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에 한 번 매뉴얼대로 비상훈련' 의무만 지켰다면..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는 발생부터 탈출, 구조까지 위기관리 매뉴얼의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인천 선사업계 등은 17일 선사가 의무적으로 10일에 한 번씩 매뉴얼을 토대로 화재나 침수 등에 대한 비상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월호는 평소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매뉴얼을 보면 운항 중 사고가 날 경우 선장은 해경과 관제실 등에 사고 발생 사실과 위치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어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는 등 탈출 준비를 지시해야 한다. 승조원들은 승객에게 구명보트 등의 위치를 안내하고 구조 활동에 나서는 것이 기본임무다.
선장과 일부 승조원들은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생명줄과 같은 구명보트는 46개 중 2개밖에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작동이 되지 않으면 승조원들이 인위적으로 바다에 띄워야 하지만 이런 조치는 없었다.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내 ㄱ선사 김모씨(59)는 "화면을 통해 보면 세월호에서 위기관리 매뉴얼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 같다"며 "선장은 마지막으로 배 전체를 책임지고 매뉴얼대로 승객들을 탈출시켜야 하는데 먼저 구조정을 타고 나온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사고 당시 세월호는 기울어진 지 30여분 만에 선체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해경은 세월호가 좌현으로 돌면서 컨테이너를 묶어둔 안전장치가 떨어져 나가 화물이 한쪽으로 쏟아져 배가 기울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점이 침몰 원인이라면 화물적재 매뉴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해운조합은 지난해 7월 서해훼리호 참사 20주년을 맞아 '여객선 안전 동영상' 매뉴얼을 제작, 전국 연안여객선 180여척에 배포했다. 이 매뉴얼에는 구명동의 착용법과 소화기 사용법 등 여객 안전에 관한 사항이 모두 담겨 있다. 매뉴얼은 출항 직후 선내에 방영되도록 해야 하는데 "비디오를 봤다"는 생존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날 구조활동을 벌일 잠수부를 555명으로 늘리고 세월호에 공기를 주입해 선체를 조금이라도 더 들어올려 실종자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선박에 진입해 실종자를 찾아내지는 못했고, 해상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 사망한 실종자를 발견하는 데 그쳤다. 선박을 끌어올릴 대형 크레인은 18일에나 현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실종자 가족 유모씨는 "대통령이 회의를 소집하고 현장을 방문해 구조작업을 독려하면 무엇하겠느냐"면서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나라에서 배 하나를 끌어내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사고가 난 즉시 크레인을 불러 끌어올렸으면 이처럼 비통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도 | 박용근·천영준 기자 yk21@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승선 정원·화물 적재량 늘리려 무리한 구조 변경 의혹
- 여객선 침몰사고 풀리지 않는 의문들
- '먼저 탈출' 선장, 선원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 완도서 제주행 카페리선 타보니.. 예약 10% 취소했지만 여전히 수학여행 학생들로 북적였다
- "1200톤 과적 화물, 항로 급변경 때 한쪽으로 쏠려 뒤집혀"
- [속보]이 대통령, 인천 대형마트 흉기난동 사건 경위 보고받아
- “양손 흉기 묶은 채 무차별 공격”···인천 전자발찌 찬 50대 흉기 난동 ‘1명 심정지·8명 부상
- 인천 흉기 난동범, 보호관찰관과 점심 먹은 뒤 범행…법무부 “관리체계 전면 재점검”
- 임광현 국세청장 “이재명 대통령 아파트 거래, 과세 대상 아니다”
- [속보] 홍라희, 이재용 회장에 2.6조 규모 주식 증여…지분율 1.75%로 상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