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관시는 내게 맡겨라" 언어·문화·친구까지 중국通

공태윤 2014. 6. 17. 03:3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中유학생 출신 롯데百 신입

[ 공태윤 기자 ] "중국 사업 '관시'는 내게 맡겨라" 중국인 친구만 100명 이상 사귄 중국통(김준·상하이재경대 국제무역학), "대륙에 한국을 심었다" 한·중 잇는 최고의 마케터(한성원·베이징대 역사학), "중국 하이난 사투리도 능통" 중국인보다 더 중국어를 잘하는 중국어 달인(이선정·상하이교통대 회계학), "중국 소비 트렌드는 내 손안에" 중국인 심리를 꿰뚫고 있는 남자(이상현·인민대 한어언문학), "중국 역사, 문화, 언어는 내게 물어라" 20대를 온전히 중국으로 채운 여인(이슬·푸단대 중문학 석사).

올 상반기 롯데백화점이 뽑은 중국 한국인 유학생 인턴 1기 출신 5명의 프로필이다. 롯데백화점은 '중국통'을 뽑기 위해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롯데백화점에 지원한 한인 유학생은 350여명. 이 가운데 서류전형과 중국 현지 면접 및 4주간 인턴을 통해 14명을 선발했고, 이들에게는 올 상반기 공채 서류전형이 면제됐다. 어려운 관문을 넘어 롯데인이 된 이들을 만났다.

힘들었던 만큼 합격의 기쁨도 남달랐다. 중학교 3학년 때 중국으로 건너간 한성원 씨는 "합격 통지를 받는 순간 지난 7년간의 시간이 눈앞을 스치면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이상현 씨는 이방인으로서의 서러움을 토로했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서 링거주사를 맞았는데 수액 떨어지는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맞고 나서 온몸이 퉁퉁 부어 며칠간 꼼짝 못할 지경이었어요." 한국(성균관대)에서 중문학을 공부한 뒤 중국에서 대학원을 다닌 이슬 씨도 "한번 한국에 오면 아플 때를 대비해 약을 한 박스씩 사 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입사 과정으로 이어졌다. 자기소개서 작성과 관련, 이슬 씨는 대학 입학 후 지금까지 살아온 나날을 상세하게 적는 '나의 이력' 작성법을 '강추'했다. 그는 "나의 이력 파일을 작성하면서 학창시절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이는 자소서 작성뿐 아니라 면접에서도 강력한 무기가 됐다"고 말했다.

면접에서 '베트남 인구가 얼마나 되나'라는 질문을 받았다는 김준 씨는 "정확한 숫자보다 롯데백화점이 진출한 베트남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질문 유형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연관시켜 대답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상현 씨도 "한글날이 올해 몇주년이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그 순간 중국통이 되겠노라고 중국에 왔는데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 같아 부끄러웠다"고 전했다.

취업에 대한 고충도 내비쳤다. 이슬 씨는 "한국 기업의 입사 면접은 학기 중에 있기 때문에 비행기값을 감수하고 한·중을 오가거나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한씨는 "한국 기업들이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채용설명회와 면접을 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보석 같은 인재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 대학생들과 비교하면 스펙이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유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현지 채용'을 고려해줄 것"을 한국 기업에 요청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최원석 롯데백화점 인사담당 매니저가 "연수원에 입소하면 정신없을 것"이라고 말하자 신입사원 5명은 약속이라도 한 듯 "메이원티(沒問題)"라고 외쳤다. 메이원티는 중국어로 '문제없어요'란 뜻이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 한경+ 구독신청] [ 기사구매] [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