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무르익으면 바지춤 추어올리고 '산포도~'

2014. 7. 7. 19: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백기완 선생도 "용태 형" 불러

노래 열창할 땐 다들 배꼽 잡아

헌정문집 표지도 그 모습 담아

'산포도 익어가는/ 고향 산길에/ 산포도 따다 주던/ 산포도 처녀/ 떠날 때 소매 잡고/ 뒤따라 서던/ 흙묻은 그 가슴에/ 순정을 남긴/ 산포도 첫사랑을/ 내 못잊겠네.'

헌정 문집 <김용태와 함께한 문화예술인의 산포도 사랑, 용태 형>의 제목은 그의 애창곡 '산포도 처녀'(1966년, 남상규 노래, 이인권 작곡, 월견초 작사)에서 따왔다. 또 김용태를 아는 모든 이들은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용태 형"이라고 불렀다. 1987년 대선 때 그가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을 맡아 모셨던 백기완 선생도 그렇게 부른다. 워낙 감투나 직함 같은 허식을 싫어하던 그가 그렇게 불러주길 원해서였다.

"용태 형의 '산포도 처녀'를 언제부터 듣게 되었는지는 기억하기 어렵다. 나름 상당한 훈련을 쌓으시고 이 정도면 '현실과 발언'(현발) 모임에서 발표해도 되겠다고 생각하고는 데뷔하신 것 같다. 어느 날, 음식점 방 안에서 일어서더니 방문을 열고 나가서 마치 무대에 오르는 것같이 다시 방 안으로 들어오면서 '산포도~'를 부르는데, 다 아시는 바와 같이 바지춤을 배꼽 상당히 위까지 걸치는 아주 촌스러운 스타일을 연출하셨다."

화가이자 후배인 민정기가 책에 몇 장의 사진과 함께 소개한 '산포도 처녀'의 기원에 대한 일화를 보면, '현발'을 결성한 1979년 무렵부터 '십팔번'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현발 모임은 학연, 지연, 작가, 평론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 시작한 그룹 운동이다. 토론이 시작되면 얼마나 말씀들이 풍부한지 언변과 지식이 너무도 모자란 나는 그저 아무 소리 못하고 조용히 구석에 앉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대의 최민, 성완경, 원동석, 윤범모, 오윤, 김정헌, 임옥상, 노원희, 김건희 등 여러 분들이 포진하여 앉은 술자리가 아닌가. 나는 그저 소주잔만 기울이다가 '민정기도 한마디 해봐' 하면 그땐 취한 김에 용감하게 일어서서 '노래라도 한 곡조 불러보겠습니다' 하면서 '첫사랑'을 부르는데 그때쯤이면 대개 무거운 주제를 잠시 멀리하고 재치와 재기, 노래, 입담 등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 여흥시간에는 각자 재미있는 것을 개발해서 발표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었는데 … 용태 형의 '산포도~'도 이때쯤으로 어슴푸레 기억된다."

이처럼 '용태 형'은 술자리가 무르익거나 토론이 뜨거워지다 못해 싸늘해지면 스스로 벌떡 일어나 오직 이 노래만을 불렀다. 김정헌 서울문화재단 이사장도 "(용태 형은) 오로지 '산포도 처녀' 하나만으로 좌중을 압도했다"며 "작은 키에 바지춤을 들어 올리며 챔피언벨트를 찬 권투선수처럼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열창할 때는 다들 박수를 치기보다 배꼽을 잡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헌정 문집의 표지로 쓰인 그림도 바로 화가 강요배가 '산포도~'를 부르는 용태 형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한국이 홀대한 세계적 '옥수수 박사', 중국이 냉큼 채갔다국정원 직원이 왜 '기자 취재증' 차고 인사청문회에…한국이 어쩌다 불판 위의 호떡 신세가 되었나[포토] 인천 오는 북한 미녀 응원단, 이번엔 어떤 모습?[포토] 무더운 여름 식혀줄 '도시 야경' 명소 8곳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