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조 창업보육사, 한국 미미박스 찜했다

강희경기자 2014. 4. 29.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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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액 내면 화장품 대주는 업체200대1 경쟁률 뚫고 참가한 지원 프로그램서 당당히 1위 뽑혀국내서도 이미 급성장으로 주목글로벌 도약 든든한 후원자 확보

아무리 '창조경제'라고 하더라도 벤처 창업이 말처럼 쉽진 않다. 그래서 요즘에는 벤처 창업을 돕고 3~6개월간 교육, 컨설팅, 선배 기업가들과의 교류까지 지원하며 창업 성공률을 높이는 창업기업 학교인 이른바 '엑셀러레이터'가 국내에서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사실 엑셀러레이터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가 원조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설립된 와이컴비네이터는 투자한 기업만 560여개, 육성 기업의 평균 기업가치 500억원을 달성하며 전세계 2,000여개 엑셀러레이터의 모범으로 꼽힌다. 빈방 공유 서비스로 유명한 에어비앤비, 전 세계 1억 명 이용자를 둔 클라우드 서비스 드롭박스 등은 몇년 만에 무려 100억 달러(약 10조원)가치의 기업으로 키워내기도 했다.

최근 이 와이컴비네이터가 한 한국기업을 주목하고 있다. 뷰티 큐레이션 커머스 업체인 미미박스가 그 주인공. 미미박스는 매달 구독료를 받고 전문가가 선택한 화장품을 한 달에 한 박스씩 보내주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2012년 사업을 시작한 이들은 지난 1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와이컴비네이터의 벤처 기업 지원 프로그램 참가자로 뽑혔고 10만달러의 투자도 유치했다. 덕분에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도 총 15만달러에 해당하는 기업 인프라 사용도 지원받았다. 이들은 곧바로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미국지사를 세웠고, 3개월간의 혹독한 교육 프로그램과 선배 벤처 기업가들ㆍ전문가들과의 수십 차례의 미팅과 검증도 거쳤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프로그램에 참가한 글로벌 63개의 쟁쟁한 팀 중 1위로 뽑혔다는 사실. 지난 3월25일 400여개 투자사들과 파트너 앞에서 진행한 발표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모았으며, 내부 투표를 통해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팀에 올랐다. 덕분에 추가 투자도 논의 중이다.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는 "와이컴비네이터에서는 매주 10%의 성장률을 과제로 주지만 미미박스는 그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했던 이들의 저력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실 미미박스는 국내에서도 매년 급성장하며 주목 받는 회사 중 하나다. 2012년 하 대표와 지인 2명이 자본금 3,500만원으로 세운 미미박스는 매달 잡지를 구독하듯 1만6,500원을 내는 고객에게 8만~10만원 어치 화장품을 보내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화장품은 400여개 화장품 회사에서 무료로 협찬 받고, 대신 기업들에겐 다양한 광고활동을 해주거나 마케팅 보고서를 보내준다. 써보고 좋은 제품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접 살 수 있다. 현재 회원수는 약 30만명. 공동창업자 김도인 미미박스 이사는 "화장품 기업들이 신제품을 내놓으면 미미박스를 통해 시장 반응을 살피는 것이 일상이 됐다"며 "미미박스에 구성품으로 넣고 싶다는 요청이 밀려와 이미 3개월 후 박스 구성까지 끝났다"고 말했다.

미미박스는 일찍 눈을 글로벌로 돌렸다. 두 사람은 원래 창업할 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뒀다고 한다. 한국 화장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믿었고, 국내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을 해외에 알리는 통로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 대표는 "어차피 해외에 나갈 거라면 미국으로 진출해야겠다고 맘 먹었다"며 "미국에서 시작하려면 인큐베이터가 가장 적합한 파트너라고 생각했고 와이컴비네이터에 지원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조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의 3개월 과정을 이수한 미미박스는 한국의 방식과 는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 특히 그들은 한국과는 다르게 회사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와이컴비네이터는) 일과 가정, 운동 3가지 외에는 많은 것을 신경 쓰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며 "심지어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벤처투자자와는 대화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와이컴비네이터는 기업의 사업모델에 대한 검증보다 팀원들의 단결력과 성공에 대한 확신을 심어 주고 시야를 글로벌로 돌려 성장 목표를 크게 잡도록 하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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