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콩과 호박고지로 속을 채워 만든 영양만점 수수떡

구성 이세정 2014. 6. 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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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요리칼럼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농익은 아까시 꽃이 향기를 실어 나르는 초여름입니다. 따가운 햇살이 등허리를 콕콕 찌르지만, 콩ㆍ참깨ㆍ들깨ㆍ수수를 흙에 심다 보면 이마엔 땀방울이 맺히며 기분 좋은 허기가 찾아듭니다. 이럴 땐 밥보다는 소를 넣어 매끄럽게 빚은 수수떡이 새참으로 안성맞춤입니다.

수수는 콩이나 팥처럼 자주 먹지는 않지만 붉은 색이 액운을 물리쳐 준다고 믿어서 정월 보름이면 오곡밥을 짓고, 아이들 돌이나 생일에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수수팥떡을 만들어 먹습니다. 단지 전해 내려오는 풍습일 뿐 무슨 근거가 있을까 싶었는데, 수수의 영양과 효능을 헤아려보면 우리 선인들의 지혜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언어와 청각 발달, 두뇌계발에 도움을 주어 아이들 성장에 유익한 수수는 이유식 만들기에도 좋은 재료입니다. 항암작용을 하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어 현대인들이 겪기 쉬운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소화 촉진, 변비 개선, 위장염이나 설사와 같이 소화와 관련된 질병에도 효능이 높아서 평소 손발이 차갑거나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수수를 꾸준히 먹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단, 먹는 방법이 적절해야 영양덩어리로 불리는 수수의 효능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뽀얀 색깔에 통통한 알이 빼곡하게 붙은 알수수는 맛과 영양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이삭이 탐스러워 조경용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수수가 식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삭이 아래로 축 처지며 알이 엉성해 다 영글어도 썰렁해 보이는 수수는 청산성분이 있어 식용은 어렵고, 빗자루를 만들거나 발효시켜 만드는 막걸리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떡이나 밥에 넣기에 좋은 수수는 재배하기 쉽고 수확량도 많아서 권하고 싶은 밭작물 중 하나입니다. 봄에 심기도 하지만 초여름에 심으면 성장속도가 빨라 산골에선 6월 초순에서 중순 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심어 서리 전에 거둡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높다랗게 자라기 때문에 조금 심는다면 따로 밭을 만들지 않고 밭 가장자리나 작물 사이에 심어도 되고, 화단에 씨앗 몇 알만 심어도 구수한 수수밥을 맛보기엔 충분합니다.

심고 가꾸기는 거저나 다름없지만 가끔 불청객이 찾아들기도 합니다. 알이 여문다 싶으면 새가 날아들어 먼저 입맛을 다시니 이삭이 팰 무렵이면 동네 수수밭은 어디나 할 것 없이 망을 씌워 놓습니다. 이웃에서 하는 대로 따라해 본 적도 있지만 야박하다는 생각도 들고, 포기 수가 많아지면서 일일이 손을 대기가 번거로워 나눠 먹는다 생각하고 그대로 둡니다. 괜한 걱정이었는지 해바라기 씨앗은 남아나질 않았는데, 수수 이삭은 눈요기만 해준 덕에 가을걷이는 오롯이 농군 몫이 되었습니다.

잘 자라서 풍성하게 거두면 입이 함박 벌어지다가도 방아 찧을 생각하면 난감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수 알이 덜 여물면 이삭에서 잘 떨어지지도 않고, 탈곡이 되었다 해도 겉껍질 벗기기는 품이 좀 듭니다. 이런 과정이 번거로워 심기를 망설이거는 이들도 있지만, 한 가족 먹을거리 정도면 갈무리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마늘 찧는 절구에 적당량을 담아 공이로 으깨어주면 껍질은 금세 벗겨집니다. 껍질이 충분히 분리되었다 싶으면 물을 붓고 훌훌 저어 위로 뜨는 껍질만 걸러내면 수수 알만 남습니다. 씻어 건져 수수밥을 짓든가, 물에 담가 좀 더 불려 물기를 빼고 분쇄기에 갈아주면 쌀가루나 밀가루에 섞어 떡ㆍ빵ㆍ과자ㆍ크림 등으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습니다.

수수는 구수한 맛과 찰기가 있어 밥맛을 좋게 하고 떡을 찌면 쫀득하면서 부드럽게 입에 달라붙습니다. 즐겨 먹는 수수요리를 꼽는다면 수수가루와 찹쌀가루 섞은 반죽에 팥소를 넣어 기름에 지진 수수부꾸미와 경단을 빚어 끓는 물에 익혀내 팥고물을 묻힌 수수팥떡입니다. 좀 더 간편하게 부꾸미에 소를 넣지 않고 동글납작하게 수수찹쌀전을 부쳐도 맛있고, 설기ㆍ절편ㆍ인절미로 만들면 고유의 색감과 맛이 잘 살아납니다.

소를 넣는 수수떡은 절편 만들 때처럼 불려서 빻은 수수가루에 멥쌀가루를 섞어 쪄서 메로 치고 치대어줍니다. 소는 팥이나 동부ㆍ녹두고물로 대신할 수 있는데, 팥보다는 칡콩이나 동부가 속을 편하게 해 줍니다.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수수는 단백질 함량이 많은 콩과 같이 먹으면 영양궁합도 잘 맞습니다. 진한 수수색깔과 대비를 이루도록 백색 칡콩(제비콩)을 푹 삶아 팥앙금처럼 만들고, 늙은 호박고지 조림을 섞으면 촉촉하면서 자연단맛이 더해져 맛도 좋아지고 보기에도 깔끔합니다. 인절미도 소를 넣어 만들면 더 맛있고, 꿀에 황설탕 약간과 통깨를 섞어 소를 넣으면 이름만 들어도 침이 넘어가는 수수꿀떡입니다. 이미 익힌 반죽에 소를 넣는 떡은 소를 넣어 찌거나 굽는 빵보다 다루기 쉽고 원하는 모양으로 빚어내기도 간편합니다.

수수가루를 밀가루에 섞어 수수전, 빵ㆍ과자ㆍ전병 등을 만들기도 합니다. 팽창제를 이용한 발효 빵과 케이크, 물과 소금으로만 반죽해 오래 치대어 숙성시킨 후 한 입 크기로 작게 잘라 튀기는 고소한 수수과자, 만두피처럼 얇게 밀어 기름 없이 바삭하게 구운 수수밀전병은 생채소 샐러드나 카레소스와 곁들여 한 끼 밥을 대신해도 됩니다. 수수에는 인, 철 등 무기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피부를 매끈하게 가꾸어준다고 하니, 간편하게 수수차를 끓여 피부미인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재료 준비>

불려서 빻은 수수가루 200g, 현미멥쌀가루 200g, 소금 1 + 1/3작은술, 뜨거운 물 4~5큰술, 연한 소금물, 참기름 소 : 삶아 으깬 백색 칡콩(제비콩) 200g, 늙은호박고지조림 120~150g

<만드는 방법>

1 수수는 하루, 현미 멥쌀은 이틀가량 물에 불려 씻어 건져 분쇄기에 곱게 갈아준다.

2 칡콩 1컵을 푹 잠기게 물을 붓고 물러지게 삶아서 소금과 황설탕을 약간 넣어 물기 없이 조린다. 뜨거울 때 으깨서 소를 만든다.

3 호박고지 80g을 물에 불려 부드러워지면 건져서 다지듯 잘게 썰어 호박고지 불린 물을 붓고 황설탕 약간 넣어 물기 없이 조려 2와 섞는다. 소를 넣기 좋게 약간 되직하게 농도를 맞춘다.

4 1에 뜨거운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고루 섞어 체에 내린다. 김 오른 찜솥에 면포를 깔고 안치고, 물기가 닿지 않게 위에도 면포를 덮어 30~40분가량 찐다. 뜸을 충분히 들인 후에 꺼낸다.

5 볼에 쏟아 붓고 연한 소금물을 묻혀가며 공이로 찧어 어느 정도 식으면 손으로 매끄럽게 치댄다.

6 떡 반죽을 14~15개로 나누어 소를 넣고 여며서 매끄럽게 다독여 들러붙지 않게 참기름을 약간 묻혀주거나 콩고물에 둥글려준다.

글을 쓴 자운(紫雲)은 강원도 횡성으로 귀농하여 무농약ㆍ무비료 농법으로 텃밭을 일구며 산다. 그녀 자신이 현대병으로 악화된 건강을 돌보고자 자연에 중심을 둔 태평농법 고방연구원을 찾아가 자급자족의 삶을 시작했던 것. 건강이 회복되면서 직접 가꾼 채소로 자연식 요리를 하는 그녀의 레시피는 블로그 상에서 인기만점이다. http://blog.naver.com/jaun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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