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잉인더레인' 음악감독 변희석 "젊은 배우들, 색깔있게 놀게 하고 싶었다" [인터뷰]

이현영 기자 2014. 7. 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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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잉인더레인 변희석 음악감독

[티브이데일리 이현영 기자] "라이브 음악으로 배우들과 호흡하는 것은 음악감독들의 첫번째 로망이에요."

뮤지컬 시장의 성장 속에서 음악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이가 있다. 바로 '싱잉인더레인'(연출 김재성)의 음악감독 변희석(44)이다. 최근 충무아트홀에서 '싱잉인더레인' 무대가 있기 전 만난 변희석 감독은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음악인으로서의 여유와 열정이 느껴졌다. 그가 이전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서 유독 피아노 연주자가 눈에 띄었다. 리듬에 몸을 맡긴 채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즐기는 그의 모습과 무대를 번갈아보게 됐다. 이를 말하니 우연찮게도 "피아노 연주한 사람 저예요. 지휘하는 게 멋있나요? 피아노치는 게 멋있나요?"라며 되묻는데 이어 "저는 각기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시작부터 자신감이 넘친다.

그가 음악감독을 맡은 뮤지컬 '싱잉인더레인'은 진 켈리 감독·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1920년대 후반 할리우드 당대 최고 스타 돈 락우드와 무명 배우 캐시 셀던의 사랑 이야기다.

스토리보다는 음악으로 더 유명한 고전 영화 '싱잉인더레인'을 뮤지컬로 옮겨왔을 때 음악감독 자리의 부담감은 누구보다 컸다. 더욱이 이번 뮤지컬은 SM C & C가 자체 제작한 작품으로 슈퍼주니어 규현, 소녀시대 써니, 엑소 백현, 트랙스 제이 천상지희더그레이스 선데이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대거 출연, 영화에서는 40대가 돈 락우드로 열연을 펼친다면 뮤지컬에서는 20대의 젊은 캐스팅이 에너지와 생기 넘치는 무대로 원작과는 차별화를 주고 있다.

이에 대해 변희석 감독은 "'싱잉인더레인'의 음악을 맡으면서 '음악감독 인생을 마감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안정성을 위해 MR과 라이브 연주를 섞으면 어떻겠냐는 요구에도 저는 젊은 SM 가수들의 참여하는데 음악도 어떻게 하면 젊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고 라이브로 연주하겠다 고집했어요"라며 웃었다.

이어 "그런데 연습하면 연습할수록 '오케스트라로 라이브로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영국 공연에서는 오케스트라 11인조 편성으로 세련됐지만 구성이 빈약했고 미국 브로드웨이 악보 버전은 26인조 사이즈 규모지만 너무 올드했어요. 우리 뮤지컬의 현실에 맞게 젊은 배우들에게 맞추려면 편곡, 오케스트라 편성이 불가피했죠. 그래서 저는 일렉기타, 베이스, 트럼펫, 혼, 클라리넷 등 일렉 사운드와 목관 금관 악기를 추가해 빅 브라스가 강화된 버전으로 약간 팝스러우면서도 재즈풍으로 완성했어요. 그래야 무대에서 배우들이 색깔 있게 놀 수 있겠더라구요"라고 자부심있게 말했다.

SM C & C는 뮤지컬 제작의 역사가 그리 깊지 않다. '싱잉인더레인' 작품도 소위 말해 색다른 시도가 아닌 무난하고 안전한 작품이다. 사람들이 향수에 젖을 만한 스토리, '굿모닝(Good morning)' '날 위한 그대(You were meant for me)' '싱잉인더레인(Singin'in the rain)' 등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명곡 중 명곡이다.

"제작사는 넘버보다는 퍼포먼스를 중요시했어요. 자칫 실수가 가능한 라이브보다는 고퀄리티 음악을 MR로 제작하길 원했죠. 또 빠르게 넘어가는 퍼포먼스를 위해 노래와 춤이 융합돼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밝게 구성해야 했어요. 원곡 자체가 정말 명곡이어서 편곡하는데 위험하고 솔직히 무서웠어요. 100% 라이브 무대가 비난받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죠. 그런데 막상 무대에 세워보니 조명, 안무 등 드라마적 요소가 어우러져 다행히 호평받고 있어요."

음악감독은 무대에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기 때문에 가장 가까이서 그들을 지켜볼 수 있다. 또한 음악감독은 무대에서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사람임은 물론, 조명, 오케스트라까지 움직인다. 배우의 템포를 유지, 절충, 관리하는 음악감독으로서 '싱잉인더레인'의 주역들에 대한 평가에 솔직히 답했다.

"주인공 돈 락우드는 열심히 안하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제이는 연습하느라 살이 무척 빠졌어요. 그리고 제일 성실한 배우는 규현이에요. 백현은 불가피하게 스케줄이 있어서 빠졌지만 그 다음에 멘붕(멘탈붕괴)이 올 때까지 연습해요. 그들의 색깔, 개성이 다 다르죠. (웃음) 제이는 남자가 봐도 멋있고 진중해요. 규현은 무대를 보면 재미있고 귀여워요. 백현은 한마디로 대박이에요. 캐시 샐던 역의 써니는 노래보다 드라마적인 면이 더 뛰어난 것 같아요. 엔터테이너 자질을 갖췄죠. 연습할 때는 소심하고 부끄러워하다가도 무대에 올라가면 정말 잘해요. 깜짝 놀랐죠."

이어 그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누구나 다 그렇듯이 1막 하이라이트인 시원하게 내리는 빗 속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싱잉인더레인'을 꼽았다. "사랑의 색깔들이 다 달라요. 사랑을 표현하는 느낌들이 다른거죠. 제이는 멋있어요. 제가 여자였으면 사랑을 받아보고 싶을 정도죠. 규현은 결혼하면 심심하지는 않겠다는 느낌, 백현은 사춘기마냥 새싹이 오르는듯한 싱그러운 느낌을 표현하죠"라고 말하며 시원하게 웃었다.

특히 배우들 중 백현은 '싱잉인더레인'이 지난달부터 공연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바쁜 스케줄로 인해 7월 중순이 돼서야 무대에 섰다. 남들보다 적은 연습량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 가능할까. 여기에 최근 같은 소속사 소녀시대의 태연과의 열애설 인정으로 심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변희석 감독은 이에 대해 "백현은 어린 나이에도 어른같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무대에 서고 싶어하고 열심히 하고 자신이 폐가 될까 항상 미안해해요. 뮤지컬 배우로는 어린 나이잖아요. 아이돌로 인간적인 생활에 어려움이 있을텐데도 싹싹하고 성실하게 연습하고 있어요. 티셔츠가 흠뻑 젖을 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하죠"라며 어린 배우를 기특해했다.

'싱잉인더레인'은 연기, 화려한 탭댄스까지 아이돌 가수뿐만 아니라 함께 무대에 서는 무용수들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변희석 감독은 "예전의 저라면 노래 못 부르는 배우들을 안 좋아하고 마구 혼냈어요. 그러니 배우들도 깐깐하고 무서운 성격 탓에 저를 별로 안 좋아했죠"라며 "이번 '싱잉인더레인'에서는 노래보다는 안무가 중요했기 때문에 무용수들을 뽑을 때 음악은 포기했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 속 무용수들은 노래 부르는 걸 겁내하지 않는거예요. 악보도 잘 못 보는 배우들이 첫 날 9곡을 다 연습했어요. 대단한거죠. 처음의 실망이 나중에는 점점 욕심으로 변하더라구요"라고 답했다.

변희석 감독은 원래 배우들과 말을 섞거나 친하게 지내지 않는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작곡가 출신인 그는 1997년 삼성영상사업단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오디션 피아노 반주를 맡으면서 뮤지컬계에 입문했고, 2000년 '오페라의 유령' 보컬 코치를 거쳐 2004년 초연된 '메노포즈'가 그의 첫 음악감독 데뷔작이다. 이어 3년만인 2007년 제 1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올슉업'으로 음악감독상을 받았다. 이후 그는 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회의감 등 심적인 고통까지 음악감독으로서의 성장통을 호되게 겪었다. 이후 그는 확실히 변했다.

"이제는 목적이 바뀌었어요. 배우들이 나를 통해서가 아니라 내가 배우들을 통해 행복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어른스러운 음악감독이 되고 싶어요. 그렇다고 저만의 음악적 디테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죠."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뮤지컬계에서 음악감독으로서 10년차. 요즘은 대극장에서 이름난 공연, 유명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대작들이 끊임없이 올려지고 있다. 여기에 음악감독으로 함께 하고 싶은 욕심은 없을까.

"저도 대극장 무대도 많이 섰어요. 하지만 저는 대극장 소극장 가리지 않고 자기의 범위에서 잘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드라마틱한 노래, 장면이 남는 뮤지컬을 더 좋아하는 편이죠. 대극장 공연은 무대에 서는 배우들이 많아 비주얼하게만 보여줄 수 있으면 돼요. 하지만 소극장은 섬세해야하죠. 그래서 더 어려워요. 저는 '남자지만 변희석은 섬세한 감독이야'라는 말이 훨씬 좋아요. 소극장의 패밀리즘 관계도 좋고요."

음악감독으로서 일찍부터 인정을 받았으며 40대 중반을 맞이한 사람 변희석 감독의 목표가 궁금해졌다. 여기에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제 색깔을 보여주고 싶어요. 변희석이라 차별화되어지고, 이런 색깔의 음악을 참 잘하는거 같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또 그런 색깔을 배우고 싶어하는 후배들을 양성하고 그들이 작업하는 뮤지컬에서 제 흔적이 보여졌으면 좋겠어요. 제 색깔을 이어갈 수 있는 후배들로 인해 제가 보여지고 우리나라 뮤지컬에, 특히 창작뮤지컬 발전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궁금해요."

[티브이데일리 이현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랑, 티브이데일리 DB]

변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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