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대한민국 11번째 세계문화유산 등재 유력

2014. 6. 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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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한산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늘 남편과 같이 왔어요."

19일, 남한산성(경기도 광주시 중부면)의 수어장대를 올라가는 길,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던 중년의 부부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 50대로 보이는 이 부부는 별다른 등산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 오는 21일,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것이라는 뉴스를 보고 마침 써야 했던 연차를 활용해 미리 왔다고 한다. 이 부부는 "세계유산 등재 소식이 들리면 사람들의 발길이 더 많아질 거예요. 너무 유명해지기 전에 찬찬히 둘러보고 싶었어요."라며 천천히 산 아래로 발걸음을 옮겼다.

남한산성 성벽에는 선조들의 기운이 서려있다. 21일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유력시된다.

남한산성이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카타르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제38차 세계유산위원회(6월 15일~25일)에서 21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이 유력하다고 한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지난 2009년부터 남한산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2010년 1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는 쾌거를 일궈냈다.

이후 2011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등재신청서를 작성하고 2013년 1월 정식으로 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2013년 9월에는 이코모스(ICOMOS,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남한산성 실사를 마치고 2014년 4월, '남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에 대한 평가 결과 보고서'에서 남한산성을 '등재 권고'로 판단해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이 절차의 최종 결과인 '등재 확정'이 바로 이번 달 21일에 발표되는 것이다.

참고로, 이코모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심사·자문기구로 신청서 심사와 현지 실사를 통해 세계유산 등재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 유네스코에 최종 평가서를 제출하는 곳이다. 남한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확정되면 대한민국은 총 11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그야말로 우리 유산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지평이 더욱 탄탄해지는 것이다.

남한산성의 남옹성. 적의 침입에 대비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세계유산은 현재까지 10곳이다. 세계문화유산은 9곳, 세계자연유산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1곳이 있다. 필자는 가장 최근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역사마을 : 양동'에 가 본 적이 있다. 경주시에 위치한 이곳은 전통 민속마을 중 가장 큰 규모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 반촌이다. 당시 필자는 '보존이 잘 돼있고,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남한산성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한 이유가 존재한다. ICOMOS의 평가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남한산성은 이 기구가 정한 등재기준 (ii)와 (iv)를 충족하고 있다. 이 등재기준에서 하나 이상의 조건을 충족해야 세계유산으로서의 자격을 갖출 수 있다고 한다.

< 등재 기준 >

(ii) 오랜 시간 동안 또는 세계의 어떤 문화지역 안에서 일어난 건축, 기술, 기념비적 예술, 도시계획 또는 조경설계의 발전에 관한 인간적 가치의 중요한 교류를 보여주어야 한다.(iv)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들)를 잘 보여주는 건조물의 유형, 건축적 또는 기술적 총체, 또는 경관의 탁월한 사례이어야 한다. 미학적 중요성을 지닌 지역을 포함해야 한다.

위의 등재 기준을 보면, (ii) 특정 기간, 지역 내 인류 가치의 중요한 교류의 증거는 동아시아 도시계획과 축성술이 상호 교류한 증거로서의 군사유산이라는 점, (iv) 인류 역사의 중요한 발달 단계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는 지형을 이용한 축성술, 방어전술이 결집한 초대형 포곡식 산성(계곡을 감싸고 축성된 산성)이라는 점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또한, 철저한 관리와 보존 정책이 세계유산 등재에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고즈넉한 흙길과 편안한 돌길, 편안한 쉼터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남한산성은 크게 성벽인 산성과 임금의 임시 거주 왕궁인 행궁으로 나뉜다. 이곳은 실제 인조가 병자호란 때 한양 도성을 버리고 피신한 왕궁이다. 삼전도 굴욕으로 남한산성 왕궁 시대가 끝났지만, 바로 이 점이 세계유산으로 평가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필자는 남한산성을 탐방하며 여러 가지의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우선, 전국에 잘 조성돼 있는 둘레길처럼 탐방로가 잘 확보돼 있었다는 점이다. 울타리와 흙길이 잘 갖춰져 있고,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등산로에는 돌길이 마련돼 있어 등산객들의 피로를 덜어줬다. 실제로 등산복을 갖춰입지 않은 등산객과 어르신, 아이들이 자주 보일 정도로 등산 난도가 높지 않았다. 이처럼 탐방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남한산성의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쉴 곳이 많다는 점도 장점이다. 남한산성 곳곳에는 의자와 화장실, 약수터가 마련돼 있었다. 쉼터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던 어르신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신록의 계절로 들어서는 것을 알기라도 한 듯, 울창한 삼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공기와 산새의 청아한 울음소리가 남한산성의 긴 줄기와 어우러져 멋진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자라나는 학생들의 관심이야말로 남한산성이 세계유산으로 나아가는 첩경일 것이다.

남한산성 중심부에는 세계유산 등재를 기원하는 그림 전시, 남한산성 행궁 앞에는 서명 캠페인이 이뤄지고 있었다. 중·고등학생들의 출중한 실력과 남한산성 세계유산 등재를 염원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남한산성 행궁 앞 서명캠페인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동참한 듯 보였다. 서명란이 가득 차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10살 아이는 "남한산성이 세계유산에 꼭 등재됐으면 좋겠어요. 세계유산이 많아지면 우리나라가 좋아질 것 같아요."라고 수줍어하며 말했다.

남한산성 행궁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먼저 행궁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행궁은 왕이 서울의 궁궐을 떠나 임시로 머무는 곳이다. 남한산성 행궁은 전쟁이 발발했을 때,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수도의 궁궐을 대신할 곳으로 사용하기 위해 인조 4년(1626)에 만들어졌다.

병자호란이 발생했을 때 인조가 이곳으로 피신해 47일간 항전했던 역사적 사실을 이따금씩 들어봤을 것이다. 이후에도 숙종, 영조, 정조, 철종, 고종이 능행길에 머물러 이용했다고 한다. 실제로 본 남한산성 행궁에서는 후원의 수풀과 위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담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전각 또한 웅장하면서 멋있었다.

남한산성 행궁과 후원의 아름다운 모습.

남한산성을 계속 올라가다 보면 수어장대가 보인다. 수어장대는 지휘와 관측을 위한 군사적 목적의 누각으로, 남한산성에 있던 5개 장대 중 유일하게 남아있다고 한다. 영조 27년(1751)에 중건하고 헌종 2년(1836)에 '수어장대' 편액을 달았다고 한다. 필자가 수어장대를 실제로 보니 전망이 뛰어나고 그 위용이 대단했다. 이곳에서 장군이 휘하 병력을 지휘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수어장대 입구 아래 벤치에서 목을 축이고 있던 남민혁(가명·47)씨는 "무거운 가방과 카메라를 매고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냐."며 "마음이 답답하거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등산을 하고싶을 때, 자주 남한산성 수어장대에 올라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 씨는 수어장대를 바라보며 "자주 오는 곳이고 경관 또한 흠잡을 데가 없다고 늘 생각했는데,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재 유력 소식은 정말 기쁜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수어장대'라고 쓰인 편액이 눈에 띈다.

남한산성은 포곡식 산성이다. 계곡을 둘러싼 산성이라는 점이 세계유산 등재의 근거가 됐는데, 실제로 산성의 뻗어져나가는 모습이 실로 대단했다. 용이 몸을 비틀며 힘차게 전진하는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정교하면서도 탄탄했다. 또한 임시 수도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행궁과 현절사, 망월사, 장경사와 같은 사찰, 군사들의 훈련을 책임졌던 연무관이 세계유산의 등재기준을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우수한 축성술을 엿볼 수 있는 성벽과 성문, 남옹성(안쪽의 성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에 이중으로 쌓은 성벽)이 남한산성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었다.

수어장대 누각과 그 주변에 있던 다양한 문양과 장식들.

필자는 이번 탐방을 통해, 남한산성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가치가 충분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무엇보다 높은 산에 올라가 성벽의 돌을 촘촘히 쌓으며 나라를 위해 불철주야 애썼던 선조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나라를 안전하게 지키고자 했던 선조들의 값진 땀과 눈물이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값진 선물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남한산성의 북문인 전승문과 남문인 지화문. 지화문은 4대문 중 가장 크고 웅장한 중심문이라고 한다. 유일하게 현판이 남아 있는 문이다.

남한산성 행궁은 성인 기준 2,000원의 입장료가 있다. 단,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남한산성 가는 길

주소 :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158-1

< 자동차를 이용할 경우 >- 남문진입로잠실 - 복정 사거리 - 약진로 - 남문 - 산성로터리경부고속도로 양재IC-헌인릉 앞 - 세곡동 - 복정사거리 - 약진로 - 남문 - 산성로터리분당 - 모란 - 태평사거리 - 시청앞 - 신흥주공 - 남문 - 산성로터리수원 - 신갈 - 분당 - 모란 - 태평사거리 - 시청앞 - 신흥주공 - 남문 - 산성로터리안양 - 의왕시 - 분당 - 모란 - 태평사거리 - 시청앞 - 신흥주공 - 남문 - 산성로터리

- 동문진입로워커힐 - 천호대교 - 길동 - 중부고속도로 상일동 IC - 황산 삼거리 (국도43번) - 엄미리 (은고개) - 광지원 - 동문 - 산성로터리중부고속도로 경안IC (서울, 하남시 국도 43번) - 광지원 - 동문 - 산성로터리

<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8호선 이용 산성역 2번 출구로 나와 버스정류장에서 9번, 52번 버스를 타고 남한산성 로터리 정거장에서 하차5호선 이용 지하철 5호선 마천역 1번 출구 남한산성으로 가는 등산로 시작소요시간/ 남한산성 서문까지 1시간

< 버스를 이용할 경우 >시내버스 13번/13-2번 → 15-1번강변역 → 천호역 → 고분다리 → 명일여고 → 신장시장 → 검단산 입구 → 남한산성 입구에서 15-1로 환승 → 남한산성 로터리시내버스 9번야탑역 → 모란역 → 중앙시장 → 태평3동 사무소 → 태평오거리 → 성남초등학교 → 수정구청 → 산성역 → 상원여중 → 은행시장 → 을지대학교 → 남한산성 입구 → 남문입구 → 남한산성 로터리 → 회차시내버스 52번상대원 → SK테크노파크 → 공단 → 상대원1동 사무소 → 대원터널 사거리 → 중원구청 사거리 → 모란역 → 신흥역 → 단대오거리역 → 성남세무서 → 산성역 → 영성여중 → 남한산성 로터리

정책기자 전형(대학생) wjsgud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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