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무기, 겉은 '명품' 속은 '짝퉁'..군납 비리 만연
■방송 : JTBC 정관용 라이브 (11:40-12:55)■진행 : 정관용 교수■출연진 :정용환 기자
◇정관용-얼마 전, 국내 기술로 만든 K-11 소총 폭발사고 전해드린 바 있었는데요, 국산 명품무기들의 사고,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군납업체들이 정부 품질검증제도의 허술한 점을 노려 부실한 자재와 부실한 부품을 납품한 경우가 무려 3000건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겉은 명품인데 속은 짝퉁인 셈인데요.
먼저 정용환 기자의 리포트 보시고,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이른바 국산 명품무기로 불리는 K-2 흑표 전차입니다.
고무패킹 등 146개의 부품이 당초 품질 기준에 미달됐지만 공인성적표를 위조해 납품 기준을 통과했습니다.
K-21 장갑차에는 불량 부품이 무려 268개나 장착됐습니다.
F-16 전투기의 브레이크 디스크도 성적서가 위조돼 납품 문턱을 넘었습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241개 군수품 납품업체를 공인시험성적서 위변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해당 사례만 지난 7년간 2749건에 달합니다.
[최규창/국방기술품질원 실장 : 단품 하나하나로 봐서는 당장 치명적인 안전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내구성 부족으로 결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성적서 검증작업이 핵심부품 위주로 진행되는 허점을 노려 위변조가 판을 친 겁니다.
엄정한 검증과정을 비롯한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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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용-이 사건 취재한 정용환 기자 나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병사들이 먹는 식품도 성적서를 조작했다고요?
◆정용환 -네. 특히 볶음요리에 많이 들어가는 고추 맛 기름인데요. 이 고추 맛 기름은 세계보건기구에서 유해물질로 지정한 벤조피렌이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벤조피렌은 인체에 축적될 경우 각종 암을 유발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인데요. 아주 끔찍한 일입니다. 이 밖의 고추장, 된장 등 각종 장류와 소스류에서도 서류를 조작해 납품 문턱을 넘은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장병들의 의식주와 마련된 부분인데요. 군 사기라든가 전력 유지라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이건 장병들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결코 단순히 볼 수 없는 사안인 것 같습니다.
◇정관용-지금 군에 자녀 보낸 부모들 다 아주 속이 타겠군요.
◆정용환-그럴 것 같습니다.
◇정관용-그리고 지금 무기에 들어간 부품들이 소모성 부품이라고 하지만 이게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닙니까?
◆정용환-그렇습니다. K-21 장갑차의 경우 기준에 미달하는 부품이 268개나 됐습니다. 한두 개가 문제를 일으키면 미세한 영향이라고 치부한다 쳐도 저 정도 규모이면 부품들이 연쇄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면 작전 중에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주 끔찍한 일이고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전투기나 헬기 같은 경우는 조그마한 볼트, 너트 같은 거 하나만 이상이 생겨도 추락 사고로 이어지지 않습니까? 가벼운 사안으로 볼 수 없는 사태입니다.
◇정관용-한두 건이 아니라 3000건 가까이 된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습니까?
◆정용환-2006년부터 군납품 가운데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위험도가 낮은 품목들에 대해서는 품질관리를 납품업체에 위임했습니다. 민간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품질관리를 군이 굳이 국가, 군이 도맡아서 하는 것은 인력과 비용 측면에서 낭비라는 이유였습니다. 규제개혁의 일환이었는데요. 납품업체들은 규제개혁으로 관리, 감독이 느슨해진 점을 파고든 겁니다. 규격 미달이거나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납기일에 맞추기 위해 시험 성적서를 위변조한 건데요. 문제는 최종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기술품질원조차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지난해 원정비리가 터지니까 지난 3년간 납품된 품목들 전부를 조사했습니다. 34개 업체가 125건의 성적서 조작 사실이 드러나 대상을 7년으로 다시 늘어서 제출된 공인성적서 전부를 조사한 겁니다. 결국 경제논리에 따라서 규제개혁이 진행됐는데 거기에 편승하다 보니 무분별하게 규제개혁이 일어나서 국가안보와 직결된 군수품에서조차 기준 미달 부품이 사용되는 사례를 자초했다는 지적입니다.
◇정관용-그리고 군납 시스템 이런 게 사실 주변에서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잘 안 되어 있잖아요. 투명하지 못하고.
◆정용환-폐쇄적이죠.
◇정관용-결국 그것이 핵심문제 아니겠습니까?
◆정용환-네,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무분별한 규제개혁과 함께 높은 진입 장벽에 따른 폐쇄적인 군수품 납품 시스템 역시 이 같은 불량부품 사태를 부른 또 다른 이유로 지적됩니다. 한정된 국산무기 생산량 그리고 까다로운 규격 등 높은 진입장벽인데요. 이 때문에 납품 능력을 갖춘 업체들의 수가 한정될 수밖에 없고요. 그 결과 지난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원전비리 사태와 마찬가지로 일부 업체들이 주요 품목에 대한 사실상의 납품독점권을 행사한 겁니다. 여기에다 국산무기를 적극 홍보하고 있는 군 당국의 정책에 따라 생산품의 국산화율이 70%가 넘으면 해당 업체에 대해 5년간 독점공급권을 주는 제도 역시 이 같은 독점권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이번에 시험성적서 위변조 검증 결과 전체 위변조 부품의 62%에 이르는 1,696건을 단 3개의 중소업체가 납품한 것도 이 같은 배경입니다. 결국 이들 업체들은 시험성적서 검증을 면제받는 등 규제개혁에 이득을 누리는 동시에 진입 장벽 등 규제의 수혜도 동시에 누렸던 겁니다.
◇정관용-설명 들으니까 제도를 이것저것 여러 가지 고쳐야 되겠네요. 어떤 대책들이 필요합니까?
◆정용환-일단 가장 시급한 것은 이번에 사각지대가 확인이 됐으니까요, 시스템 보강이 우선인데요. 가장 기본적인 체크시스템은 성적서가 맞느냐, 진본이 있느냐, 이걸 확인해야 되거든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기는 한데요. 사단이 난 김에 확실히 고쳐나야 합니다. 국방기술품질원에서는 재발방지 대책으로 23개 공인시험기관과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요. 시험기관이 발급한 성적서 원본을 직접 확인키로 했다니까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정관용-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치는 게 제일 나쁜 겁니다. 이제라도 확실히 고쳐야죠. 정용환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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