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사랑한..] 마크 트웨인<;'톰 소여의 모험'의 작가>;이 탄성을 지른.. 화산섬의 물빛

'작가가 사랑한…'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소설가와 유명 필자가 '애정'하는 공간과 사물에 대한 기록이자, 이들의 매혹적인 여행을 통해 일상을 벗어나는 시간이기도 하죠. 첫 회는 영화·여행칼럼니스트 황희연씨. "신은 모리셔스를 창조하고 난 뒤 천국을 만들었다"(작가 마크 트웨인)고 말한 그 모리셔스와, 영국 윌리엄 왕자의 신혼여행지였던 섬나라 세이셸을 다녀왔습니다. '작가가 사랑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다녀온 소설가 조경란씨가 이어 씁니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문장까진 아니지만 적어도 모리셔스의 역사를 바꾼 것만은 분명한 문장이 있다. "신은 모리셔스를 창조하고 난 후 천국을 만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방랑기를 타고나 세계를 유랑했던 작가 마크 트웨인이 62세에 부인과 함께 적도를 탐험한 후 남긴 이 말은 모리셔스행을 재촉하는 가장 강렬한 유혹의 문장이 되었다. 그 유혹에 못 이기는 척 넘어가고 싶었던 것은 사실 모리셔스가 천국과 가장 비슷해 보였기 때문은 아니었다.
우리는 가끔 아무 목적 없이 떠나고 싶어지고, 그곳이 일상의 무대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하는 곳에서 잠적 혹은 실종의 나날을 보내고 싶은 욕망. 전형적인 메트로폴리탄인 나는 지옥철을 밥 먹듯이 타고,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를 받고, 마감 압박에 시달리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모리셔스가 천국이 아니더라도 안전한 항구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 육로로 갈 수 없는 섬이라면 빠져들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지금으로부터 20년 뒤, 당신은 당신이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 때문에 후회할 것이다. 밧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를 나와 항해를 시작하라. 당신의 돛에 무역풍을 가득 담아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마크 트웨인의 속삭임이 이명처럼 울려 퍼지던 어느 날, 큰 여행 가방을 메고 비로소 공항을 빠져나왔다.
탐험 장소는 모리셔스다. 내친김에 요즘 인도양에서 가장 핫한 여행지로 떠오른 세이셸도 함께 둘러보는 코스를 만들었다. 영국 윌리엄 왕자의 신혼 여행지이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가족 여행지로 알려진 후 부쩍 많은 관광객을 받고 있는 세이셸은 도심에서 부대끼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심장에 새로운 피를 돌게 해줄 꽤 그럴싸한 처방전처럼 느껴졌다.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제주도보다 살짝 큰 규모지만 실로 다양한 인종, 그보다 더 개방적인 혼합의 문화를 지닌 모리셔스와 세이셸은 단지 바다만 아름다운 섬나라가 아니다. 모리셔스 공항에서 숙소까지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만날 수 있는 풍경은 드넓은 사탕수수밭이다. 바닷가에는 최고급 리조트가 즐비하고, 내륙에는 사탕수수밭이 기분 좋게 일렁인다. 곧게 뻗은 사탕수수 사이로 붉은 노을이 내려앉는 모습을 천천히 음미하며 바닷가 마을에 있는 한적한 숙소에 닿았다. 이제 드디어 정박의 시간이다.
늘 접했던 태평양 바다가 아니라 낯선 인도양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다. 바닷물이나 한번 만져 볼까 싶어 손바닥을 넣었더니 열대어 몇 마리가 손가락 사이로 반투명한 몸을 흔들며 지나간다.
바다에 대한 감탄은 세이셸을 찾았을 때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바다에 한해서라면 115개의 섬이 모여 한 나라를 이룬 세이셸이 모리셔스보다 한 수 위다. 수도가 있는 마헤 섬에서 프랄린 섬으로, 다시 라디그로 넘어갈 때마다 바다색이 더 찬란하게 변한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인 세이셸은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는 육지거북과 기괴한 바위섬들이 어우러진 독특한 해변 풍광을 지니고 있다. 덕분에 세이셸의 바다에 붙여진 수사는 여러 가지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천국'이라거나 '세계 최대 크기의 천연 아쿠아리움'이라는 찬사를 수시로 듣는다.
누가 누구에게 물어 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라 불리는 바다도 여럿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척 놀랜드(톰 행크스)가 오랜 시간 로빈슨 크루소처럼 원시의 삶을 연명했던 앙스 소스 다종이다. 프랄린 섬에 있는 해변 중에는 콘스탄스 리조트 근처의 앙스 조르젯도 물빛이나 풍광이 앙스 소소 다종에 뒤지지 않는다.

비현실적인 바다와 화산섬의 거대한 위용, 인도, 프랑스, 영국, 중국의 문화가 용광로처럼 뒤섞여 오묘한 매력을 품어내는 두 개의 섬나라는 비록 작지만 크고 웅장한 느낌으로 여행자의 심장을 움켜쥔다. 여기서, 끝내, 죽어도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곳이다.
숨어 있기 좋은 방을 신중하게 골랐다. 최대한 독립적일 것, 지상 최고의 바다를 끼고 있을 것, 지루하지 않게 머무를 수 있는 다양한 투어 리스트를 갖추고 있을 것.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 모리셔스와 세이셸에서 머물기로 한 숙소는 콘스탄스 리조트다. 인도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만 문을 연다는 콘스탄스 리조트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곳답게 인위적인 조형물을 최대한 배제한다. 나무와 풀, 섬에서 흔히 나는 화강암 등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여 완성한 리조트의 외관은 포근하게 마음의 빗장을 풀어준다. 어쩌면 이 포근함의 근원에는 콘스탄스가 풍기는 고유의 향기가 있는지도 모른다. 프렌치 파니, 일랑일랑, 바닐라 등 인도양의 자연에서 뽑아낸 세 개의 향기를 적절하게 뒤섞은 향이 숙소 가득 퍼져 있다. 그 향의 느긋함이 긴장했던 정신을 한껏 이완시킨다. 바닷가를 향해 나 있는 창을 열면, 굳이 모래사장으로 달려가지 않아도 그 자체로 바닷가 한편에 서 있는 것 같다. 문의 콘스탄스 서울 (02)777-8813

모리셔스나 세이셸로 가는 직항편은 아직 없다. 두 곳 모두 홍콩 또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공항을 경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장 빠른 비행기 편은 홍콩을 경유하는 것이다. 홍콩까지 3시간 50분, 홍콩에서 모리셔스까지 10시간 남짓 소요된다. 모리셔스와 세이셸은 비행기로 2시간 30분 거리다.
모리셔스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리조트에 접한 수많은 해변과 포트루이스 시내 및 시장이다. 포트루이스에는 멸종한 도도새의 실물을 확인할 수 있는 자연사박물관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표로 꼽히는 블루 페니 우표를 기념하는 블루 페니 박물관이 있다. 현지인들이 '시타델'이라 부르는, 옛 요새를 정비해 전망대와 쇼핑몰로 바꾼 아델라이드 요새도 볼만하다.

세이셸의 대표 관광지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로 불리는 빅토리아 시내다. 이곳에선 4월 말 도심 전체가 들썩이는 빅토리아 카니발이 펼쳐진다. 산 정상에서 보면 훨씬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에덴 리조트 마을, 풍만한 여성의 엉덩이 모양을 닮아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열매'로 불리는 코코 드 메르 나무가 무성한 발레 드 매 국립공원, 우마차가 다니는 고전적인 분위기에서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라디그 섬도 둘러볼 만하다.
모리셔스와 세이셸에 머무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 낯설면서도 친숙한 요리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아랍과 프랑스, 영국의 지배를 받았고, 인도와 크레올 혈통, 중국계 이민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모리셔스와 세이셸에 고유 음식 따위는 없다. 인도의 커리 문화, 중국의 쌀과 국수 요리, 코코넛과 파인애플 등 열대의 식재료, 프랑스와 영국의 전통 요리법, 이 모든 것을 뒤섞어서 새로운 맛을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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