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5월 1일] 연말정산 '건보료 폭탄' 왜 우리나라에만 있나

사공진ㆍ한양대학교 경상대학장 2014. 4. 3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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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는 근로자에게 부담스럽다. 금액은 세금보다 더 많고 매달 내야 한다. 매년 4월이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는 건강보험료에 대해 연말정산을 한다. 연말정산이란 전년도 보수(소득)를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한 후 다음 연도에 확정된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재계산하여 더 낸 보험료는 돌려주고, 덜 낸 보험료는 추가로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올해는 761만 직장가입자가 1조9,226억 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1인당 평균 25만원(사용자 부담 포함), 최고 2,600만 원을 추가 납부해야 한다니 연말정산이 있는 달에는 건강보험료 폭탄으로 느낄 수 있다. 지난해 덜 냈던 보험료라지만 내는 입장에는 쉽게 수용이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당해년도 소득이 아니고 전년도 소득에 기준하여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는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때문이다. 일본, 대만, 독일, 프랑스 및 벨기에 등 건강보험이 우리처럼 사회보험 방식인 대부분 국가에는 연말정산이 없다. 우리도 2000년 이전에는 사업장 보수가 변경되면 그때그때 공단에 신고하도록 규정하여 이를 건강보험에 즉시 반영해서 별도의 연말정산이 필요 없었다. 하지만 규제 완화 차원에서 이 규정을 전년도 보수를 다음 해에 일시적으로 신고하도록 바꾸었고, 이것이 매년 4월 연례차 '건보료 폭탄'이 된 것이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변경된 보수 신고를 팩스나 우편 등이 아니라 전자문서 교환방신식(EDI) 웹 문서로 간편하게 한다. 이 때문에 보수 변경 시 원래처럼 수시로 신고하는 것이 일시적 추가보험료로 인한 근로자 부담을 더는 방안이다.

건강보험공단 직원도 설명하기 어려운 현행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보험료 부담기준은 4원화, 부담하는 사람은 6가지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원칙도 공정성도 없다. 보험료 부담기준은 직장가입자의 2원적 부과기준(보수월액보험료 부과 및 임대소득 등 보수 이외의 소득이 연간 7,200만 원 이상일 때 소득월액보험료 추가 부과)과 지역가입자의 2원적 부과기준(연간 종합소득 500만 원 이하는 재산, 자동차, 성ㆍ연령 등의 평가소득에 부과하고 500만원 초과 시는 소득, 재산, 자동차를 기준으로 부과) 등 네 가지다. 보험료 부담이 전혀 없는 직장 피부양자와는 달리, 많은 지역가입자들에게는 성ㆍ연령에 따라 보험료가 부과된다. 퇴직으로 소득이 없어도 전월세, 주택이 있으면 직장에 다닐 때보다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9억 원의 재산, 연간 4,000만 원의 이자⋅배당 소득이 있어도 직장 있는 자녀만 있으면 피부양자로 올라 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낸다.

그러다 보니 보험료를 피하려 직장가입자로 허위 등록하는 등 편법과 불법이 난무하고, 부담능력을 반영 못 하는 부과체계로 6개월 이상 보험료 체납이 154만 세대, 체납금액은 2조 1,052억 원이다. 얼마 전 정부의 임대차시장 선진화 추진방안에 대해 국민들은 세금보다 건강보험료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정이 이러니 공단에는 민원이 폭주한다. 2013년 총 민원의 80%인 5,730만 건이 보험료 관련이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에 착수했다. 비정상인 부과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의 소득자료 확보율은 80.8%에 이르며, 국세청으로부터 연 4,000만원 이하 금융소득 등의 자료를 확보하면 92.2%까지 된다. 우리보다 조건이 훨씬 나쁜 국가들도 오래 전부터 건강보험료를 소득중심으로 부과하고 있다. 현행과 같이 전년도 소득에 기준으로 하여 보험료를 부과하고 다음 해에 임금인상분과 성과급 등을 사후 정산하는 현행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개선돼야 한다. 당월보수(소득)에 당월 보험료를 확정 부과할 경우 연말정산 '건보료 폭탄'은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1 년이 되도록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어떻게 고치겠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사공진ㆍ한양대학교 경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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