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샐러드·토마토 홍합탕..파스타 고향, 시칠리아서 지중해를 맛보다

2014. 4. 2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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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남쪽에 자리한 섬 시칠리아. 지중해에서 나는 다양한 해산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는 곳이다.파스타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거리마다 향긋한 요리가 기다리는 곳, 태양의 요리사들이 푸근한 미소로 사람들을 기다리는그곳이 바로 시칠리아다.

비옥한 토지가 만든 음식의 천국

시칠리아를 여행하면서 행복한가장 큰 이유는 음식 때문이다. 팔레르모와 카타니아, 아그리젠토, 라구사, 모디카, 트파라니 등 한 달 가까이 시칠리아를 여행하며 수많은 지중해 음식을 맛보았다.지금까지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맛이다.

시칠리아의 음식이 다양하고도 맛있는건 섬을 둘러싼 환경 때문이다. 겨울에도 1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온화한 기후와 고산지대에 펼쳐진 비옥한 토지, 그리고 시칠리아를 둘러싼 지중해는 풍부하고도 다양한 식재료를 공급해준다. 여기에 그들만의 혼성 문화가 어우러져 토속적이면서 독특한 음식을 만들어낸다.

특히 파스타. 시칠리아 음식 하면 가장 먼저 말해야 할 것이 파스타다. 시칠리아의 주도인 팔레르모는 오늘날 우리가 흔히 즐기는 스파게티와 같은 건조 파스타를 생산한 최초의 기록이 있는 도시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다 보면 시칠리아의 파스타가 매우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시칠리아인들은 스파게티 같은 가는 면 요리는 물론, 독특한 모양의 짧은 파스타도 많이 먹는다. 가지와 리코타치즈로 만든 서민적인 파스타인 노르마 파스타, 이탈리아식 멸치젓갈인 엔초비와 빵가루를 넣어 맛을 내는 스파게티는 시칠리아의 대표적 서민음식이지만 그 맛은 절대 가볍지 않다. 특히 정어리의 일종인 사르데로 만든 파스타가 유명한데 올리브 오일과 정어리, 소금으로 맛을 낸다.

시칠리아 파스타는 '쿠스쿠스'라는 아랍풍 요리로 유명하다. 국수류가 아닌, 좁쌀처럼 생긴 것인데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파스타로 분류된다. 생선이나 해물의 살과 즙으로 양념해 만드는 전통요리다. 이 밖에도 오징어 먹물로 만드는 스파게티 알 네로 디 세피에라는 요리도 잘 알려져 있다.

해산물 요리 발달, 홍합탕 일품

지중해로 둘러싸인 섬답게 해산물 요리도 발달했다. 시칠리아산 오렌지를 곁들인 카르파치오와 토마토를 넣은 홍합탕은 이탈리아에서 최고로 손꼽힌다. 샐러리와 올리브를 곁들이는 지중해식 문어 샐러드는 전채요리로 유명하다. 갓 잡은 성게로 맛을 낸 링귀네파스타는 오직 시칠리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섬답게 여느 포구에 가더라도 싱싱한 생선을 파는 노점상이 즐비한데 오징어, 주꾸미뿐만 아니라 문어, 성게, 홍합도 쉽게 볼 수 있다. 과일과 채소도 싸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2~3유로면 잘 익은 수박, 멜론, 사과, 오렌지, 무화과, 살구가 한 보따리다. 시칠리아의 수산시장을 둘러볼 여유가 있다면 모둠 해산물 구이를 맛보시길. 시장 한쪽의 트럭에서 파는데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오징어며 새우, 생선 등을 철판 위에 올려 놓고 즉석에서 구워준다.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시칠리아는 화산섬이다. 용암이 녹아 굳어진 라바가 부식돼 토양을 형성했다. 이 땅에 강렬한 지중해의 태양이 내리쬔다. 이런 토양과 날씨 덕에 기원전 그리스시대부터 와인산업이 발전했다.

트라파니, 유럽 최고의 소금 생산

음식과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트라파니에 가보면 좋다. 섬 서북쪽에 위치한 트라파니는 시칠리아의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풍광을 보여준다. 이들 도시가 바로크풍의 건물들과 그리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유적지로 가득한 반면 트라파니는 이들 도시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로맨틱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염전과 염전 위에 서 있는 붉은 기와지붕을 얹은 풍차다. 트라파니로 떠나기 전, 팔레르모에서 만난 한 요리사는 자신은 요리를 할 때 반드시 트라파니산 천일염을 사용한다고 자랑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좋은 소금이 나는 곳이 트라파니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 골목 저 골목을 느긋하게 걸어 다니는 것이다. 햇볕이 잘 드는 테라스에 앉아 화이트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며 파스타를 즐기는 이탈리아인들.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느리게 사는 것이 곧 잘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체감한다.

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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