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편기 맞은 화장품 유통 채널 '원브랜드숍'_상위 9개사 순이익률 둔화.. 선두권과 중위권 매출격차도 심화

김도현 뷰티 2014. 5. 2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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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국내 화장품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온 유통은 단연 '원브랜드숍'이다. '원브랜드숍'이란 말 그대로 하나의 브랜드만 판매하는 화장품 매장이다. 더페이스샵, 미샤,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를 비롯해 규모가 작은 곳까지 다 포함하면 줄잡아 20여 브랜드를 헤아린다. 제각각의 콘셉트가 있지만 이들 브랜드의 공통된 특징으로는 '고품질·저가격'을 꼽을 수 있다. 요즘 흔히 쓰이는 말인 '가성비', 즉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편으로 오랜 경기침체를 틈타 화장품시장 성장의 견인차로 거듭난 것이다.

화장품업계는 2013년 국내 화장품시장 규모가 전년에 비해 거의 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목표 달성에 압박을 느낀 화장품회사들이 연말 즈음 대대적으로 물량을 쏟아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역신장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고가 브랜드의 주력 유통인 방문판매와 백화점 채널이 10% 내외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반면 중저가 화장품의 본산격인 원브랜드숍 유통은 또다시 20%가 넘는 고성장률을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불황 끝에 급기야 여성들이 화장품 구매비용마저 줄이면서 합리적 가격의 원브랜드숍이 전성시대를 맞았다는 평가다.

뚜렷해진 성장 정체 조짐

2002년 서울 이화여대 앞에 미샤 1호점이 문을 연 이후 지난 10여년 동안 원브랜드숍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며 전체 시장의 20% 이상을 점하는 중추 유통으로 우뚝 섰다. 특히 최근 몇 해 동안 시장 참여 브랜드와 매장 수가 부쩍 늘고 이들이 앞다퉈 할인 경쟁에 나서면서 외형 성장 그래프가 더욱 가팔라졌다. 다만 한때 30%를 넘나들던 폭발적인 성장률이 지난해 다소 완만해졌다는 게 중론.

더페이스샵, 미샤(에이블씨엔씨), 에뛰드하우스(에뛰드),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스킨푸드, 토니모리, 잇츠스킨, 더샘(더샘인터내셔날) 등 상위 9개 원브랜드숍 운영사들의 외형 실적을 집계한 결과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들 회사가 최근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9개사 총 매출액은 2조2625억원이다. 전년의 1조9306억원보다 17.2%가 증가했다. 전체 화장품시장이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17%를 상회하는 성장률이 대단하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실제로 9개사 총 매출액은 2010년 1조748억원에서 2011년 1조4254억원으로 32.6% 늘었고 2012년에는 1조9306억원으로 다시 35.4% 증가한 바 있다.

수익 부문에선 더욱 뚜렷한 이상조짐이 포착된다. 2012년 9개사는 이전해보다 47.0% 늘어난 총 193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순이익 또한 전년 대비 41.4% 증가해 총 1525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2013년에는 총 영업이익이 2042억원, 총 순이익은 1534억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2.1% 줄었고 순이익은 0.6% 늘어난 데 그친 것이다.

2011년 10.0%이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2년 10.8%로 올랐다가 2013년엔 9.0%로 미끄러졌다. 평균 순이익률 역시 2011년 7.6%에서 2012년 7.9%로 상승했다가 2013년에는 6.8%로 떨어졌다. 외형 성장세가 주춤해진 것 이상으로 이익률이 내려간 것으로 원브랜드숍 유통 내 과당 경쟁에 따른 부작용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란 평가다.

원브랜드숍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선두권에 서기 위해 혹은 생존을 위한 유통 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태동 10년차를 넘어서면서 시장 포화와 함께 본격적인 재편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주도권은 역시 화장품 대기업들이 쥔 형국이다.

- 2002년 '미샤'의 등장으로 태동한 원브랜드숍 유통은 지난 10여년 동안 성장을 거듭하며 화장품시장 확대를 이끌었다. 서울을 대표하는 상권인 명동에는 100개가 넘는 화장품 로드숍이 영업중이며 그 대부분은 원브랜드숍이다.

더페이스샵, 미샤 누르고 1위로 등극

일단 수위 싸움에서부터 대기업인 LG생활건강 계열의 더페이스샵이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를 훌쩍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THEFACESHOP North America Inc., 더페이스샵(상해)화장품소수유한공사, Fruits & Passion Boutiques Inc. 등 7개 종속회사를 포함한 더페이스샵의 2013년 매출액은 5472억원. 전년 대비 성장률이 24.9%로 원브랜드숍 기업 사상 처음으로 매출 외형 5000억원 돌파라는 기염을 토했다.

가파른 성장의 배경으로 여러 요인이 꼽히지만 역시 LG생활건강이라는 토대가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공세적인 할인 정책에 더해 색조전문 법인인 바이올렛드림, 캐나다의 보디케어 전문업체인 후르츠앤패션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적극적으로 덩치 키우기에 나선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반면 미샤의 운영사인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매출(3개 종속회사 연결 기준)이 전년보다 오히려 2.2%가 줄어 4424억원에 머무르며 2위로 내려앉았다. 원브랜드숍의 원조로 화장품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미샤는 2007년부터 내리 후발주자인 더페이스샵에게 외형에서 밀렸다. 이후 2011년 할인 프로모션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며 1위 자리를 되찾았지만 3년 만에 또다시 '원브랜드숍 1위'라는 타이틀을 내주게 된 것이다. 전매특허였던 세일 정책이 원브랜드숍 유통 전반에 일상화되면서 위력을 잃은 데다 지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던 수입 브랜드 미투 상품에 비견되는 히트 아이템을 더 이상 육성해내지 못한 탓이 컸다.

양사는 이익 부문에서도 크게 희비가 엇갈렸다. 더페이스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7% 늘어난 949억원에 달한 반면 에이블씨엔씨는 75.4%나 감소한 132억원에 그친 것이다. 순이익 또한 더페이스샵이 73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0.5% 증가한 것과 대조적으로 에이블씨엔씨는 126억원으로 전년보다 70.0%가 줄었다.

3, 4위 경쟁은 국내 최대 화장품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집안싸움이다. 아모레퍼시픽 계열사로서 언니·동생 사이인 에뛰드와 이니스프리가 경합을 펼친 것이다. 에뛰드하우스와 에스쁘아, 2개 원브랜드숍을 운영하는 에뛰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3372억원. 전년 대비 신장률이 20.2%로 준수했지만 이니스프리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청정 제주'를 콘셉트로 자연주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며 급부상한 이니스프리는 지난해에도 45.0%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332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2년 500억원이 넘던 양사의 매출 격차가 1년 만에 40억원 남짓으로 줄어들면서 올해는 누가 우위에 설지 속단할 수 없게 됐다.

이익 부문에선 그렇지 않아도 한 발 앞에 있던 이니스프리가 그 차이를 더욱 벌렸다. 지난해 이니스프리와 에뛰드의 영업이익 성장률은 각각 37.2%와 11.4%로 130억원 정도이던 격차가 236억원으로 벌어졌다. 순이익 성장률도 39.1%대 4.5%로 큰 차이를 보이며 이니스프리가 두 배 가까이 앞서 나갔다.

스킨푸드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초박빙' 싸움

중위권 그룹은 이른바 '빅4'로 분류되는 선두권과의 매출 격차가 꽤 커졌다. 그러나 경쟁 양상만큼은 선두권 뺨치는 초박빙 싸움이다. 할인 프로모션에 한발 비켜서 있는 스킨푸드의 매출이 소폭 감소하면서 아래서 치받아오던 네이처리퍼블릭과 토니모리의 사정권 내에 든 것이다.

스킨푸드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5.6% 감소한 1746억원. 네이처리퍼블릭과는 30억원 가량, 토니모리와는 40억원 정도의 아슬아슬한 차이로 간신히 매출 5위 자리를 지켰다. 스킨푸드는 이익 부문에서도 수년째 내리막길인데 지난해에는 유난히 하락폭이 컸다. 스킨푸드의 2013년 영업이익 및 순이익은 각각 32억원과 1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72.2%, 77.0%씩 감소했다.

숨가쁜 매장 확대전을 벌인 네이처리퍼블릭은 매출액이 전년보다 33.7% 증가하며 13.1% 성장률에 머문 토니모리를 외형에서 제쳤다. 양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네이처리퍼블릭이 1717억원, 토니모리가 1703억원으로 스킨푸드와 함께 1700억원 라인에 나란히 섰다. 하지만 네이처리퍼블릭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2년 연속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며 급격한 외형 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야 할 처지가 됐다. 반면 토니모리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공히 200억원에 근접해 실속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화장품과 한불보떼, 두 형제 기업이 펼치는 원브랜드숍 시장 안착 경쟁도 흥미진진하다. 지난해 성적표상으론 한불보떼의 원브랜드숍인 잇츠스킨이 한발 앞서가는 형국. 잇츠스킨은 2013년 매출과 이익에서 두루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리며 이른바 '마이너 그룹' 탈출의 청신호를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66.8% 증가한 530억원. 이익 부문의 실적 개선은 더욱 놀랍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2012년에야 비로소 흑자로 전환했는데 지난해에는 또다시 전년보다 212.4%, 217.4%씩 늘어난 것이다.

한국화장품의 자회사로서 원브랜드숍 더샘을 운영하는 더샘인터내셔날은 혹독한 2013년을 보냈다. 2010년 법인 출범 이래 첫 2년 동안에는 외형이 성장하며 2012년 잇츠스킨을 추월하기도 했지만 지난해에는 오히려 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3.6% 감소한 332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 부문의 손실폭 또한 전년보다 더욱 커져 첫 흑자 달성의 기쁨을 또다시 미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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