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송송 바위산 오르니 신록의 바다가 한눈에

2014. 6. 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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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매거진 esc] 여행

약초·산나물향 그윽한 화천 용화산과 삼화리 약초마을

"화천 사람은 '용화산 정기'를 안 받을래야 안 받을 수가 있나 어디."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 용화산 밑 삼화리 한 주민의 말씀이다. "학교 교가마다 싹 다 '용화산 정기 받아…'가 들어 있기 따밀에(때문에), 정기를 받을 수백기(수밖에)."

용화산(龍華山·875m)은 화천군 하남면·간동면과 춘천시 사북면 경계에 솟은 바위산이다. 1000m를 훌쩍 넘는 고산준령이 즐비한 고장인데도, 화천 군민들은 용화산을 으뜸으로 친다. 이른바 화천의 '진산'으로, 예나 지금이나 화천 주민들이 받들어 모셔 온 영산(靈山)이다.

밧줄 잡고 바윗길 따라오르는 길 풀꽃들이 응원칼바위·하늘벽 암반 틈에 자라는소나무와 진초록 능선 절경

수직 암벽 위에 서면 춘천 시내까지 한눈에

해마다 가을이면 군수 참여 아래 산신제를 올리고 축제를 여는 곳이 용화산이요,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던 곳도 용화산이다. 산 정상 주변에는 허물어진 성벽(용화산성) 흔적이 남아 있다. 춘천 일대에 근거지를 뒀던 고대국가 맥국의 군사들이 쌓은 성터라고 전해온다. 전설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용 승천이다. 산에 살던 지네와 뱀이 서로 용이 되기 위해 싸우다, 지네가 이겨 용이 돼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용이 내려온 곳이란 전설도 있다.

어쨌든 용화산은 멀리서 볼 때도 범상치 않은 모습을 지녔다. 용암리에서 삼화리로 오르는 길에 바라보면, 산 한쪽이 마치 일부러 깎아낸 듯한 계단식 지형이다. 정상 주변의 수직 절벽들 때문이다. 깎아지른 듯한 암벽은 주로 산 남쪽 자락을 두르고 있다. 산허리 아래쪽은 완만한 수림지대지만, 정상 주변 능선은 아찔한 절벽의 연속이다.

용화산 산행객들은 대개 춘천 사북면 양통마을 쪽에서 올라 큰고개를 거쳐 암릉을 타고 정상으로 오른다(왕복 4시간 코스). 화천 삼화리 쪽엔 큰고개까지 포장도로가 개설돼 있어, 쉬엄쉬엄 50분이면 바윗길(약 1㎞)을 타고 정상까지 갈 수 있다. 큰고개엔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다.

큰고개에서 정상까지는 일부 구간을 빼곤, 밧줄에 의지해야 하는 바윗길의 연속이다. 짧지만 바위산을 타는 느낌을 한껏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숨이 턱에 찰 때마다 맑은 새소리와 풀숲에서 고개를 내미는 자디잔 풀꽃들이 쉼표를 찍어준다. 암벽 능선에 이르면, 생각보다 훨씬 멋지게 펼쳐진 경관에 더 자주 발길을 멎게 된다. 칼바위·하늘벽 등 거대한 바위절벽과 암반 틈에서 자라오른 소나무들, 그 너머로 아득하게 내려다보이는 진초록의 능선들이, 잠시 뺀 땀을 보상해주기에 충분하다.

까마득한 절벽 위, 만장대(하늘벽) 암반 능선을 걷노라면 정신이 아찔해지기 일쑤다. 비가 오면 물이 모여 흘러, 주전자로 물 따르는 듯이 보인다는 주전자바위는 50~60년 전까지도 가물 때 '개적심'이란 기우제를 올렸던 바위다. 개를 잡아 피를 바위에 적시면(개적심) 비가 쏟아져 피를 씻어내렸다고 한다.

바위 경치 감상하며 천천히 걷자니, 어디선가 두런두런 목소리가 들린다. 아무도 없는데 목소리는 계속 들리고, 기다려도 오는 이가 없다. 허공인 듯, 바위 뒤쪽인 듯, 바위 속인 듯 바람결에 들려오는 두런두런…. 칼바위가 내려다보이는 바위 전망대에 이르러서야 의문이 풀렸다. 앞서 지났던 깎아지른 하늘벽 암반에 개미처럼 달라붙은 대여섯 사람들. 암벽등반에 나선 이들이다. 하늘벽은 수직 절벽인데다 전망도 좋아 암벽등반가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우거진 나무들로, 정상에서의 전망은 좋지 않다. 정상 못미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빼어난 전망이 펼쳐진다. 칼바위·불알바위 각양각색 바위들과 바위절벽들은 물론, 신록에 덮여 첩첩이 깔린 광활한 녹색 산줄기들이 눈·코·입과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 남쪽으론 춘천 시내 아파트 무리까지 눈에 들어오고, 서북쪽으론 화천 쪽 마을 일부와 북한강 물줄기 일부도 또렷이 잡힌다.

용화산 정기 받아 자라는 약초·산나물 지천

용화산 정기는 산자락에 덮인 약초·산나물의 기운도 왕성하게 해주는 듯하다. 용화산 들머리, 약초마을로 알려진 삼화리(돌모루 마을) 물푸레나무골로 잠시 오르면 그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울창한 숲 나무들 발치에 산양삼(산에서 키우는 인삼)을 비롯해, 하수오·당귀·더덕·고사리·고비·산마늘·눈개승마(삼나물)·곰취·병풍취·두메부추·산씀바귀…. 오만가지 약초·나물들이 빼곡하다. 주민들이 재배하는 약초·나물들과 저절로 자라난 자연산들이 뒤섞여 있다.

주민들은 산골짜기에 방생하듯 여기저기 씨를 뿌리고 모종을 옮겨 심는, 이른바 '임간 방임 재배' 방식으로 약초·산나물을 키운다. 비료·농약 안 쓰고, 자연 상태에서 길러내는 친환경 '보약'들이다. 10여년 전부터 야산에 산양삼 등을 재배해 오던 주민들은, 6년 전 국유림 5만여평을 임대해 '용화산 산림영농조합 법인'을 만들었다. 40여가구 주민 중 14가구가 참여해 본격적으로 약초·나물 재배에 나섰다. 주종목은 여전히 산양삼이다.

영농조합 대표 신준현(60)씨는 "이곳은 옛날부터 산삼이 많이 나던 곳"이라며 "어릴 때 어머니가 심마니에게서 쌀 몇말씩 주고 산 산삼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물푸레골 들머리 일대에 철제 울타리를 설치하고 약초·산나물들을 관리한다. 일반인 출입을 막고, 식물 뿌리나 벌레·지렁이 따위를 찾기 위해 땅을 파헤치는 멧돼지 등 야생동물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정한 인원(2~3가족 등)이 미리 예약하면 이 골짜기에 들어가 약초·산나물 관찰, 채취 체험 행사를 할 수 있다. 주민 안내로 산나물·약초를 관찰하며 설명을 들은 뒤 제한된 구역에서 나물·약초 채취를 할 수 있는 자연학습 프로그램이다. 산양삼과 곰취 등 나물들을 싼값에 살 수도 있다. 산나물과 약초들이 피우는 각양각색 꽃들과 지천에 깔린 야생화들의 자태는 또다른 선물이다.

북한강 상류 물길 따라 걷고 자전거 달리고

화천은 '물의 고장'이다. 신록이 잠긴, 수량 풍부한 북한강 물줄기가 읍내를 관통한다. 상류엔 북한 지역에서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굽이쳐 온 물길이 이루는 드넓은 호수(파로호)가 있다.

읍내 상·하류 물길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이자 자전거도로인 '산소 100리길' 일부를 걷거나 자전거로 달려볼 만하다. 읍내 코앞의 일부 구간은 물길에 설치한 나무다리(부교)로 이뤄져 있고, 원시림처럼 어두컴컴한 숲속 오솔길 구간도 있다. 오음리 코스(70㎞), 화악산 코스(98㎞), 세계평화의종 공원 코스(47㎞), 디엠제트 코스 등 다양한 자전거 코스도 마련돼 있다. 붕어섬에 자전거 무료 대여소가 있다. 1만원을 내고 자전거를 빌리면 반납 때 상품권(1만원)으로 돌려준다.

시티투어 버스로 화천의 볼거리를 둘러보는 방법도 있다. 예약(10인 이상)하면 춘천역 앞에서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에 출발해 붕어섬·산소길·파로호·평화의댐과 민통선 안 양의대 등 화천 명소를 둘러보고 오후 7시 춘천역으로 돌아오는 20인승 '산천시티투어' 버스를 탈 수 있다. 인원이 확보되면 평일에도 가능하다. 1인 1만9000원. 단, 코스에 있던 파로호 카페리호 승선 일정은 현재 파로호 수량이 줄어 중단된 상태다. 여름철에 다시 운항할 예정이다.

화천/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 화천 여행 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서울외곽순환도로 강일나들목에서 서울~춘천고속도로 타고 직진, 춘천에서 나가 5번 국도 타고 시내 거쳐 북한강 따라가다 춘성교 못미처 삼거리에서 춘화로(화천 쪽)로 우회전해, 407번 지방도 타고 화천으로 간다. 화천 물주제공원 지나자마자 우회전하면 용암리 지나 삼화리(약초마을)가 나온다.

먹을 곳 묵을 곳

식초·겨자를 곁들인 동치미국물 육수에 닭고기를 찢어 넣은 초계탕과 막국수를 내는 화천읍 대이리 '평양막국수·초계탕', 닭·오리백숙 등에 곰취 등 산나물을 푸짐하게 곁들여 내는 하남면 삼화리 '용화산가든', 쏘가리·장어·송어회를 내는 화천읍내 상승로 '명가', 순두부 등 두부를 직접 만들어 내는 화천읍 대이리 콩사랑, 산채비빔밥 등을 내는 비수구미 마을(화천읍 동촌2리)의 해산민박(김상준씨 집) 등 민가 식당. 하남면 춘화로 강변의 화천열차펜션 평일 2인실 8만원(주말 10만원)부터.

여행 문의

화천군청 (033)442-1211, 화천군 관광안내소(산천시티투어) (033)440-2575, 삼화리 약초마을 (033)44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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