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호쿠③아오모리, 청정 자연과 하나 된 감동

2014. 3. 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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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창기 기자 = 일본 혼슈 최북단에 자리한 아오모리 현은 쓰가루(津輕) 해협을 사이에 두고 북쪽으로는 홋카이도와 이웃하고, 동쪽으론 태평양과 맞닿아 있다. 아오모리는 '푸르다'는 뜻의 '아오이(靑 )'와 '숲'을 의미하는 '모리(森)'가 더해진 말로 '푸른 나무숲'이라는 뜻이다. 그 푸름은 가을이 되면 불타오르고, 겨울이면 흰빛으로 변한다. 특히 눈 덮인 산악지대를 트레킹하면서 감상하는 관광 코스가 인기가 높다.

▲이색적인 수빙 사이 스노 트레킹

아오모리 현은 겨울철에 일본 내 다른 지역에 비해 눈이 많이 내린다. 아오모리 중앙에 위치한 핫코다(八甲田) 산(1천584m)의 핫코다 스키장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스키어로 북적거린다. 해발 670m에 있는 산중턱까지는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데 발 아래로 보이는 대지가 온통 하얗게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산 정상의 날씨는 변화무쌍해 갑자기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는가 하면, 눈부실 정도의 푸른 하늘이 펼쳐지기도 한다.

정상 부근에서는 나뭇가지에 만들어진 거대한 수빙(樹氷)이 볼거리다. 전나무나 구상나무 같은 나무에 눈이 쌓이고 얼어붙어 눈기둥 형상이 된 것을 말하는데 모양이 기괴해 '스노 몬스터(Snow Monster)'라고 불린다.

눈보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수빙 사이로의 스노 트레킹은 핫코다 스키장의 백미다. 핫코다 산에서는 여름부터 가을에는 트레킹, 12월부터 5월 중순까지는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웅대하게 펼쳐지는 수빙과 쓰가루 해협, 멀리 홋카이도까지 바라보며 스키를 탈 수 있다.

▲도와다 호수의 겨울 이야기

핫코다 산에서 도와다(十和田) 호수까지는 2∼3시간이 소요된다. 설국버스는 높이 3m가량의 봅슬레이 트랙 같은 좁은 산악 눈길을 돌고 돌아 도와다 호수로 향했다. 하늘을 가릴 듯 높게 자란 너도밤나무와 전나무가 설국버스 옆을 위풍당당하게 지난다.

아오모리 현과 아키타 현의 경계에 있는 도와다 호수는 오이라세(奧入瀨) 계류(溪流)의 수원(水源)이다. 호수는 화산 분화로 생긴 칼데라호인데, 둥그런 모양의 일반적인 호수와 달리 호주 안쪽으로 반도 두 개가 돌출돼 있다. 두 번의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이중 칼데라호다. 둘레가 46㎞, 수심이 327m인 이 거대한 호수는 투명하기 이를 데 없다지만 겨울 호반은 꽁꽁 얼어붙어 그 자태를 허락하지 않았다.

호반 옆에는 도와다 호수를 상징하는 을녀의 상이 서 있다. 이 고장 출신의 조각가인 다카무라 고타로의 작품으로 벌거벗은 두 여인이 손바닥을 마주 대고 있다. 실제는 한 여인이 거울을 보고 있는 장면의 동상이다. 겨울이면 호수 주변에선 '도와다 호의 겨울 이야기' 축제가 펼쳐진다. 얼음집 가마쿠라 모양의 술집과 와인 바 등을 돌아보는 맛이 각별하다.

▲다자이 오사무 기념관과 샤미센 연주

샤요칸(斜陽館)은 자기 존재에 대한 증명을 거부한 소설가인 다자이 오사무(太宰治,1909-1948)에 대한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가나기(金木)에 있는 일본 근대문학의 거장 다자이 오사무의 생가로 주로 노송나무로 지어진 대저택이다. 방은 1층에 11개, 2층에 8개가 있고 부속 건물을 포함해 총 2천250㎡에 이른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후 민간인에게 팔려 여관으로 사용되다가 1996년에 가나기 정(町)에서 매입해 1998년에 다자이 기념관인 샤요칸으로 거듭났다.

다자이 오사무는 고리대금업으로 부를 축적해 귀족원 의원에 올랐던 지방 유지인 아버지로 인해 가문에 대한 경멸을 느끼면서도 유복한 환경을 누리는 자신의 모순적 태도에 내적 불화를 겪으며 성장했다. 1947년 발표한 전쟁 후의 몰락한 귀족 가문을 묘사한 소설 '사양(斜陽)'은 패전 이후 일본 사회의 혼란한 현실을 반영했다. 특히 1948년에는 자전적 이야기를 소설화한 문제작 '인간실격(人間失格)'을 완성, 부조리한 사회 현실 속에서 삶의 동기를 상실한 주인공이 물질적 타락과 정신적 황폐화로 파멸해 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려 일본 문단에 충격을 주었다.

샤요칸을 뒤로하고 고쇼가와라(五所川原) 역에서 아오모리 현 서부 쓰가루 지방을 가로지르는 아날로그 정취의 쓰가루 철도를 탔다. '스토브 열차'라는 별명을 가진, 갈탄으로 난방하는 열차로, 난로 위에 말린 오징어를 구워 먹는 재미가 열차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을 더해준다. 고쇼가와라 역에서 나카사토(中里) 역까지 20.7㎞를 쉼 없이 오간다.

쓰가루 샤미센은 다른 악기와 달리 홀로 연주되더라도 청중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는 매력을 지녔다. 쓰가루 샤미센이란 쓰가루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일본의 전통 악기로, 세 개의 현으로 구성돼 있으며 음색이 풍부하다. 과거에는 민요 등 노래 반주용으로 이용되었지만, 연주자들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현재는 샤미센 단독 공연도 열리고 있다. 특히 도호쿠의 온천 여관이나 선술집에서의 샤미센 공연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chang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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