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오페라, 악기가 주인공인 무대.. 모닝 콘서트의 역발상

김기철 기자 2014. 4.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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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두 대의 오보에와 잉글리시 호른을 위해 쓴 이 3중주는 스물서너 살 때 쓴 곡입니다. 청년 베토벤이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로 이뤄진 일반적인 트리오가 아니라 새로운 악기들의 조합을 실험해 본 작품이지요."

피아니스트 김용배(59) 전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이 조곤조곤 연주 곡목을 소개해 나가자, 30~60대 여성 200여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벚꽃이 바람에 날려 꽃비가 내리던 8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평촌아트홀. 매달 둘째 주 화요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아침음악회가 한창이었다. 이날 주제는 목관악기 오보에. 공연 직전 아트홀 휴게실엔 오보에와 클라리넷 등 목관악기 2점을 관객들이 직접 만지거나 소리를 내볼 수 있게 전시했다.

평촌아트홀은 작년부터 '아침음악회' 원조(元祖) 김용배 전 사장을 해설가로 앉혔다. 음악회 이름도 '그 남자의 초대'. 김 전 사장은 2004년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 취임 직후, 해설을 곁들인 '11시콘서트'를 기획했다. 지금은 공연장마다 아침음악회가 없는 곳이 드물다.

비슷비슷하던 아침음악회가 최근 장르를 전문화하면서 눈부시게 진화(進化)하고 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오페라 주요 아리아를 젊은 실력파 성악가들의 실연(實演)으로 보여주는 '오페라 마티네'로 인기몰이 중이다.

예술의전당은 2010년 하반기부터 평일이 아닌 주말 오전 11시에 교향곡·협주곡을 연주하는 '토요음악회'를 시작, 40~50대 중년층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평촌아트홀은 실내악 중심으로 매달 한 가지 악기를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건용의 '오페라 마티네'

서울시오페라단이 작년 8월 시작한 오페라 마티네는 평일 오전 해설을 곁들인 오페라 실연을 보여준다는 역(逆)발상이 먹혔다. 매번 티켓이 거의 매진될 만큼, 인기를 누리면서 세종문화회관의 간판 프로그램이 됐다. 두 차례 공연을 봤는데, 객석 443석짜리 소극장을 울리는 성악가들의 목소리와 연기는 대극장과 달리, 더 밀도 있고 현장감이 뛰어났다. 작곡가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장의 재치 있으면서 핵심을 짚는 해설도 인기 비결의 하나. 올해는 '박쥐' '아이다' '리골레토'에 이어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4월) '마탄의 사수'(5월) '카르멘'(6월)이 기다리고 있다.

◇주말 오전엔 '마지막 교향곡'

예술의전당 '토요음악회'는 평일 오전 여성 관객 위주인 해설 음악회 풍경을 40~50대 중년 부부 중심으로 바꿨다. 평일 저녁, 직장 일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중년층을 겨냥했는데, 티켓을 구하기 힘든 인기 프로그램으로 떠올랐다. 교향곡을 토막토막이 아니라, 전(全) 악장을 들을 수 있다는 강점을 내세웠다. 매 시즌 주제를 달리하는데, 작년 10월부터 오는 6월까지 작곡가가 죽음 직전에 완성한 마지막 교향곡과 협주곡을 모아 연주하고 있다. 토요음악회만을 위해 조직한 예술의전당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지휘하고, 해설까지 맡고 있다.

◇악기가 '스페셜 게스트'

지난 3월 시작한 올해 평촌아트홀 아침음악회 특별 손님은 악기다. 첫 순서인 첼로와 이번 달 오보에를 비롯, 호른, 마림바, 비올라, 플루트, 바순, 트럼펫, 클라리넷을 매달 집중 조명한다. 공연 주 메뉴도 그달의 악기가 중심이 된 실내악. 600석 안팎의 전용 홀은 실내악을 듣기에 음향이 안성맞춤이다. 평촌아트홀 아침음악회는 지난 10년간 2만5000명이 찾은 인기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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