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희생양 품은 섬, 낯섦과 고독을 치유하다

송세진 여행 칼럼니스트 2014. 4. 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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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진의 On the Road / 제주 용머리해안·추사관

산방산 아래 용머리해안은 기기묘묘한 절경을 자랑한다. 이 용머리해안에는 하멜의 흔적이 있고 근처 추사관에는 김정희전시관과 적거지가 있다. 이번 여행은 올레10코스에서 유배길까지, 다채로운 소회가 이어진다.

◆서귀포의 숨겨진 비경, 용머리해안

제주시에 '용두암'이 있다면 서귀포에는 '용머리해안'이 있다. 용두암이 하늘을 향해 치솟은 용의 머리라면 용머리해안은 머리가 바다를 향해 있다. 용두암은 검고 용머리해안은 붉다. 용두암은 주변을 지나면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용머리해안의 진짜 모습은 길가로부터 숨겨져 있다. 직접 가 봐야지만 알 수 있다. 입구를 지나면 바다를 향한 좁은 계단이 있다.

사실 어디가 용의 머린지 꼬린지 알 수도 없고, 해안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계단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불규칙한 천연 계단이라 조심조심 바닥을 보며 발을디뎌야 한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사람과 계단을 양보해 가며 천천히 내려간다. 그렇게 정신을 빼 놓는 사이 열리는 시야가 장관이다. 여기가 말로만 듣던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인가? 딛고 있는 바닥, 벽, 동굴방은 마치 지구가 아닌 곳에 와 있는 것 같다

약 80만년 전에 생성된 것이라 한다. 응회암 바위로 이뤄진 30~50m의 절벽, 이것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스트라이프 무늬는 어떤 미술 작품에 비할 게 아니다. 빛을 받는 방향과 파도의 파고에 따라 젖은 절벽의 색깔이 오묘하게 변한다. 해안선의 모양은 크게 타원을 그리는가 하면 그에 따라 단면에 짙고 옅은 줄무늬가 이어지고, 바위의 단단함에 따라 깎여 나간 정도가 다르다.

눈을 들어 바다 쪽을 보면 남해바다가 시원하게 뚫려 있는데 바위를 때리는 파도의 세기가 그날의 날씨를 정직하게 말해준다. 눈을 들어 산을 보면 산방산이 든든한 가드가 되어 해안을 엄호하고 오른쪽으로는 반원형의 검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

앉은뱅이 의자에 몸을 걸치고 맛보는 해삼, 멍게도 별미다. 해녀들이 따온 싱싱한 바다를 입으로 맛보고 철석거리는 바다 소리를 듣고 천혜 절경을 보고 짭조름한 바다 냄새를 맡고 봄바람을 느끼며 오감이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가끔 센 파도가 칠 때면 물벼락 한번쯤은 각오해야 한다. 바다 끝 절벽에 위치한 만큼 물 때가 중요하다. 만조 시에는 입장이 제한되고 바람과 파도가 심할 때도 관람을 할 수 없으니 미리 확인은 필수다.

용머리해안

산방사에서 본 용머리해안과 형제섬

◆산방굴사와 하멜 기념관

용머리해안의 위쪽은 산방산이다. 국그릇을 엎어 놓은 듯한 산방산은 한라산 백록담의 크기와 산의 둘레가 똑같다고 한다. 해발 395m로 높지는 않지만 절벽산인데 이곳에 오르면 용머리해안의 전체모습, 그러니까 용의 형상을 잘 볼 수 있다. 그런데 용머리가 썩 매끄럽지가 않다. 한번씩 끊긴 듯한 모습…… 여기서 전설이 나온다. 제주의 전설에 자주 등장하는 진시황이 있다. 이곳에서 왕이 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진시황이 맥을 끊기 위해 사람을 보내 칼로 곳곳을 갈라놓았고, 그때 붉은 피와 비명소리가 났다고 한다.

용머리해안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 조금 더 계단을 오르면 산방굴이 있다. 이곳에 불상을 안치해 산방굴사라 하는데, 굴 내부 천장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산방산 암벽을 지키는 여신, '산방덕'이 흘리는 눈물이라고 한다. 산방굴에서 왼쪽을 내려다 보면 용머리해안이, 오른쪽으로는 사계해안도로가 보이고, 바다에는 형제섬이 보인다. 사계해안도로는 올레10코스이기도 하지만 제주 남쪽에서 아름답기로 유명한 드라이브코스다.

한편 용머리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하멜표류기념비가 있다. 이와 함께 하멜상선전시관도 있다. 하멜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선원이었는데, 조선 효종 1653년에 선박이 난파돼 이곳에 표착했다. 이들 일행은 서울로 갔다가 전라도 곳곳으로 흩어지게 되는데 하멜은 여수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풍랑 때문에 뜻하지 않은 유배생활을 하게 된 하멜은 13년간 억류됐다가 탈출해 고향 네덜란드로 돌아갔다. 이후 그는 최초의 외국인이 쓴 한국 여행기라 할 수 있는 < 하멜표류기 > 를 남겼다.

추사적거지

추사관

◆세한도에서 추사관으로

'제주와 유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추사 김정희다. 추사는 시, 서, 화를 비롯해 경학, 금석학, 불교학 등을 섭렵한, 19세기 동아시아를 주름잡은 학자이자 예술가다. 그는 박제가, 정약용 등 국내 학자들과 교류했을 뿐 아니라 옹방강, 완원 등 청나라의 문인들과도 통했다.

그러나 세도정치의 희생양이 돼 6차례 걸친 고문과 36대의 곤장을 맞고 제주도로 유배를 오게 된다. 위리안치(圍籬安置) 형을 받은 김정희는 울타리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8년 3개월의 유배생활 동안 벼루 열개를 구멍 내고, 붓 천 자루를 닳아 없어지게 했다고 한다. 이렇게 완성한 것이 추사체이고, 세한도(국보 180호)다.

'추사관'은 바로 이 세한도를 형상화했다. 측면의 둥근 창과 쭉 뻗은 소나무가 그림을 연상시킨다. 전시관은 추사의 성품처럼 기교를 절제했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 오히려 모던하게 느껴진다. 이곳은 추사기념홀을 비롯해 3개의 전시실, 교육실, 수장고로 이뤄져 있다. 전시관 최고의 볼거리는 역시 그의 글씨다. 위엄 있는 서체 속에는 그의 학문뿐 아니라 개인의 삶이 녹아있고 교류한 학자, 제자, 명사들의 발문이 보인다. 그리고 릴레이처럼 이어지는 세한도에 대한 명사들의 감상평이 흥미롭다.

전시관 밖으로 나오면 추사적거지다. 추사의 유배생활 모습을 복원해 놓았는데 제주 옛집을 둘러보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집 둘레로 도망가지 못하게 심어 놓은 가시나무가 유배의 쓸쓸함을 말해주고 추사가 기거 했다는 모거리(별채)는 한평 남짓 비좁은 방이다. 그는 유배 초기에 포졸의 집에 기거하다가 후에 제주도의 만석군인 강도순의 집에 머물렀다고 하는데 유배 중에도 제자를 길렀다고 한다.

추사에게 있어 제주는 유배로 시작해 치유로 이어졌을 것이다. 척박한 땅과 맞지 않는 음식, 허약해진 몸과 마음으로 바닥을 치는 고독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위대한 업적을 남겼고 현대의 우리는 제주의 이 모든 것들을 '힐링'이라 여기며 비행기에 오른다.

● 제주 용머리해안 가는 법

[서울에서 제주]4월 꽃 축제 시즌에 따라 대부분 항공사가 제주행 티켓을 증편했다. 저가 항공은 평일 할인폭이 크다.

[제주공항에서 용머리 해안]▲렌터카제주국제공항 - 공항입구에서 '중문, 한림, 신제주' 방면으로 우회전 - 신제주입구에서 '중문, 한림' 방면으로 우회전 - 도령로 - 덕수1교차로에서 '산방산, 덕수' 방면으로 좌회전 - 덕수서로 - 좌측 사계북로▲버스좌석 500번 승차 - 제주 한라병원 하차 - 시외버스 평화로(제주, 화순, 대정) 노선 승차 - 산방산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용머리해안: 검색어 '용머리해안'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추사관: 검색어 '추사관'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안성리 1661-1

● 여행 주요정보

제주관광정보http://www.jejutour.go.kr / 제주관광안내 번호: 1330

용머리해안문의전화: 064-760-6321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만조시 통제)관람요금: 어른 2000원 / 청소년, 군인, 어린이(7세~12세) 1000원(산방산, 용머리해안 통합관람) 어른 2500원 / 청소년, 군인, 어린이(7세~12세) 1500원

추사관문의전화: 064-760-3406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권 발매는 오후 5시 30분까지)관람요금: 어른 500원 / 청소년, 군인, 어린이 300원제주유배길 걷기: 추사관을 시작으로 2개의 유배길이 있다. 대정향교로 향하는 코스는 '집념의 길'로 추사와 관련 있는 곳들을 둘러 보는 길이고, 오설록까지 코스는 '인연의 길'로 추사의 한시, 편지, 차(茶) 등을 통해 추사의 인연들을 떠올리는 길이다. 이외에도 '제주성안유배길'과 '면암유배길'이 있다.

제 32회 제주 유채꽃 큰잔치기간: 2014. 4. 12 (토) ~ 2014. 4. 13 (일)장소: 제주 서귀포시 가시리 일원

< 음식 >

천짓골식당: 돔베고기 전문점으로 실제로 상 위에 돔베(도마)를 놓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흑돼지 수육을 맛있게 썰어준다. 미리 고기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돔베고기 오겹 3만5000원 / 오겹살 1만2000원 / 흑돼지 1만6000원제주 서귀포시 천지동 294-10 / 064-763-0399대우정: 이중섭거리에 위치한 해물뚝배기, 돌솥밥집이다. 돌솥밥을 양념간장과 마가린에 비벼 먹는데 해산물의 향을 마가린이 부드럽게 살려 주는 것이 별미다.해물돌솥밥 1만원 / 오분자기돌솥밥 1만2000원 / 전복뚝배기 1만5000원제주 서귀포시 서귀동 408-7 / 064-733-0137 ☞ 본 기사는 < 머니위크 > (www.moneyweek.co.kr ) 제32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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