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분열적인 우리 사회 알려면 두 시대를 들여다봐야"

김여란 기자 2014. 7. 13.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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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다룬 '변경' 개정판 완간.. 1980년대 담을 새 소설 구상

작가 이문열씨(66)가 대하소설 < 변경 > (12권·민음사) 개정판을 완간했다. 1986년 집필을 시작해 1998년 초판을 발표한 이후 16년 만에 새 옷을 입은 이 작품은 < 영웅시대 > 의 속편으로 1960년대의 이야기를 주로 담아냈다. 작가는 "충돌 지수가 높고 격앙된 정파의식 등 분열적 증상들이 뚜렷한 지금 우리 사회를 알려면, 1960년대와 1980년대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 변경 > 에는 월북 지식인 아버지를 둔 명훈, 영희, 인철 삼남매가 등장한다. 이들이 195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혼란과 갈등이 고조되고 산업화가 진전되는 한국사회를 살아가면서 각각 깡패에서 도시 빈민으로, 매춘부에서 복부인으로, 작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미국과 소련, 양 제국의 변경에 위치한 한국의 지정학적 비극과 그것이 개인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의 실체를 서사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씨는 1980년대 이후가 배경인 소설을 < 변경 > 의 후속작으로 내놓으려다 계획을 바꿔 독립된 형태로 쓰기로 결정했다. 이번 개정판은 다음 소설을 쓰기 전, < 변경 > 의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으로 1000여장을 보완했다. 작가는 " < 변경 > 개정판은 다음 책의 마중물 같은 것"이라며 "주제의식이나 결론은 같지만 전개가 논리적이지 못하거나 설명 없이 후속작에서 처리하려고 했던 것 등을 보완했다"고 밝혔다.

소설가 이문열씨가 지난 9일 서울 신사동 민음사 사무실에서 < 변경 > 의 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 "'변경' 개정판은 다음 책의 마중물 같은 것현대를 만든 시대 사이의 단절을 생각해 보려"

- 대하소설이 사라진 시대에 < 변경 > 개정판의 의미는 무엇인가.

"새 독자들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이런 책을 통해서라도 우리가 그냥 보아넘긴 것 혹은 보이지 않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는 걸 인식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미지, 사물의 껍질 같은 데 치중하고 본질, 관념을 무시해왔다."

- 1980년대를 담으려는 새 소설과 < 변경 > 은 어떤 관계인가.

" < 변경 > 과 연장선상이면서도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고 독립성을 줘서 '어, 이거 < 변경 > 그 이야기 아닌가'라는 느낌은 줄이고 싶다. < 변경 > 의 삼남매를 분리해서 인물마다 3부작 정도, 3000~5000장을 쓰려고 한다. 문학가인 < 변경 > 의 인철을 변형한 주인공에 대해 먼저 쓰려고 한다. 그게 바로 내가 겪은 세계고 내가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거니까. 올가을쯤부터 연재를 시작해서 3년쯤 후 책을 낼 계획이다."

- 지금 왜 1980년대인가.

"1980년대를 빼고 현재를 이야기할 수 없다. 1980년대의 어떤 것이 현재를 만들었는지 단절된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정파의 분열이 심각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어떤 건 1980년대에, 어떤 건 1960년대에 시작됐다고 본다. 문학적으로 후일담 형식의 책들이 나오긴 하지만, 다분히 일방적이고 시대적 연결이 끊어져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상시적으로 광장에 서고, 질문도 발언도 즉시 요구되고, 그걸 바로바로 해낸다. 이런 현상도 과거와 무관한 것 같지만 연관돼 있다."

- 시대 사이의 단절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1960년대의 순수한 자유민주주의 운동과 1980년대의 극좌세력인 '주사파'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나는 두 가지가 계보상으로 다르더라도 인식적인 바탕은 같다고 본다. 적 개념이 확대돼 억지로 만들어진 논리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적이 누구인지는 계속 변한다. 평온한 사회에서는 나를 공격하는 사람만 내 적인데 역동적으로 충돌하는 사회에서는 내가 가는 길로 안 오는 놈은 다 내 적이 된다. 또 다른 적이 생기면, 원래 적의 적은 동지가 되는 식으로 변질이 일어난다. 쉽게 말하면 전두환보다 김일성이 더 좋다는 식으로 된 건데 그런 왜곡을 검토해보려고 한다."

- 우리 사회에선 여전히 이념이 일상에 영향을 끼치는데 최근 문단에서는 그런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 드문 것 같다.

"지난 20년간 다섯 번의 대선에서 보수, 진보의 표 차이를 보면 크지 않다. 그런데 선거 때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때는 항상 한쪽으로 심하게 편중돼 있다. 이상한 일을 이상하게 여길 줄 모르고 자기 성찰을 할 줄 모르니까 작품에도 안 쓰는 것 같다. 정치·사회적 관심 자체를 비문학적으로 보는 태도도 있고 그 반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걸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 지금 시대의 이야기를 써볼 계획은 없나.

"일단은 1980년대를 마지막으로 하고, 내가 죽을 무렵 시대를 현재로 삼아 에필로그에 담으려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다. 에필로그의 구조는 소설과 조금 멀 수 있다. 에세이일 수도 있고, 플롯이나 스토리는 무시하고 주제만 가져다 쓰는 글일 수도 있다."

< 김여란 기자 peel@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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