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 잡기노트]현충일 노래에 없다, 김진호 가족사진에는 있다

신동립 2014. 6. 7.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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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432>

'겨레와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치니. 그 정성 영원히 조국을 지키네. 조국의 산하여 용사를 잠재우소서. 충혼은 영원히 겨레 가슴에. 임들은 불멸하는 민족혼의 상징. 날이 갈수록 아 그 충성 새로워라.'

6·25 휴전 3년 후인 1956년 현충일이 제정됐다. '현충일 노래'(작사 조지훈·작곡 임원식)가 울려퍼지는 날이다.

현충일은 애국선열과 국군장병들의 충절을 추모하는 날이다. 달리 보면 살아있는 국민들의 날이기도 하다. 순국한 분들의 충정을 거울삼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살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산 자들이 죽은 이들의 뜻과 행적을 되새기며 대의와 애국을 다짐한다.

이 귀중한 현충일 노래, 정확히는 녹음된 음악의 수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현표 전 주미한국문화원장은 "녹음의 질을 떠나 합창단이 현충일의 의미를 이해하고 오랜 연습 후에 역사에 남을 녹음을 한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악보를 보고 진정성이 없이 노래한 것으로 들린다. 반주도 심하게 말하자면, 값싼 장송곡을 연주하는 것처럼 그저 처량할 뿐이다.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영웅들의 영혼을 위무하는 날이므로 장송곡을 연주하는 것 같은 부분도 당연히 재해석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충일 '노래'보다는 오히려 '낭독'이 듣는 국민들을 더 움직였다. 45년 전 '대한늬우스' PD와 아나운서는 합창단이나 반주자들을 나무라기라도 하듯 매우 훌륭한 기록을 남겼다. 현충일 노래 녹음을 배경으로 아나운서가 가사를 절절하게 '연주'한 것이다. 이 연주자는 박종세 아나운서다. 1961년 5월16일 새벽 5시 혁명공약을 읽었던 그는 1968년 6월6일 현충일 박정희 대통령 내외가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영상에서 역사적인 내레이터가 됐다.

이 원장은 "합창단 수십명의 노래와 반주자 수십명을 무색케 한, 박 아나운서의 혼이 담긴 내레이션이 돋보이는 이 동영상을 대하노라면 대한민국 모든 '의식의 노래'를 동영상으로 새롭게 재해석해야 한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고 주장했다.

KBS 2TV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에서 가수 김진호가 부른 '가족사진'이 좋은 보기다. 방송 당시 객석을 울리고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만든 절창이다. 이 원장은 "대한민국 의식의 노래를 제작하는 정부기관이나 이에 참여하는 연주자들은 김진호와 같은 열의를 갖고 제작에 임해야 한다고 본다. 많은 의식의 노래를 접했지만, 김진호의 '가족사진'만큼 감동을 준 것은 거의 없다"고 평했다.

'현충일 노래'뿐 아니다. '애국가'와 '3·1절 노래', '광복절 노래' 등 모든 의식의 노래를 '가족사진'처럼 새롭고 감동적으로 다시 불러야 한다. "합창보다는 독창이 돋보이는 해석이면 좋겠다. 또한 제작자와 연주자들이 사전에 일정한 기간 동안 관련 행사나 의식에 관해서 전문가의 강의를 들었으면 한다. 그리고 연주자들이 엄청난 연습을 하고난 후에 무대나 녹음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진호가 이전에 노래한 '가족사진'과 '불후의 명곡'에서 들려준 '가족사진'은 차원이 다르다. '불후의 명곡' 버전이 압권이다. 경연 형식의 프로그램인만큼 작심하고 연습을 거듭한 결정체일 것이다.

의식의 노래도 마찬가지다. 경연대회를 열 필요가 있다. 이 원장은 "투자가치가 충분하다. 우리에게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고, 민족적 동질성을 새삼 느끼게 하는데 이만큼 효과적인 사업은 없다"고 강조했다.

문화부장 rea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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