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빠진 아파트 세워질 동안 감리는 뭘 했을까?

세종 2014. 6. 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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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자 4·16" - '안전이 복지다' <3부>'안전은 사람이다'>]<1-1>느슨한 제도·관행이 문제

[머니투데이 세종=김지산기자][["잊지 말자 4·16" - '안전이 복지다' < 3부 > '안전은 사람이다' > ] < 1-1 > 느슨한 제도·관행이 문제]

지난 3월 철근부실이 발견된 세종시 1-4생활권 한 아파트 건설 현장. 행복도시건설청은 현장 감리에도 부실공사 책임을 물어 경찰에 고발했다. /사진제공=뉴스1.

지난 3월 철근부실 시공으로 공사가 중단된 세종시 1-4생활권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행복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은 시공 주체들과 함께 현장 감리자에 부실공사 책임을 물어 경찰에 고발조치했다.

해당 감리회사 2곳은 행복청에 철근공사가 제대로 진행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 철근시공 하청업체가 철근을 빼돌렸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추호식 행복청 주택과장은 "국토교통부 감리업무 수행지침에 따르면 철근공사가 잘 됐다는 사진 등 증거자료를 남겨둬야 하지만 그게 없었다"며 "설사 사진이 있다고 하더라도 레미콘 타설 과정에서 감리가 현장에 있었다면 철근 부족을 몰랐을 리가 없다"고 일축했다.

추 과장 말대로 건축 규정상 감리는 레미콘 타결 현장을 지켜봐야 한다. 타설되는 레미콘 양이 적절한지, 거푸집에 타설된 레미콘이 기포 없이 밀도 높게 공간을 채우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철근이 제대로 설치됐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아파트 현장에서는 철근시공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여러 과정들이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이지 못했다는 말이다. 철근 하도급 업체의 제보가 없었다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부실공사의 진실은 영원히 묻힐 뻔했다. 안전시공에서 감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을'인 설계자가 감리까지‥"감리공영제 도입 시급"

위 사례처럼 시공현장에서 사진 등 증거 자료를 남겨두지 않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은 일로 통한다. 이는 단지 수많은 '관행' 중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하나같은 증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묵은 관행과 제도상 허점이 감시자로서 '책임감리'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업계는 책임감리의 대표적인 장애물로 설계와 감리의 동시수행을 들고 있다. 업계 스스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일찌감치 설계와 감리의 분리, 이른바 '감리공영제'를 주장하고 나왔다.

경쟁이 치열한 설계시장 생리상 건축주에 '을'일 수밖에 없는 설계자들은 건축주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감시의 끈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들고 나온 게 감리공영제다.

감리공영제는 하지만 설계대로 시공이 제대로 되는지 감시하는데 설계자가 가장 적합하다는 논리에 눌려왔다. 업계 종사가 다수가 감리공영제 도입을 찬성하는데도 소수의 반대에 부딪혀 시행이 요원한 실정이다.

감리공영제는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의해 공론화 단계에 진입했다. 이제는 '안전'에 관한 시대적 요구를 국회가 얼마나 빨리 인식하고 해당 법을 다루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김상문 국토부 건축정책과장은 "16층 이상 1·2종 건물 대부분은 전문 감리업체를 지정하지만 그 이하 건물은 설계업체가 감리를 '서비스'처럼 해주는 경우가 많다"며 "감리비를 받더라도 정상가격의 30~40%에 불과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살 집이 아닌 건축 후 분양을 목적으로 한 이른바 '집장사'들의 행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집장사들이 건축주일 경우에 특히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는 게 설계 및 시공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시공 후 안전에 별 관심이 없는 집장사들은 까다롭게 감리 업무를 수행해 건축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감리를 교체하는 일도 발생한다. 공기를 최대한 줄여야 비용이 덜 드는 데 이들에게는 감리가 눈에 가시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설계업체 입장에서는 감리가 교체되면 건축주들로부터 기피 리스트에 올라 수주활동이 어렵게 되기 때문에 현장 직원들에게 느슨한 감리를 주문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별도 감리자자자격 규정이 없는 것과 맥을 함께 한다.

현행 규정상 감리자는 기술사 또는 건축사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이런 규정 때문에 설계업체가 감리를 도맡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감리공영제 시행 이전에 전문 감리자 자격증 제도가 도입돼야 하는 이유다.

그래픽=김지영

"별도 감리자 자격규정도 없어‥독립적 지위 확보 시급"

별도의 감리자 자격증 제도가 도입되고 감리공영제가 시행되더라도 건축주로부터 독립적 지위가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요건을 제외하고는 건축주가 감리를 지정하는 현행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주문이다.

현행 규정상 건축주가 아닌 국가나 지자체 등 허가권자가 감리를 지정하는 요건은 주택에만 국한된다. 주택 중에서도 20가구 이상, 주상복합은 300가구 이상만 해당한다. 그 이하 주택은 건축주 마음대로다.

설계업계 관계자는 "주택에서 집장사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다수지만 상가건물은 사실상 무풍지대에 가깝다"며 "상가는 건축 이전 또는 건축과 동시에 분양에 들어가기 때문에 시행사는 되도록 빨리 공사를 끝내려 하고 감리는 시행사 눈치를 보게 된다"고 귀뜸했다.

건설 현장에 상주하며 공사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상주감리의 범위도 개선대상으로 거론된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바닥면적 5000㎡ 미만, 5층 미만으로 3000㎡ 미만 건축물은 상주감리 의무가 없다. 가끔 와서 현장을 훑고 가기만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김상문 과장은 "상주감리 대상이 확대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법 개정 논의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며 "그러나 업계 내에서조차 의견이 분분하고 반발이 만만치 않아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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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김지산기자 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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