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그림책처럼 술술∼ 보리국어사전 이유있는 성공

2014. 7. 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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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만부 이상 팔리며 큰 인기꽃·나무 등 세밀화 곳곳 실어

"교과서에 나온 낱말을 찾으라고 만든 사전이 아닙니다. 동화책이나 그림책처럼 읽는 사전이 되길 바랐습니다."(도서출판 보리 윤구병(사진) 대표)

종이 국어사전의 종말이 임박한 시대지만 보리국어사전은 "잘 만든 사전은 팔린다"는 공식을 입증한 베스트셀러다. 2008년 5월 초판이 나오자마자 알라딘, 인터파크 등 온라인 서점에서 사전 부문 판매 1위를 휩쓸었고, 3월 말 현재 총 18만3488부가 판매됐다. 'KBS 책 문화대상 최고의 책', '한국출판문화대상',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간행물문화대상 저작상',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추천도서' 등 국어사전으로는 이례적으로 출판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화려한 수상 기록을 세웠다. 지난 2월에는 초판이 나온 지 6년 만에 개정판도 나왔다. 세계일보가 국어사전 전문가에게 물은 '국민에게 권하고 싶은 좋은 국어사전' 조사에서도 연세한국어사전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추천을 받았다.

최근 경기도 파주 보리출판사에서 만난 윤 대표는 "이번에 나온 개정증보판에는 개정된 교과서와 어문규정, 바뀐 행정구역과 문화재 이름 등을 반영하다 보니 초판보다 64쪽이 늘고 세밀화도 2400점에서 300점 더 늘었다"고 소개했다.

보리사전은 잠깐만 훑어봐도 여느 사전과 다르게 느껴진다. 특히 그림책처럼 포근한 느낌의 세밀화를 군데군데 본문에 실은 것은 보리사전이 유일하다. 잠자리 날개처럼 하늘하늘한 다른 사전과 달리 아이보리 빛 도톰한 종이 질감도 이 사전의 특징이다. 윤 대표는 "기계 눈에 찍힌 사진은 초점에서 멀어지면 상이 흐려지고 배경을 오려낼 수 없지만, 세밀화는 사람의 눈으로 배경 없이 개체만의 특성을 파악해 더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다"며 "자연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 도시 아이들을 위해 꽃, 나무 등의 세밀화를 많이 넣었다"고 말했다.

총 2700점을 그려넣기 위해 세밀화 작가만 36명이 투입됐지만, 솜털 하나하나까지 묘사하는 세밀화 특성상 상당한 제작기간이 필요했다. 종이도 뒷면이 비치지 않고 눈이 피로하지 않은 고급지를 쓰다 보니 보리사전의 가격은 다른 초등사전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럼에도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다른 사전과 올림말(표제어)이 다르고, 뜻풀이가 쉬우며 용례도 문학작품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주고받는 말을 인용했기 때문"이라고 윤 대표는 분석했다.

보리사전에는 다른 사전에 비해 순우리말과 북한어가 많이 등재됐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남과 북의 아이들이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데 밑거름이 되리라는 윤 대표의 믿음 때문이다.

대학 1학년 때 6권짜리 우리말큰사전을 하루 1시간씩 정독할 정도로 우리말 사랑이 남달랐던 윤 대표는 "해방 이후로 어원사전, 발음사전, 용례사전 등 굉장히 중요한 사전들의 편찬이 중단되거나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번에 개정판도 냈지만 사전편찬인력을 정규직으로 유지하기는 힘든 형편"이라며 "예산만 충분하다면 우리말의 뿌리를 밝히는 어원사전과 발음사전을 꼭 만들고 싶다"고 국어사전에 대한 애착을 나타냈다.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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