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1가 주택가에 갑자기 '노인 요양 시설 입주 반대' 문구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지난 4월까지 어린이집이 있던 5층 건물 1층 자리에 '노인주간보호센터(데이케어센터)'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주민이 집단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4일엔 주민 20여명이 건물 앞에서 "요양 시설 빨리 나가라"고 외치며 시위했다. 일부 주민은 '치매·중풍 등을 앓는 노인 요양 시설이 들어서면 주민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쓰인 전단을 돌리고 500여명의 반대 서명을 받아 용산구청에 전달했다. "한밤중에 좁은 골목으로 앰뷸런스가 드나들면 동네가 복잡하고 시끄러워진다" "노인들이 죽어나가면 동네가 망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다음 달 이 시설을 개관하기 위해 준비 중인 민간 노인 복지 시설 사랑가득케어 측은 "데이케어센터는 노인들이 요양원으로 가지 않도록 돕는 시설인데도 주민들이 요양원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데이케어센터는 가정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노인들을 위한 재가 노인 복지 시설이다. 인지 능력은 떨어지지만 거동이 가능한 경증 치매 노인들이 낮에만 이 센터에 머물며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의 돌봄 서비스를 받는다. 차량으로 노인들을 센터에 '등·하교'시키고, 인지 능력 향상을 위해 그림·미술·음악·놀이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해 '노인 유치원'으로도 불린다. 사랑가득케어 측은 76평 공간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최대 20명의 노인을 요양보호사 3명, 간호조무사 1명 등이 돌볼 계획이라 했다.
이말선 사랑가득케어센터장은 "지역 노인들이 가까운 곳에서 편리하게 이용하시라고 주택가로 들어왔지만 주민들이 '산으로 들어가라'며 반대해 난감한 상황"이라 했다. 이 센터장은 "데이케어센터가 어떤 곳인지 이해하고 생각을 바꾸신 분들도 있어 주민들을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르면, 데이케어센터는 일정 요건을 갖추면 관할 구청에 신고해 설립 운영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에 따라 노인 복지 시설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시민들의 반감은 여전하고 이해는 부족해 갈등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61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2%를 넘어섰다. 작년 57만명이던 치매 노인 환자 수는 2024년 101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10년 후면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노인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노인 복지 시설과 인력을 확충하는 계획을 세우고, 경증 치매 환자들도 장기 요양 서비스를 받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그동안 보험 대상에서 제외됐던 경증 치매 환자 5만여명도 보험 혜택을 받는다. 월 11만원 정도만 내면 한 달 최대 22일 동안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 데이케어센터가 주민의 오해와 반대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서울 중구에 있는 신당동데이케에센터의 박창남 센터장은 "다른 지역에서도 '데이케어센터는 요양원'이라는 인식이 강해 설립 당시 주민 반대 민원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직접 센터를 둘러보고 이용해 본 주민과 노인들은 대부분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기준으로 데이케어센터는 전국에 1447곳 운영 중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중증 치매 노인은 요양병원에 입주해 돌봄을 받고, 경증 치매 노인은 집에서 왔다갔다하며 치료받는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 초고령 사회를 맞는 우리 사회는 노인 복지 인프라 확충뿐 아니라 시민의 인식 개선과 이해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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