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이정훈 서울반도체 사장

최용순기자 2014. 6. 2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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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100%.. 한 식구라면 당연한 거죠"생산직 석달 근무땐 자동 전환.. 외환위기 때도 구조조정 안해훈련 통한 숙련 기술자 양성이 21년 만에 1만배 성장 비결

LED칩 전문기업인 서울반도체에는 비정규직이 없다. 1,100여명의 임직원 100%가 정규직이다. 계약직 등 비정규직 확대로 인건비를 줄여 이윤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려는 대다수 기업들과는 정반대 행보다.

현재 생산직 근로자 일부가 파견직이지만 이들도 석달만 채우면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된다. 모든 직원들이 처우, 급여 등에서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성장을 하려면 기업이 매출과 이익을 많이 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건비를 포함해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게 산업계는 물론 경영학계의 오래된 주장이다. 투자를 하려면 허리띠(인건비)를 졸라매야 한다는 성장잠재력 담론까지 보태져 있다. 앞서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노사정 합의를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를 법제화한뒤 비정규직 근로자가 1,000만명에 달한다.

'노동 유연화 -> 기업 성장 -> 낙수효과로 분배 개선'은 그동안 재계의 금과옥조였다. 서울반도체는 그러나 이 같은 공식을 과감히 깨뜨린다. 사람 중시의 인본주의 경영이 오히려 더 큰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지난 1992년 매출 1억원에서 지난해 1조원으로 성장한 이 회사에 비정규직이 단 한 명도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정훈(61·사진) 서울반도체 사장은 "직원들이 먼저 회사를 나간다고 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먼저 안 내보낸다"고 말한다. 서울반도체가 비정규직을 없앤 이유는 이 사장의 '식구' 경영철학과 기술축적의 지식경영 두 가지로 분석된다.

이 사장은 평소 "직원들과 수많은 협력사 임직원들을 음식을 나눠먹는 식구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의 경영철학은 '임직원들이 회사에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어야 하고, 주주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어야 하며, 더 나아가 기업은 존재하는 것으로서만이 아닌,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그는 "치열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이익을 실현하고 함께 나누는데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작은 공장과 신념을 가진 중소기업에서 여기까지 성장해온 것도 임직원들이 납기를 맞춰가며 밤낮으로 함께 혼신의 힘을 다했기 때문이지 내가 잘해서 됐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때 서울반도체는 인력을 더 뽑고 설비투자까지 늘린 터라 상황은 더욱 안 좋았다. 하지만 이 사장은 직원을 한 명도 자르지 않았다. 다른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 감축에 나섰지만, 그는 회사가 힘들수록 직원들부터 챙겼다. 대신 원가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연구파트에서는 신기술 개발에 매진했고, 영업팀은 발로 뛰며 해외 거래처를 늘렸다.

이 대표가 '전 직원 정규직'을 보장하면서 고용 안정에 노력하자 도처에서 우수한 인재가 지원하게 됐으며, 이들을 집중 훈련시켜 숙련 기술자로 키우며 지식경영의 성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서울반도체의 기술력은 삼성전자, LG이노텍, 필립스, 오스람, 니치아 등과 어깨를 겨눌 정도로 우수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LED칩 전문기업으로는 세계시장에서 니치아와 쌍벽을 이룬다.

인본경영을 바탕으로 한우물만 판 뛰어난 기술력은 서울반도체를 21년만에 1만배로 성장시켰다. 1992년 이 사장이 LED칩 연구개발기업을 인수했을 때 매출액은 1억원이었지만, 지난해 매출액과 이익은 1조320억원과 965억원. 영업이익률은 9.3%에 달한다.

서울반도체가 고속 성장하면서 고용도 대거 창출했다. 특히 지난 2010년에는 계열사를 포함해 한번에 1,000여명을 채용했다. 협력업체 챙기기에도 아낌이 없다. 서울반도체의 매출채권 수금은 최소 60일에서 최대 90일까지 걸리지만 협력업체에게는 30일 이내 현금결제를 해 주고 있다. 상생협력에 어긋나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온라인 신고센터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최용순기자 sen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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