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 만난 사람] 한달간 民心 대장정 나선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

2014. 6. 1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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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자본 투기는 안돼..제주땅 외국인에게 더 안팔아"

■ 마을 곳곳 '민심 탐방' 동행취재

새누리당의 '차세대 잠룡'으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50)이 바람의 섬인 제주도에서 '변화와 혁신'이라는 또 다른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6ㆍ4선거 때 경쟁자였던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신구범 전 제주지사를 새 지사직 인수위원장 격인 새도정준비위원장으로 영입해 사실상 연정(聯政)에 나섰다. 또 도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듣고자 190여 곳에 달하는 민생 현장을 이달 말까지 일일이 방문하고 있다.

한손에는 협치(協治), 또 다른 손에는 민심(民心)이라는 원대한 구상을 현장에서 직접 듣기 위해 매일경제신문이 12일 오후 한나절 동안 도내 '민심 대장정'에 나선 그를 동행 취재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제주시 연동 소재 새도정준비위원회 사무소에서 만난 그는 '낮은 자세로 듣겠습니다'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힌 소형 버스에 올라탔다. 이날만 표선면 지역 마을과 개발 현장 등 11곳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했다.

-오늘로 몇 번째 마을 탐방인가.

▶오늘까지 현장 탐방을 끝내면 모두 72번째 마을을 방문하게 된다. 이달 5일부터 30일까지 방문하기로 계획했는데, 전부 예정대로 소화하면 마을회관만 170곳이 된다. 주말에는 따로 시간을 쪼개 소외된 주민들을 본다. 다 합치면 190곳 정도 될 것 같다.

-마을 주민들을 만나면 무슨 얘기를 나누나.

▶'선거 끝났는데도 와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대개 선거 끝나면 주민들을 외면하지 않나. 주민들은 내가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좋아한다.

-축하 전화가 수없이 걸려올 텐데.

▶하루에 100통은 족히 걸려오는 것 같다. 감사하게 받아야 하는데 정신이 없어서 받을 수 없다. 국민이 우선이니 급하면 문자를 주시겠지 하고 산다.

-그동안 마을 주민들에게서 무엇을 배웠나.

▶방문을 마치면 저녁에 이장들과 함께 무제한 토론을 한다. 꼭 결론을 내자는 것은 아니다. 의견을 듣고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제안인지 고민한다. 강도 높은 살아 있는 공부다.

-정치권에서 원희룡표 연정이 화제인데.

▶신 전 지사께 첫 제안을 했는데 사흘간 고민하시더라.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미리 상의를 안 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수락을 안 할 수 있어 미리 협의할 수 없었던 것은 이해했으면 한다.

-현장 탐방과 연정은 '원희룡표 정치 실험'인가. 아니면 단순 포용인가.

▶현장 탐방은 다른 나라에서도 하는 타운홀 미팅에 가깝다. 연정은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도 적수를 전부 내각에 중용하지 않았나. 포용은 승자의 일방적인 얘기니까 건방진 말이다.

-도정에 야당 인사도 중용할 계획인가.

▶물론이다. 그동안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도청 내 반대 진영 관료들을 사실상 유배 보냈다. 끼리끼리 문화다. 선거 때 나를 도와준 관료 출신이 있는데, 도청 내에서는 벌써 그들이 다 해먹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하지만 천만에 만만에다.

-훗날 중앙정치에 복귀하더라도 협치를 할 것인가.

▶협치는 중앙 정치뿐 아니라 남북 통일까지 관통해야 하는 키워드다. 연정은 옳고 그름, 선과 악을 넘어서 다름을 인정하면 서로 공존할 수 있고 융합되고 보완할 수 있는 도구다.

-앞서 공무원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농업을 예로 들어보자. 지금껏 농업국장이 다 결정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농업국장은 물론 농협 직원, 농민 전문가들이 의사결정 단계부터 함께 하도록 하겠다. 다만 이익단체의 로비 창구로 활용될 염려도 있어 가능성이 있는 분야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당선 직후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과 정병국 의원을 만난 적이 있나(원 당선인은 남 당선인, 정 의원과 함께 대표적인 새누리당 개혁파 3인방으로 '남원정'으로 불렸다).

▶남 당선인은 짧게 전화 한 번 했다. 정 의원과는 길게 통화하고. 자꾸 오라고 하는데 가길 어디 가나. 아직 마을도 다 돌지 못했다.

-도민들 대다수가 중국인들 토지 사재기에 반발하던데(2013년 기준 중국인이 소유한 제주도 토지 면적은 301만5029㎡로 3년 새 60배 이상 늘었다).

▶땅은 외국인에게 더 이상 안 팔 생각이다. 임대만 하겠다. 투기성 자본은 철저하게 막겠다. 도민들이 동의하고 안심할 수 있는 상태야지만 투자 유치를 할 수 있다. 도민이 우선이고 국민을 믿어야 한다.

-제주드림타워 반대도 심하더라(중국 부동산 재벌 녹지그룹은 제주도에 56층 빌딩을 건축하는 안건을 지난달 제주도로부터 허가받았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 업체가 중국인한테 분양해 팔고, 단체로 버스 타고 와서 카지노에 머물다 떠나는 수준은 투자가 아니다. 진정한 투자라면 테마파크나 대규모 호텔 시설 등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좋은 투자와 나쁜 투자를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넘버원' 숙원 사업은 무엇인가.

▶아직 다듬는 중이다. 다만 굳이 얘기하면 공항이다. 제주도는 개방과 왕래를 통해 발전한다. 왕래를 늘리면 나머지는 다 딸려 들어온다. 비행기가 마을버스 수준으로 와야 한다. 내년까지 정부 용역이 끝나는데 우리는 보다 크게 짓자고 주장하고 있다.

-제주 인구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의 1% 선에 불과한데.

▶작년 제주도 GRDP는 13조원으로 추정되는데 향후 5년 이내에 25조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 제주도 실질성장률이 5.6~5.7%, 명목성장률이 8%인데 이를 각각 7%와 11%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경제를 키울 핵심 수단은.

▶GRDP를 높이는 핵심 수단도 공항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기업이 제주도에 교육센터를 설립하고 싶다고 해보자. 그런데 항공편이 매진이다. 누가 센터를 만들고 싶겠나.

-공약 사업에 투입할 예산이 다른 당선인보다 적다.

▶국비를 포함해서 3조5000억원 정도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공약은 뺐다. 그래서인지 선거 때 공약이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돈 주겠다고 약속해놓고 나중에 지급하지 못해서 빚쟁이 취급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참모들 하고 격론도 많이 벌였다. 하지만 지금도 도정에서 우선순위를 조정할 것이 수두룩한데 선심성 공약은 아니라고 봤다. 마을 탐방을 하고 있는데, 도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있다. 최종 공약은 지금부터 다듬어 내놓겠다.

■ "돈은 많이 받암수까?"…주민고충 꼼꼼히 메모

"돈은 많이 받암수까(받나요)?"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인은 12일 오후 제주 표선면 성읍1리에 있는 민속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근로 현황을 꼬치꼬치 물었다. '자원봉사자인지 공익근로인지, 수당은 얼마나 되는지' 챙기는 것이 도지사 업무라는 설명이다. 원 당선인이 찾은 마을회관마다 요청하는 민원도 각양각색이다. 원 당선인은 그때마다 참모들에게 꼼꼼히 메모해둘 것을 지시했다. 첫 현장은 성읍2리 마을회관이었다. 김인석 성읍2리 이장은 "젊은이들은 승용차로 시내를 오가지만, 노인들은 버스를 타야 하는데 정류장이 마을에서 너무 멀다"고 토로했다. 원 당선인은 "정류장을 신설할지 옮길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마을회관에서는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다. 김재철 토산1리 이장은 "시장 당선인이 방문하는 것이 얼마만이냐"고 하자 원 당선인은 "또 들르겠다"고 화답했다.

물론 민원을 모두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안가에 위치한 토산2리는 백화 현상이 고민이다. 김찬영 토산2리 이장은 "물에 들어가 보면 고기들이 살지 않는다. 해초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원 당선인은 "바다숲이 죽었다는 것인데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제주는 부농이 많다. 오히려 원 당선인이 도정에 도움을 달라고 부탁하는 곳도 있다. 가시리 마을공동체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드넓은 초원에 유채꽃을 심어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데다 풍력발전소를 유치해 매년 수억 원씩 마을 수익을 얻는 곳이다.

원 당선인은 "이런 노하우를 제주도 전역에 전파해달라"며 김영일 가시리 이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원 당선인은 "검사 임용 직전에 몇 개월 정도 연수한 것을 빼면 제주에 다시 거주하게 된 것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30여 년 만이다"면서 "제주 전역이 구석구석 많이 바뀌었는데, 도민을 위해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 He is… '3수석'이라는 별명이 늘 따라다니는 수재다. 1982년 대입 학력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한 데 이어 서울대 법학과에 수석 입학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1964년 제주도 서귀포 출생인 그는 1992년 34회 사법시험에서도 수석 합격해 제주 출신 스타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1998년 검사직을 전격 사임하고, 이듬해 젊은 피 수혈을 바라는 한나라당에 입당해 국회에 입성한다. 16~18대 국회의원을 역임하며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당내 소장 개혁파 운동을 주도해 '남원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2011년 정권 재창출을 명분으로 걸고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정치권에서 잠시 멀어졌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제주지사 후보로 나서 59.97%라는 높은 득표율로 당선돼 여권 차세대 잠룡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 = 이상덕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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